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부인의 수상한 사업

2015년 03월 06일 23시 11분

2009년 1,440만 원2010년 1,440만 원2011년 240만 원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함 모씨가 한 영어 학원의 대표로 있으면서 소득을 신고한 금액이다. 한 달 소득이 아닌 ‘연간' 소득이다.

한 학원의 대표 치고는 소득이 너무 적어 축소 신고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유일호 후보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보기 나름이겠지만, 규모가 작은 학원이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해명했다.

의혹 ① 작은 규모의 어학원?

함 씨는 서울 평창동 고급 주택가에 자리잡은 단독주택을 개조해 2011년까지 학원을 운영했다. 대지면적 600제곱미터가 넘는 2층 짜리 단독 주택이었다.

주변 주민들은 이 학원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학원 옆에 살았던 평창동 주민 윤 모씨와 이 모씨는 “학생들이 많아 시끌시끌했다. 학원비는 한 달에 70만 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당시 학원이 “원어민 교사를 두고, 두 대 이상의 셔틀버스도 운영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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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씨의 영어학원은 주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당시 학원의 운영 모습을 찾아본 결과, 2009년 가을의 할로윈 행사 때 어림잡아도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찍힌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4,5,6세 반과 초등반 등 다수의 반을 운영했던 이 학원에는 적어도 수십 명의 학생들이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 수강료를 70만 원으로 놓고 계산해 보면 한해 수입은 2억 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의혹 ②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 운영은 안 했다?

유일호 후보자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배우자 함 씨가 “영어학원의 대표로 이름을 올렸을 뿐, 실제로 운영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득이 별로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후보자의 말과 달리 취재를 진행할수록 배우자 함 씨가 학원 운영에 적극 관여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함 씨는 2010년 영어학원 졸업식에 참석하는 등 줄곧 영어 학원 원장의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2004년부터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을 ‘조인 잉글리쉬 스쿨 운영자'라고 스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함 씨가 평창동 외에도 송파구 오금동에서도 또 다른 영어 학원을 운영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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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씨와 같은 오금동 건물에서 학원을 운영했던 한 원장은 “여자 원장님(유 후보자 배우자 함 씨)을 보고 아이들이 많이 왔다. 한 층 전체를 썼으니까 이 정도 크기면 학생이 100명 이상은 된다고 보면 된다. 최소 60명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법인 형태로 운영된 평창동과 오금동 학원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함 씨는 1998년부터 2012년 사이 두 학원의 법인 대표와 감사로 있었다. 특히 평창동 학원의 경우 함 씨는 2008년 이후 유일한 법인 대표였고, 유일호 후보자 역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 학원 법인의 감사를 맡았다. 그러나 유 후보자는 200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에 배우자 함 씨의 법인 재산은 전혀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일호 후보자는 “배우자가 (학원의) 주인이 아니다. 아무 지분이 없으니 재산도 없다"고 해명했다.

의혹 ③ 지역구 위탁 사업에 배우자 설립 법인 선정, 특혜 있었나

2010년 3월, 유 후보자의 배우자 함 씨는 ‘영어도서관문화운동’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대표를 맡았다. 함 씨가 법인을 설립할 당시 출연한 재산은 6천500만 원. 그러나 유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할 때 배우자 재산 내역에서 이 출연금을 누락시켰다. 공직자윤리법 상 비영리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다른 등록과 구분해 따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법인의 이사들은 주로 유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조세연구원에서 유 후보자와 함께 근무한 현 모씨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STS반도체 사외이사로 함께 활동한 박 모씨, 2010년 법인 설립 당시 KBS 국회출입 기자였던 김 모씨, 서울대 경제학과 75학번 동기인 김 모씨 등이 이 법인의 이사로 참여했다. 이 법인의 한 이사는 “대표인 함 씨는 잘 모르던 사이였다. (유 후보자가) 소개해 법인 설립 당시 배우자 함 씨로부터 설명을 듣고 참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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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이 법인은 송파구청이 관리하는 영어도서관 위탁업체로 선정됐다. 이후 지금까지 송파구청은 이 법인에 매년 2억 원 가량을 위탁운영비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도서관의 위탁업체 선정 과정을 확인해 본 결과, 함 씨가 대표로 있던 법인이 단독 응찰해 계약을 따낸 걸로 드러났다.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던 것이다. 관련 법은 계약 금액이 5천만 원 이하인 경우에만 수의 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위탁 업체 선정 심사위원장이었던 송파구 부구청장은 유일호 후보자와 서울대 상대 75학번 동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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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취재에 들어가자 ‘영어도서관문화운동’ 측은 이사진과 사업내역 등을 공개했던 홈페이지를 돌연 폐쇄했다.

송파구는 유일호 후보자의 국회의원 지역구다. 송파구청으로부터 계약을 따내고 열렸던 영어도서관 개관식에도 유일호 후보자가 참석했다. 취재진은 배우자가 대표로 있던 법인이 송파구 영어도서관 위탁 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유 후보자에게 수 차례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유 후보자의 보좌관은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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