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 연구자 '가짜 학회' 출장비 14억 원 회수 추진

2018년 12월 20일 15시 32분

지난 7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보도로 와셋(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WASET) 등 이른바 ‘가짜 학술대회’에 국내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진상조사를 벌여온 정부가 ‘가짜 학술대회' 참가 등에 부정집행된 연구비 14억여 원의 회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19일 국제 협업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가짜학문' 제조 공장의 비밀'을 통해 한국인 교수들과 연구자들이 지난 십여 년 동안 가짜 국제학술단체가 운영하는 학술지와 학술대회에 모두 4천여 차례에 걸쳐 참여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어서 와셋 이외에도 오믹스(OMICS International),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World Research Library) 등 여러 가짜 해외학술단체를 이용해 정부나 대학의 공적 연구비로 해외여행을 하고 부당하게 연구 실적을 쌓아온 국내 연구자들의 실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 및 4대 과기원 연구자 400명 '가짜 학회' 출장비 14억 5천만 원 집행…소명 후 회수 추진

오늘(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정부출연연구원과 4대 과학기술연구원(KAIST, GIST, DGIST, UNIST) 1차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구자 398명이 지난 5년 간 와셋과 오믹스 등 ‘가짜 학회' 주최 학술대회에 참석해 고의적으로 14억 5천만 원 가량을 부정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들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소명을 받아 연구비 부정집행 사례가 확실한지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정당한 사유로 소명되지 않는 경우, 부정집행으로 보고 출장비를 모두 회수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월 12일 와셋과 오믹스 주최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된 21개 출연연 소속 연구원 251명을 대상으로 연구자 직무윤리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이들 중 249명에 대해 인사 조치를 한 바 있다. 징계 대상 연구자 249명 중 218명(86.9%)에게는 주의(1명)와 경고(217명) 조치가, 30명(12%)에게는 견책⋅감봉이, 2명에게는 정직⋅강등⋅해임(0.8%) 조치가 진행됐다. 정부는 또 이들에게 국가 R&D 사업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가짜 학회' 참석은 연구비 부정집행으로 분류 … 부정집행된 모든 과제 기간 합산한 만큼 참여 제한

과기정통부는 또,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 R&D 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교육부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고의적인 ‘가짜 학회’ 참가를 포함한 위조, 표절, 중복게재 등의 연구부정 행위를 제재 심의 대상으로 명문화하고, 제재 수위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발표에서 2번 이상 ‘가짜 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을 ‘악의적인 연구비 부정집행' 사례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구비 부정집행이 발견되는 모든 연구 과제 각각에 대해 향후 국가 R&D 과제에 참여하지 못 하도록 하는 참여제한 기간을 부과하고, 이 기간들을 합산해 최종 처분하는 등 제재 수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국가 과제 참여제한 기간을 연구비 부정집행의 고의성에 따라 과제당 최대 5년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국가 과제 2건을 이용해 와셋의 베니스 학술대회에 등록해놓고는 실제 대회장에 나타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던 한승훈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같은 경우는 최대 10년까지 국가 과제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연구자들이 실수로 가짜 학회에서 주관하는 학술대회에 한 번 참석하거나 연구비 집행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규정 위반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고의성이 없는 단순 ‘연구비 부정적집행' 사례로 구분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향후 국가 R&D 과제 참여는 제한하지 않고 부적절하게 집행된 연구비만 회수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또 연구비 부정집행 사례에 대한 환수금 납부 책임을 부정집행이 발생한 연구 과제의 발주 기관에 두고, 환수금이 체납될 경우에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 징수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가이드라인의 법제화를 위해 2019년 6월까지 연구 부정행위 제재 조치에 대한 행정규칙을 제정할 계획이다.

취재: 김지윤, 신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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