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8년 전인 2017년 1월 7일 <촛불 2017 “죽 쒀서 개 주지 말자”>라는 제목의 신년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혁명 국면에서 검찰권력과 기회주의 기득권 정치세력이 슬그머니 권력의 공백을 메우고, 시민이 쟁취한 역사적 성과를 가로챌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때 우려는 현실이 됐다.
▲ 지난 3일 밤 10시 30분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을 ‘척결’ 또는 ‘처단’(윤석열 계엄 담화문에서 채집한 단어다) 하자는 국민적 열망이 타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종말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8년 전 그 불길한 예감이 다시 떠오르는 건 왜일까? 단순 예감은 아니다. 이미 조짐이 있다. 검찰이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모두가 알다시피 윤석열 정권을 떠받치는 세력이다. 윤석열 김건희 권력의 핵심 중추다. 그리고 현 정권의 ‘무력 부대’다. 그 검찰이 오늘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의 입장 발표와 함께 드디어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오늘(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정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교롭게 검찰은 오늘 ‘윤석열 내란’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박세현 서울고검장이 본부장을 맡았고,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이찬규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 등 검사 20명과 수사관 30명을 배치했다. 또 군검찰 수사인력을 파견받겠다고 한다. 본부는 서울동부지검에 설치한다.
검찰의 특별수사본부 구성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공개적으로 윤석열 직무정지 입장을 밝힌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등도 ‘윤석열 내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120명 규모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수사에 착수한 걸로 전해진다.
검찰은 ‘윤석열 내란’ 사건을 수사할 자격이 없다
이런 움직임을 보며 몇 가지 짚어보려고 한다.
첫째, 검찰은 ‘윤석열 내란’ 사건을 수사할 자격이 없다. 검찰은 윤석열 검찰정권의 주축이고 친위쿠데타까지 일으킨 ‘내란 수괴 윤석열’의 공범이다. 주가조작 등 범죄 혐의가 확실한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고, 지난 2년 반 동안 오로지 자신들의 상관이었던 윤석열의 정적 처단을 위해 몸을 던졌다. 윤석열의 심기 경호를 위해 정치와 언론을 탄압한 주체도 바로 검찰이다. 무려 10명 넘는 검사를 투입해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이라는 터무니없는 죄를 날조한 뒤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하고 재판에 넘긴 게 생생한 증거다. 기소 죄명은 결국 윤석열 ‘명예훼손’이다.
‘윤석열 내란’ 사건 수사 검찰을 진두지휘하는 법무부장관이 바로 이번 사건 핵심 수사대상이라는 점도 문제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논의된 국무회의(12월 3일) 참석자다. 당시 자리에서 박성재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역할은 무엇이었는지가 규명돼야 하고, 당연히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그 동안 제식구 감싸기를 핵심 생존전략으로 삼으며 몸집을 키웠다. 정치권력과 손을 잡아 권력을 키웠고, 급기야 윤석열을 앞세워 스스로 권력을 잡았다. 또 그렇게 만든 권력을 지키는 일에 몰두했다. ‘윤석열 내란’의 시작점이 바로 검찰이다. 그런데 그것을 자기 손으로 수사한다고 한다.
이 경우 결론은 두 가지다. 덮어주거나 적당히 봐주는 것, 아니면 윤석열을 제물 삼아 쳐내고 ‘역시 검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검찰권력을 새롭게 강화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검찰은 ‘윤석열 내란’ 수사를 할 자격이 없다.
둘째, ‘윤석열 경찰’도 ‘윤석열 내란’ 사건을 수사할 자격이 없다. 당장 조재호 경찰청장은 물론, 윤석열의 술친구로 알려져 왔던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윤석열 내란’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군과 손잡고 불법적으로 국회 장악을 시도했다.
경찰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사실상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첨예한 정치적 난관을 뚫고 검찰의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경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각종 조치가 이뤄졌지만, 그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보여준 무능, 그리고 이후 수습과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무책임, 비상식적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조직 장악 시도에도 ‘찍소리’ 못한 게 바로 경찰이다.
특히 경찰을 지휘하는 행안부의 장관 이상민은 ‘윤석열 내란’의 주요 공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상민은 어제 국회 행안위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마음만 먹었으면 국회를 장악할 수 있었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위법하고 위헌적인 발언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행태를 봤을 때, 경찰은 ‘윤석열 내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힘들다.
국민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이 수사해야 한다.
오늘 국방부는 군 수사 인력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파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제 국방위에서 “군 검찰을 동원해 김용현 전 국방장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 수사에 즉각 나서라”는 목소리가 의원들에게서 터져 나왔는데, 기껏 내린 결정이 검찰에 수사 인력 파견, 수사 협조다.
국방부는 이번 ‘윤석열 내란’을 모의, 방조, 실행, 은폐한 핵심 조직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윤석열 내란’을 건의한 사람이고,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등이 ‘윤석열 내란’에 동조한 혐의로 이미 수사대상에 올랐다.
‘윤석열 내란’은 현직 대통령이 벌인 친위 쿠데타다 내란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수십년 피를 흘려 다져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하룻밤에 무너졌다.
‘윤석열 내란’ 사건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무런 고려 없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철저히 처벌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수사 기관들이 나서 떡고물 챙기듯 끼어들 사건이 아니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상설특검이든 특검이든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특별 기관이 주체가 돼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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