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의 항의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부산 서부 경찰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력계 소속 10여 명 형사가 동원돼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수사의 방향이었다. 유가족이 원한 원점 재수사는 없었다. 취재진이 확보한 당시 부산 서부 경찰서 강력계 반장의 수첩에는 의혹을 덮을 대책 마련에만 고심하는 경찰 지휘선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살 결론에 필요한 논리가 있으면 추가 수사로 보강하고, 타살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손을 써두는 식이었다. 김성수가 부모에 불효하지 않기 위해 몸에 돌을 묶었다는 추정, 심리적 갈등을 겪다가 무작정 부산에 내려와 자살했다는 추정 등 황당한 수사관의 주장이 자살 결론의 부족한 논리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