[주간 뉴스타파] 윤석열과 김건희의 특별초청 '코드 440'을 공개하라

2022년 09월 22일 20시 00분

2022년 09월 22일 20시 00분

1972년 유신 이후 체육관선거로 대통령이 된 박정희·전두환 두 독재자는 취임식도 체육관에서 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직선제가 되면서 실내체육관이 아닌 야외광장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게 됐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식을 치른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빼고 이후 모든 대통령들이 국회의사당 앞마당 광장에서 취임식을 하고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식 무대가 광장으로 바뀌면서 초청 규모도 점차 커졌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노태우(25,000명), 김영삼(38,000명), 김대중(45,000명), 노무현(48,500명), 이명박(60,405명), 박근혜(70,366명) 등이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가 낸 백서를 보면,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는 41,000명이 초청됐다.
다른 권력자들과 달리 윤 대통령은 취임식 초청 명단을 두고 시비가 일고 있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인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아들, 대통령 장모에게 잔고 증명서 위조를 해준 혐의로 유죄를 판결 받은 코바나콘텐츠 전 감사 김 모 씨, 대통령 장모를 수사 중인 현직 경찰관이 취임식에 초청됐다.
죄다 김건희 여사와 일가의 범죄 의혹과 연루된 사람들이다. 새 정부의 비전과 청사진을 알리는 출발선인 대통령 취임식에 함께 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초청 의도가 뭔지 입길에 오르내린다. 이에 비하면 패륜적 언행을 일삼는 극우 유튜버의 특별 초청은 하찮은 일로 여겨질 정도다. 
누가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이들을 추천했을까. 이들은 어떤 공식 절차를 거쳐 '특별 초청' 명단에 올랐을까.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침묵으로 버틴다. 대통령실은 언론과 국회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파기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은 과거와 달리 새로운 시스템이 하나 도입됐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적용해 초청 참석자의 신분을 확인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 432쪽에 이렇게 쓰여 있다.
대통령 경호처에서 새로 도입한 OCR 참석자 확인 시스템은 휴대폰형 단말기를 통해 신분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스캔하여 초청인사 본인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략) OCR 참석자 확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신분 확인 시간이 상당히 단축되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 백서 432쪽
결국, 대통령직인수위는 취임식에 초청한 41,000명의 인적 사항을 상세히 작성해 파일 형태로 관리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파일 형태의 전체 명단은 누가 어디서 보존하고 있을까?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이 생중계된데다 그리 대단한 비밀도 아닐 것 같은 데 윤석열 정부는 감추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에서 취임식 초청 명단 관련 대통령기록물 53건 확인 

뉴스타파는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역대 정부의 취임식 기록물 중 초청 명단과 관련한 문서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지정기록물에서 해제되지 않은 기록물이 더 있겠지만 우선 공개된 53건을 받아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 25건, 이명박 대통령 15건, 박근혜 대통령 13건이다.
대통령기록물 53건을 분석해 과거 정부에선 어떤 절차에 따라 취임식 초청 대상자를 선정했는지, 초청자의 인적 사항을 담은 기록물은 어떤 걸 남겼는지 살폈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초청 명단을 없앴다는 윤석열 정부의 해명이 사실인지 유추했다.
분석 작업에는 기록전문가인 조영삼 전 서울기록원장이 함께 했다. 조영삼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기록비서관실 기록연구사로 재직했고 최근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조 전 원장은 “대통령 취임식 행사는 국가적 행사로써 역대 정부에서 거의 똑같이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부기관은 서식에 맞춰 취임식 초청 명단을 작성해 제출했다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이 어떤 경로로 작성됐는지 알아봤다. 먼저 취임식이 열리기 한 달 전쯤 대통령직인수위 소속 대통령취임식행사준비위원회가 각 기관에 공문을 보내 초청 대상자 명단을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공문을 받는 곳은 모든 정부 기관과 각급 위원회, 국회사무처, 법원행정처,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제헌동지회, 헌정회 등이 망라된다.
이때 초청 인사의 범위와 숫자가 기관마다 정해져 있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이상, 국방부는 대장과 재경 소장 이상, 언론계 인사는 한국신문협회장, 신문사 대표, 주필, 체육계 인사는 국제경기대회 우승 체육인 등으로 제한했다.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인한 대통령 취임식 관련 공문의 일부. 취임식 초청 대상자 명단 제출은 반드시 정해놓은 서식에 따라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각 기관은 초청 대상자의 이름, 소속과 직위, 주민번호, 주소를 기재했다. 이때 명단은 반드시 정해놓은 서식에 따라 작성해야 하고, 서식을 절대 변경해선 안 된다. 반드시 엑셀(EXCEL) 파일로 작성해야 한다. 모든 글씨는 “12포인트, 돋움체”로 작성하도록 요구받았다. 성명이나 직위를 띄어 쓰지 않는 등 규정한 매뉴얼대로 작성해야 했다.  
이렇게 초청 명단을 통일된 서식에 따라 기재하고 엑셀 파일로 작성해 보내라고 요청한 까닭은 명백하다. 초청 대상 명단을 하나의 통파일로 쉽게 취합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렇게 취합한 취임식 초청 전체 명단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광학문자인식(OCR)을 이용해 신분을 확인했기에 전체 초청 명단을 따로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직인수위도 초청 명단을 따로 작성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다른 기관처럼 취임식 초청 명단을 따로 작성했다. 대통령 당선자 가족과 친지 등 초청자 명단도 별도로 꾸며져 취임식행사준비위원회에 보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기록물도 다수 나왔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작성한 문서가 그것이다. 인수위가 작성한 공문인데 여기에는 취임식 초청 명단 90여 명을 기재해놨다. 또한 명단과 함께 추천 사유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 초청”이라고 써놨다. 공문의 하단에는 “인수위원회 직원 가족 등 인수위 직원이 초청한 경우는 소속 및 직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초청으로 기재”했다고 적혀있다.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인한 대통령 취임식 관련 공문의 일부. 인수위가 추천한 90여 명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 초청'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당시 작성한 문서도 의미가 크다. 추천 대상자를 작성하면서 누가 어떤 자격으로 취임식에 초청받았는지 적도록 했는데, 이중 ‘당선자 가족’, ‘인수위원 초청’, ‘인수위 직원’이 사례로 제시돼 있었다.
당선자 가족 같은 유형의 초청 대상자는 대통령 당선인이나 가족만이 알 수 있는 내밀한 정보다. 따라서 당선인 비서실이나 인수위 내부에서 작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가족 등 친지 1천 명가량을 초청한 것으로 나온다.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인한 대통령 취임식 관련 공문의 일부. 초청 대상자의 소속을 밝히는 항목으로 ‘당선자 가족·친지 등’, ‘인수위원 초청’, ‘인수위 직원’ 등을 쓰도록 했다.    

명단은 이메일로 사전에 발송한 후에 반드시 공문으로 보냈다   

초청 명단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흥미로운 대목이 발견됐다. 과거 대통령 취임식 관련 기록물에는 이런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초청 명단은 이메일(E-MAIL)로 사전에 발송한 후에 공문과 함께 초청인사, 안내요원 명단 원본을 첨부하여 제출.”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인한 대통령 취임식 관련 공문의 일부. 초청 명단은 이메일(E-MAIL)로 사전에 발송한 후에 공문으로 보내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러니까 인수위를 포함해 각 기관이 제출하는 모든 초청 명단은 공문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가족을 포함한 모든 초청자 명단을 공문의 형태로 작성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작성한 초청 명단은 대통령기록물이다  

이렇게 초청 명단이 공문으로 작성돼 기관 사이에 주고받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상당하 무겁다. 대통령직인수위나 당선인 비서실이 작성한 모든 공문은 작성되는 순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문건은 대통령실에 보관하거나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파기하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어기게 된다.   
그런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8월 23일 국회에 나와 “저희도 팩트가 궁금해서 취임식준비위원회에 물어보니 개인정보라고 이미 다 폐기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의 관리 주체는 대통령실이다

이날 김대기 비서실장은 ‘(취임식) 초청 대상 명단의 관리 주체가 행안부’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과 관련해 인수위가 생산한 모든 기록물은 일반적인 국가 문서를 관리하는 행안부 소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대통령기록관이 보존해야 한다. 뉴스타파가 과거 대통령 취임식 기록물을 받아낸 곳도 국가기록원이 아닌  대통령기록관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데도 대통령실은 취임식 초청 명단과 관련 기록물의 존재를 행안부에 계속 떠넘기고 있다. 지난 8월 뉴스타파는 대통령실에 초청 명단 기록물을 갖고 있는지 질의했다. 대통령실은 9월 7일 보낸 답변에서 “초청장 명단 취합 등 실무는 행정안전부 실무추진단이 담당했다며 행안부에 관련 자료의 정보를 물어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영삼 전문위원은 아래와 같이 논박했다.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행안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거고요. 지금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고 대통령실에서 문서를 가지고 있다면 기록을 또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 정보 공개에 대응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대통령실은) 당연히 그 정보가 없다라고 답을 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비공개 결정을 한다든지 아니면 공개 결정을 한다든지 하는 주체는 반드시 대통령실이 되어야 합니다.

조영삼 /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대통령 친지(親知)는 초청 코드 440을 부여해 관리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관련 기록물에서 흥미로운 게 나왔다. 초청 인사의 직위, 직군별로 코드를 상세히 분류해놓은 대목이다. 장관은 15, 국회의원 40, 국회의원 배우자 115, 전국 검사장 120 등이다. 이렇게 초청 인사 그룹별 코드가 300개가 넘는다. 
이 중에는 코드 440 “대통령 특별 초청(친지 등)”이 있다. 대통령의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특별 초청 명단으로 작성하는 코드였다.  바로 밑, 코드 445 ‘대통령직인수위 초청’ 코드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취임식 초청장을 들고 자랑했던 극우 유튜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의 아들과 윤 대통령 장모 잔고증명서 위조 공범 김 모 씨, 김건희 여사 일가가 연루된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코드 440이나 445의 근거해 초청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초청 대상자로 추천될만한 다른 직군별 코드는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인한 대통령 취임식 관련 공문의 일부.  코드 번호 440에 “대통령 특별 초청(친지 등)”라고 쓰여 있다.
뉴스타파는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식 관련 대통령기록물을 통해 다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① 취임식 초청 명단은 모두 공문으로 주고받았다.
② 대통령직인수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수위 특별 초청 명단을 작성해 공문으로 보냈다.
③ 대통령 가족 등 친지를 대상으로 한 특별 초청 명단, 즉 440 코드가 존재했다. 이 코드에 따라 추천받은 명단 역시 공문의 형태로 작성됐다.
④ 이 기록물들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보존된다.
⑤ 따라서 파기했다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법이고 파기하지 않았다면 있는데도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이 아니더라도 취임식 초청 명단을 파기해서는 안 되는 실질적인 이유가 더 있다.
초청 명단은 대통령의 내밀한 인간관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최고 권력을 쥔 대통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어떤 이념과 성향, 어느 계층, 직군을 더 많이 초청했는지에 따라 대통령과 정부의 계급성, 이념성, 정체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초청 명단은 그 자체로 중요한 공적 정보가 된다. 
더구나 코드 440,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의 가까운 친분으로 초청된 인사들은 각별한 공적 관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부적절한 인사들의 초청 사실이 드러났기에 더욱 관리돼야 한다. 
조영삼 전문위원은 보통 특별감찰관이나 민정수석실에서 따로 관리하는 핵심 인사들의 경우 대통령의 가족과 친지 그리고 대통령과 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특수 관계인들이다. 이들 중에는 코드 440에 의해 취임식에 초청된 사람들도 일정하게 포개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전문위원은 “초청 명단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공적 이슈가 된 만큼 대통령실 스스로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이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지금 특수 관계인, 그러니까 말씀하신 코드 440에 의한 대통령의 친지나 특수 관계인이다라고 하는 것은 이미 공익의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고 판단이 되거든요. 그래서 적어도 이 부분은 (초청 명단을) 공개를 하는 것이 이 문제를 깔끔하게 종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조영삼 /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취임식 초청 명단, 이 중 코드 440으로 초청받은 이들이 누구인지, 그 명단을 공개해 불거진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할 것인지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뉴스타파는 대통령기록관에서 받아낸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식 초청 명단 기록물을 데이터 포털에 공개한다.  
제작진
취재박중석, 최윤원, 박상희, 박종화
데이터최윤원
촬영정형민
편집박서영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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