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결정, 실익이 없다

2013년 05월 03일 09시 23분

지난 4월 26일 우리나라 정부는 개성공단의 한국 쪽 인원을 전원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003년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개성공단은 존폐위기에 처했다. 우리측 피해만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단 입주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입조심을 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인터뷰 요청에 조심스레 입장을 털어놓은 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결정 당시, 우리측 직원들이 신변의 불안을 느끼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으며 "북측에 본때를 보여줬다는 점에선 속이 시원하겠지만,국가를 그렇게 운영해선 안된다"고 박근혜 정부에 일침을 놓았다.

또 다른 입주업체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을 잘못한 것도,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니다"라며 결국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정치 안보의 희생양이 됐다"고 개탄했다.   

지난 2003년, 개성공단의 첫 삽을 떠 '개성 공단의 산파역'을 했다고 평가받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성공단의 경제,군사적 중요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입주업체나 관련 납품업체들의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철수로 인한 남북관계의 악화,그에 따른 대외 신인도 하락, 그리고 '코리아 리스크' 확대로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정세현 전 장관은 개성공단 개발로 휴전선이 약 15킬로미터 북상한 효과를 거뒀고, 입주 업체 직원들이 조기 경보기 못지 않은 휴먼 인텔리전스(Human Intelligence)의 역할을 해서,유사시 가장 빨리 북한의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통로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성 공단이 남북 긴장 관계 완화의 상징적 의미로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우리에게 군사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선사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앵커 멘트>

정부가 개성공단의 우리 인력을 전면 철수시키기로 한 뒤, 남북관계가 다시 40여 년 전 전면 불통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가시적인 피해도 큽니다. 수 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경제적인 피해도 문제입니다만, 안보면에서도 잃을 것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남과 북 모두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가득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합니다.

최경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최경영 기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인원 전원을 귀한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개성공단은 입주업체 직원들에게는 직장이자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피난민처럼 서둘러 짐을 쌀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 뉴스타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이들은 말을 아꼈습니다. 불만과 아쉬움이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실제로 그런데 개성의 현실은 신변 불안은 전혀 없었고 먹을 것도 주식은 몇 달 분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지난 2003년 첫 삽을 뜬 이후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굳건히 자리했습니다. 지난 10년동안 남북 관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업은 지속됐습니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 때도 공단의 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박용만 개성공단입주업체 사장]

"중요한 것은 정부에서 정책적인 판단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단이고, 또 그거에 대한 입주 안내도 과다할 정도로 홍보가 잘 되어있고 모든 것이 장미빛이었잖아요. 거기 가면 뭐 로또복권 당첨된다. 그 정도로 홍보도 대단하게 했었고…기업인들은 정부의 판단에 의해서 들어갔고 또 정부의 판단에 의해서 나왔는데…"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지금은 여하튼 우리 기업들이 경영을 잘못한 게 아니고, 또 노력을 안한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정치, 안보적인 측면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남북 대치국면에서 항상 바람 앞에 등불 같았던 개성 공단. 북한의 억지와 생떼가 우리 정부의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상대방이 더 많이 잃는다고 비아냥 댔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북한의 감정싸움에 가장 크게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은 기업인들이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 기업인들 가운데는 우리 정부의 철수 결정에도 불구하고 북한 개성 공단에 남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들 기업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북측에 한 번 본때를 보여준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입주 기업인들도 이 엄청난 사업상의 손실만 아니면 속이 시원합니다. 왜 걔(북한)들도 어거지도 많이 쓰고 엉터리로 많이 해가지고 여태까지 우리를 힘들게 했으니까. 그러나 국가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던 우리나라의 기업은 모두 123개. 우리측 근로자 500여명이 체류하면서 한 해 5천억 원 정도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도 5만 명이 넘게 개성공단에서 일했습니다. 최대 8조 원 이상 손실을 볼 것이란 추정도 나옵니다. 달러가 필요한 북한도 피해 볼 것은 확실합니다. 남북 둘 다에게 손해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 공단 철수를 찬성하는 보수적 학자들도 인정하는 대목입니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 문제 연구소 교수]

"개성공단은 남북간의 협력사업이고, 또 경제협력 또 어떻게 보면 남북간의 평화의 상징으로 계속 인식되어 왔는데, 그것이 지금 중단 되었기 때문에 일단은 남과 북에 모두가 손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군사 전략적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우리나라 영토까지는 불과 20km 안팎. 서울까지도 60km 반경 내에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사라지면 북한군의 주요 병력이 다시 전진 배치될 수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군사적으로도 손해라는 말입니다. 

[김성전 공군예비역 중령]

"우리가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방어 요새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단지) 공장의 의미가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던 것 같은 조기경보와 북한의 이상징후를 빨리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와 전진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군사적인 요충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우리측 근로자 7명이 철수를 완료하면 개성공단은 사실상 완전히 폐쇄될 운명입니다.

개성공단 철수 결정으로 우리 정부가 무엇을 얻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경제적 피해는 점점 그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박용만 개성공단입주업체 사장]

(그러면 그 쪽 입주 기업들은 비관적으로 보면 파산 가능성도 높겠네요?)

"예. 지금 도산의 무덤으로 한 발씩 한 발씩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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