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 문체부, 26억의 공감

2017년 02월 16일 16시 28분

문체부가 발행하고 언론이 쓰는 정책 홍보지 <위클리 공감>

뉴스타파 6기 연수생 A팀
김도연 김도희 김상훈 이춘희 장종식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와 같은 "대통령의 비유적 표현은 직접적인 표현에 비해 국민들 기억에 오래 남고"
"평화통일 기반 구축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피해자 요구 사항에 가장 근접"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가치 수호" "역사교육 정상화, 통합진보당 해산…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사회 구현"

앞서 언급된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정책홍보를 위해 발행한 주간지 <위클리 공감>에 실린 기사다.

<위클리 공감>은 ‘대한민국 정책정보지’로, 정책홍보를 총괄하는 문체부 국민소통실에서 발행하고 있다. 매주 3만 부가 배포되어 주민센터, 우체국, KTX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클리 공감>은 ‘정부 정책을 빠르고 쉽게 알리기 위해 무료로 배포하는 주간지’로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위클리 공감>은 창간 이후 수차례 객관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정책 홍보보다는 정권 홍보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4대강 사업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해, 2011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4대강 홍보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세금으로 언론이 만드는 정책 홍보지

▲ <위클리 공감> 389호(제작협력: 조선뉴스프레스)
▲ <위클리 공감> 389호(제작협력: 조선뉴스프레스)

<위클리 공감>은 제작 외주를 통해 발행된다. 현재 제작협력사는 <월간조선>, <주간조선> 등을 간행하는 조선일보 계열사인 조선뉴스프레스다. 언론중재법 제2조 제12호에 따라 ‘언론사’로 분류되는 정기간행물사업자다.

제작협력의 의미를 문체부에 문의하자 조선뉴스프레스 소속 기자가 ‘위클리 공감 기자’로 활동하며 기사를 작성하고 문체부에서는 사전 기획과 최종 검토만 담당한다고 답했다.

코리아 플러스2004년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5년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6년네오메디아
2007년서울신문사
2008년중앙일보엔터테인먼트&스포츠
위클리 공감2009년동아E&D
2010년동아E&D
2011년조선뉴스프레스
2012년조선뉴스프레스
2013년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14년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15년동아일보사
2016년동아일보사
2017년조선뉴스프레스
2018년조선뉴스프레스

▲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코리아 플러스>와 <위클리 공감> 외주제작업체

국정 홍보지의 제작을 외주로 맡기는 관행은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위클리 공감>의 전신인 <코리아 플러스>가 창간된 2004년 이래,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언론사에서 제작 외주를 맡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로는 조선, 중앙, 동아 세 언론사와 그 계열사만이 수주에 성공했다.

문체부는 전문 인력이 없으므로 외주 제작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책을 쉽게 풀어주는 잡지라면 정책 입안자인 공무원이 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질문에는 "현장취재도 해야 하고 공무원이 하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정부간행물도 모두 외주 제작을 하고 있고 자체 제작하는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사에 외주를 주며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돈이) 얼마나 된다고 언론사들이 거기에 흔들리냐"며 선을 그었다.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채영길 교수는 "언론사는 국가와 절대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며 "국가와 언론이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주요 대형 언론사들을 사전에 입찰 자격 조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문체부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2014년 중앙일보시사미디어는 호당 제작 예산 2천 2백만 원가량으로 2년간 약 21억 원을 받았다. 2015년~2016년 동아일보사는 호당 제작 예산 2천 4백만 원가량으로 2년간 약 23억 5천만 원을 받았다. 조선뉴스프레스가 제작을 맡게 될 2017~2018년도 호당 제작 예산은 2천 5백만 원가량이다. 2년간 약 26억 원이 조선뉴스프레스에 지급될 예정이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외주제작을 맡은 언론사에 총 120억 원가량이 지급된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언론에 외주 제작을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언론사가 정부 홍보대행사, 외주 제작사로 전락했다"며 "언론의 생명인 공정성과 객관성, 언론의 존재가치인 견제와 감시하는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부서가 다르니 문제가 없다?

조선뉴스프레스는 2016년 말 <위클리 공감>의 외주 제작을 수주한 후, 제작팀을 구성했다. 구성원에는 자사 기자인 백 모, 이 모 기자가 포함되었다. 두 기자는 <월간조선> 2017년 1월호에 기사를 실었고 같은 달 <위클리 공감>에도 ‘위클리 공감 기자’로 이름을 올렸다.

▲ 백 모 기자가 <월간조선> 1월호와 <위클리 공감> 389호에 쓴 두 기사
▲ 백 모 기자가 <월간조선> 1월호와 <위클리 공감> 389호에 쓴 두 기사

백 모 기자는 <월간조선> 1월호 ‘고물상 아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누구인가?’ 기사에 황 권한대행의 경력과 가족사, 대권 의지를 담은 바 있다. 같은 달 <위클리 공감> 389호(2017. 1. 23)에는 ‘한반도 주변 정세 점검·일자리 예산 집중, 외교안보·경기회복 두 토끼 잡기 총력’ 기사를 통해 황 권한대행의 국정 챙기기를 다뤘다.

새로운 인력으로 구성하지 않고 자사 기자를 정책 홍보지 담당 부서로 발령하는 것에 대해 조선뉴스프레스 측은 <월간조선> 기사는 12월에 쓴 것이고 그 후에 발령을 받아 <위클리 공감> 신년 첫 호 제작에 참여한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자사 인력 활용은 과거 제작을 맡았던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2016년 제작 외주를 맡았던 동아일보사도 자사 기자를 활용했다. 2015년 신동아 기자였던 최 모 기자는 2016년 <위클리 공감> 기자로 일했고, 외주 계약이 끝난 올해는 다시 신동아 기자로 발령받았다.

자사 인력 활용에 대해 문체부에 문의했지만, 경력 제한만 있을 뿐 그 이상 관여하지 않으며 이는 "회사의 문제"라 답할 뿐이었다.

언론 전문가들은 정부 홍보기사를 쓰다가 다시 정부를 비판하는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저널리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립된 언론사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회사뿐만 아니라 모기업도 특정 정책에 관해 이야기할 때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추정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은 감나무 밑에 언론 스스로가 들어가고 있다."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말했다.

또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위클리 공감>에만 기사를 쓴다고 할 수 없다. <월간조선>에 쓸 수도 있고, 조선일보로 갈 수도 있고, TV조선으로 갈 수도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를 받아쓰는 데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동물원에 갇힌 맹수들 같이 된다. 주어지는 것, 던져지는 것만 손쉽게 받아먹고 순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 했다.

국가 정책 홍보지가 편향된 홍보를 하고, 이를 언론사에서 외주 제작한다는 <위클리 공감>에 대한 비판은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작을 맡은 언론사는 2년간 26억 원이라는 세금이 흘러들어 가는 거래를 계속해왔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언론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문체부는 왜 이러한 거래를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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