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언론사 포럼에 들어간 세금 공개하라"... 뉴스타파, 행정심판 승소

2021년 10월 12일 13시 20분

뉴스타파가 '언론사 주최 포럼 참가내역' 공개를 거부해 온 공공기관 6곳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행정심판에서 승소했다. 해당 공공기관은 기업은행, 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인사혁신처다. 지난달 14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정심판위)는 이들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포럼 참가 내역이 담긴 지급 근거문서와 내부 결재문서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뉴스타파, 6개 공공기관 상대 정보공개 청구 승소 

뉴스타파는 올해 초 전국 수백여 곳의 중앙행정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하 공공기관)을 상대로 '2020년 언론사 주최 포럼에 참가·협찬한 내역 및 내부 결재 문서' 등을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 청구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정보를 공개했다. 관련 내용은 지난 4월 16일 '언론의 '포럼 장사'...코로나19 시대에도 계속됐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6개 공공기관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는 모든 정보를 비공개했고,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인사혁신처는 포럼 참가비 금액을 뺀 일부 정보만 공개했다. 
6개 공공기관들이 내놓은 정보공개 거부 사유는 다양했다.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수 있고', '언론사의 사업 활동에 중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산업은행은 "언론사들이 비공개를 원한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수출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인사혁신처는 "포럼 참가 내역이 공개되면, 언론사들이 '어떤 공공기관이 어느 포럼에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비교해 공공기관에 더 많은 협찬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공개로 인해 공공기관이 업무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언론사들이 포럼 티켓 가격을 덤핑·담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수출입은행은 "포럼 참가 내역 정보가 공개되면, 뉴스타파가 직접적인 이득을 취해 언론사 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될 우려가 크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도 폈다. "뉴스타파가 사익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뉴스타파가 얻을 수 있는 사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산업은행은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언론사의 요청이 있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행정심판위 "언론사 포럼 참가 내역 공개는 공익에 부합"

행정심판위는 공공기관들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 행정심판위는 먼저 "언론사 포럼 참가 내역은 공공기관과 언론사 양쪽 모두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통상 언론사 포럼 등 행사는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참가비도 당사자 간 협상·계약을 통해 정해지기 보다는 일정한 금액으로 책정돼 있는 점, 일부 공공기관의 참가비가 공개된다고 하여 해당 행사를 주최한 언론사의 전체 매출규모를 추단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포럼 참가 내역) 내부결재 문서를 공개한다고 하여 해당 공공기관이나 언론사의 사업 활동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판정서 (2021.9.14)
행정심판위는 "포럼 참가 내역이 공개돼 언론사들이 공공기관에 과도한 추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할 상당한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포럼 참가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공공기관 예산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공익이 정보를 비공개했을 때의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 국민 알권리 보장 측면에서 '언론사에 대한 정보도 예외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6개 공공기관 "행정심판 결과 따르겠다" 입장 내놔  

행정심판 결과가 통지된 뒤, 6개 공공기관은 모두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행정심판위 판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뉴스타파의 질문에는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일부 기관만 "행정심판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짧은 답변을 내놨다.
뉴스타파는 행정심판을 통해 확보한 공공기관 6곳의 언론사 포럼 지출 내역을 조만간 ‘언론개혁 대시보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언론개혁 대시보드(http://pages.newstapa.org/n1907)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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