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입맛대로,국민 안전은 뒷전으로
2014년 09월 12일 21시 55분
제2롯데월드 안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롯데 측이 자사 관계자들이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등 밀접한 관계가 의심되는 학회에 콘크리트 균열과 안전 점검 용역을 준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해 식당가, 천장 구조물 균열에 이어 최근 제2롯데월드 지하 주차장에서 광범위한 균열이 발견되자 롯데 측은 용역 기관인 한국건축시공학회를 내세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1월 2일 기자회견을 개최한 한국건축시공학회는 지하 주차장 바닥 균열은 콘크리트 표면과 마감재에서 건조와 온도변화로 발생한 균열이기 때문에 건물 구조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건축시공학회는 지난해 제2롯데월드 균열 논란이 발생했을 때도 설명회를 갖고 단순한 마감재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발표 이후에도 이어지는 안전 문제로 건물 구조체 이상에 대한 의혹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균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롯데 측은 지난해 1월부터 콘크리트 관리와 안전 점검 용역을 수행하는 한국건축시공학회의 입을 빌려 안전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학회의 2013년부터 2014년 임원진 명단에 석희철 건축사업본부장 등 롯데건설 관계자 3명을 비롯해 대형 건설사 임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회장과 부회장, 이사 등 총 97명의 임원 중 건설사 관계자들이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 측은 이 학회 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산학협력 차원일 뿐이고 용역기관은 경쟁 입찰을 통해 전문성과 입찰가격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건축시공학회와 함께 입찰에 참여했다 탈락한 대한건축학회와 한국콘크리트학회 임원진을 살펴보면 업계 관계자에 비해 학계 출신 비중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롯데건설이 세 학회 중 유독 대기업 건설사들과 가깝고 자사 임원들까지 관여하고 있는 학회에 용역을 준 것이다. 입맞에 맞는 학회를 선정해 롯데 감싸기 식 안전점검을 수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혹이 가는 대목이다.
거기다 이 학회 전임 학회장이었던 한천구 청주대 교수는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메이저 건설사와 유대관계 강화를 강조하고, 학회 발행 학회지에는 회원인 대기업 건설사들의 주요 공사 현장을 홍보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 학회는 또 롯데건설의 제2롯데월드를 우수 시공 사례로 학회지에 소개하고, 콘크리트 배합 및 시공기술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했다.
한국건축시공학회 한천구 회장은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가 자문이나 안전 점검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롯데 그룹은 계속되는 안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제2롯데월드의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안전 점검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용역 기관도 보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이해상충 의혹이 있는 한국건축시공학회를 교체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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