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설치 잠수사 "세월호 도면도 못보고 들어갔다"
2015년 12월 16일 20시 53분
해경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한 잠수사 인력을 실제보다 13배 부풀려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해경이 작성한 잠수사 로그북, 즉 잠수작업 일지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16일부터 6월7일까지 50일 간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에 투입된 잠수사는 모두 251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수횟수는 모두 1265회였고, 하루 평균 투입된 잠수사는 50명 남짓에 불과했다.
그러나 해경은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에 같은 기간 3만2145명(연인원 기준)의 잠수사를 동원했다고 보고했다. 실제 수중에 투입한 잠수인력보다 13배 가까이 부풀린 셈이다.
▲ 자료제공 : 정진후 의원실
로그북 분석 결과를 기관별로 보면 해경 소속 잠수사가 연인원 기준으로 50일 동안 725명 투입됐고, 민간잠수사 837명, 해군 953명 등의 순이었다. 해경이 제일 적었던 셈이다. 해경은 잠수시간도 가장 짧았다. 해경 잠수사의 평균 잠수시간은 11분으로 해군(평균 26분) 및 민간잠수사( 33분)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해경 관계자는 “언딘 등 민간잠수사는 후카(표면공기공급식 잠수장비), 해경은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다보니 들어갈 수 있는 수심이 최대 40m”라며 “더 낮은 곳에 들어가다보니 잠수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잠수사들의 말은 달랐다. 해경과 한 팀을 이뤄 수중수색 작업을 벌였던 구난업체 언딘 소속의 한 민간 잠수사는 “해경은 직접 선체에는 들어가지 않고 민간 잠수사가 희생자를 수습하면 물 밖으로 시신을 인수하는 일을 하거나 민간 잠수사의 공기줄을 잡아주는 보조적인 역할만 했기 때문에 잠수시간이 짧은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사고 발생시 구난업무를 총괄하는 해경의 역할이 그만큼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실은 로그북에 기록된 ‘희생자 수습과 인수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희생자 수습 실적은 민간잠수사가 97회, 해군 67회, 해경 21회 등의 순이다. 즉 해경이 세월호 선체 내부로 들어가 직접 희생자를 수습한 횟수는 민간잠수사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는 것. 반면 희생자의 시신을 인수해 해상으로 옮긴 횟수는 해군 5회, 민간잠수사 16회, 해경 76회로 해경이 가장 많았다.
해경은 또 위험성이 높은 구조작업은 주로 민간에 위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점의 수심은 배의 앞부분보다 뒷부분인 선미가 더 깊다. 이 때문에 선미쪽을 수색은 잠수병 등 안전 사고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런데 선미 쪽 수색에 주로 민간 잠수사들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이 단독으로 선미에 들어간 횟수는 단 1번에 불과했다. 민간자원구조협의회 김재선 지휘장은 “낮은 수심에는 해경이 들어가고 우리에겐 47m깊이에 들어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색 구조작업의 총 책임자인 해경이 직무유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잠수사 신동호씨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해경이 스스로 능력이 없다는 핑계로 구조,수색 작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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