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두환 프로젝트] ④ 연희동 집 가구세트도 막대한 세금으로 구입

2019년 09월 09일 11시 15분

뉴스타파는 <민국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의 일환으로 ‘전두환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전두환 세력이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탈취한 뒤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기획입니다.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준비한 ‘전두환 프로젝트’는 오는 12월까지 매주 월요일 방송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8년 2월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전두환이 별도의 ‘전직 대통령 사무실’을 내지 않았으면서도 사무실 임차보증금과 월세 등의 명목으로 정부지원금을 받아간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또 퇴임 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으로 돌아간 전두환이 막대한 세금으로 각종 고급 가구 등을 구입해 자신의 집을 꾸민 사실도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전직대통령예우’ 관련 문서더미에서 이 같은 사실을 보여주는 1980년대 정부문서를 찾아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문서는 1988년 총무처(현 행정안전부)에서 생산된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전두환은 퇴임 후 본인의 집에 사무실을 차리겠다며 임차보증금으로 2100만 원, 월세와 관리비조로 매달 280만 원 정도를 정부에서 받아 챙겼다. 자기 집을 자신에게 세를 놓는 형태로 나랏돈을 빼 먹은 것이다.

뉴스타파는 행정안전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1988년 8월에 작성된 ‘전직대통령예우’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전직대통령 전두환에게 지급된 지원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서는 지금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총무처가 만든 것으로, 작성 당시 총무처장관이었던 김용갑 씨가 결재한 문서다. 군인 출신 김용갑 씨는 전두환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뒤 노태우 정부에서 총무처장관을 지냈다.

총무처 문서에는 전두환이 퇴임 직후 정부에서 지원받은 내역이 빼곡히 들어있다. 그 중 사무집기 항목을 보면 책상(100만 원), 의자(60만 원), 응접실 세트(300만 원)가 들어 있고, 심지어 옷걸이와 공기정화기, 시계까지 정부예산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온다. 이런 식으로 전두환이 자신의 연희동 집을 꾸미는 데 사용한 예산은 당시 돈으로 900만 원이 넘었다. 같은 시기 전두환의 비서가 받은 월급은 40만 원에 불과했다.

전두환은 사무실 집기를 사들이는 비용 외에도 건물 임대료 명목의 돈까지 정부에서 받아냈다. 대통령 퇴임 후 외부에 사무실을 내지 않고 본인이 사는 집을 ‘전직 대통령 사무실’로 꾸몄으면서도 사무실임차보증금(2100만 원)과 월세(280만 원) 등을 별도로 받아간 것이다.

▲ 전두환이 대통령 퇴임 후인 1988년 정부에서 받아간 각종 지원내역. 전두환은 자신의 집에 마련한 사무실을 꾸미는 데만 9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았다. 전두환 비서의 월급이 40만 원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뉴스타파는 전두환이 퇴임 이후 각종 명목으로 챙겨간 지원금 규모를 당시 물가와 비교해 봤다. 먼저 1987~1988년 당시 서울의 아파트 시세. 신문기사에 따르면, 1987년 서울 노원구의 20평형 아파트 분양가는 3000만 원 정도였다. 전두환이 있지도 않은 사무실 임대보증금(2100만 원)과 사무실 집기구입비용(900만 원)으로 챙긴 금액과 비슷했다.

정부가 발표한 공무원 월급과도 비교해 봤다. 1987년 12월 24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고위직인 1급 공무원의 1988년 기본급은 49만 원, 5급 사무관은 27만 원 정도였다. 결국 전두환은 1급 공무원 월급의 20배 가까운 세금(900여만 원)을 받아 자기 집에 각종 집기를 마련하고, 매달 사무관 월급의 10배(월 280여만 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을 존재하지도 않는 사무실의 운영비라며 받아간 것이다.

전두환이 이렇게 세금을 받아가던 1988년은,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 씨가 새마을비리 사업으로 구속되고, 이어 국회에 ‘5공비리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5공비리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치솟던 때였다.

전두환, 퇴임 후 ‘가짜사무실’ 명목으로 아파트 한 채 값 챙겨

그럼 전두환 이외의 다른 대통령들은 ‘전직대통령예우’에 따른 사무실 운영비를 어떻게 받아갔을까. 취재진은 행정안전부에 물어봤다.

노무현, 이명박,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행정안전부에서 사저에 집기 같은 걸 지원한 사례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사무실 운영 경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데, 행정안전부는 그 동안 이를 정액으로 지급해 왔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행정안전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직대통령에게는 ‘전직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정해진 금액을 사무실 운영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전두환의 사례처럼 사무실도 아닌 자기 집에서 쓸 책상, 의자 하나하나까지 청구해 받아간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 전두환은 퇴임 후인 1988년, 자신의 집에 사무실을 차려놓고도 ‘전직대통령 사무실’을 운영한다며 임대료와 각종 집기구입비로 3000만 원 가량을 정부로부터 받아 갔다. 전두환이 이렇게 챙긴 돈은 당시 서울 강북의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전두환, 퇴임 앞두고 ‘전직대통령예우법’ 개정...연금 50% 증액, 평생 경호

전두환이 퇴임하기 직전인 1987년 10월,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느닷없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의 규모와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퇴임후 지급받는 대통령의 연금 지급 방식을 고쳤다. 대통령 봉급액의 95%를 연금으로 주던 것을 봉급액에 각종 수당을 포함한 금액의 95%를 주는 식으로 상향조정했다. 그 결과, 당시 158만1270원이던 전두환의 연금액은 237만1910원으로 50% 증액됐다.

또 전직대통령의 사무실 운영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교통 통신의 편의 지원’ 정도였던 것을 ‘사무실 운영비와 차량 등 운영비 지급’으로 바꾼 것이다. 또 생존 기간 내내 국가의 경호를 받게 했다.

12.12군사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잡았고, 7년 임기내내 부정부패를 일삼았은 것도 모자라 퇴임 이후 삶까지 세금으로 꼼꼼히 챙겼던 전두환. 5공비리와 광주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전두환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10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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