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김만배 육성 담긴 미공개 '정영학 녹음파일' 전격 공개...김만배 "박영수는 형제, 윤석열도 안다"
② 2020년 12월 2일, 김만배·정영학 등 4명의 대화...지난 1월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엔 없는 내용
③ 김만배 "그래서 내가 박영수파 다 알지...나도 공수처 생기면 다 위험해. 모든 사람이"
④ 녹음파일 속 동석자 "형, 있잖아요. 검사들 이거 주면 되게 좋아해요"...검·언 유착 관련 대화도
뉴스타파는 어제(4일)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천화동인과 화천대유의 설립 자본금을 대주고, 김만배로부터 차명 지분을 받은 의혹을 보도했다. 오늘(5일)은 김만배가 박영수와의 인연을 늘어놓은 '미공개 녹음파일'을 공개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의 대장동 수사 증거기록 40,330쪽을 종합하면, 50억 클럽 멤버 6명 중 김만배와 가장 친한 사람은 박영수다. 김만배는 검찰 조사에서 "곽상도보단 박영수와 더 가깝다"며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말할 정도다. 천화동인 7호를 소유한 배성준 전 기자도 "김만배는 박영수와 제일 친하고, 그다음이 곽상도와 최재경 순"이라고 검사에게 진술했다.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가장 많이 언급한 법조인 중 한 명이 바로 박영수다.
오늘 공개하는 녹음파일은 지난 1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에는 없는 내용이다. 즉, 정영학이 녹음은 했지만, 녹취록에는 담지 않았다. 정영학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녹음파일만 녹취록으로 만들었다"고 검사에게 설명한 바 있다.
대신 검찰은 정영학이 제출한 녹음파일을 전부 글자로 풀었다. 오늘 공개하는 음성파일은 '검찰 버전 녹취록'에만 있는 내용이다.
녹음 날짜는 2020년 12월 2일이다. 정영학과 김만배 외에 남성 2명이 더 등장한다. 대화 내용을 보면, 녹취록에 남자1과 남자2는 현직 기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고위 법조인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형, 있잖아요. 검사들 이거(돈) 주면 되게 좋아해요", "공수처 생기면 다 위험해. 모든 사람이", "그니까 소위 말해 끈적끈적한 관계가 이제 형성이 안 되죠" 등 법조인과의 유착을 과시한다.
▲정영학 녹음파일(2020.12.2. 녹음). 기존에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에 실리지 않은 미공개 내용이다.
두 개의 '게이트' 언급한 김만배..."그래서 박영수와 형제가 된 거야"
이날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박영수와의 인연을 맺어줬다는 두 개의 사건을 언급한다. 자신이 이 두 사건을 특종 보도하면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인 박영수와 친해졌단 주장이다.
먼저,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 이 사건은 김홍수가 현직 법조인들에게 금품을 주고 사건 무마를 청탁한 법조 비리다. 현직인 조관행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등 파장을 일으켰다.
이듬해인 2007년엔 김흥주 로비 게이트가 불거진다. 이 사건은 김흥주 전 그레이스백화점 대표가 금융기관 인수를 돕는 대가로 금감원과 국세청, 정치권에 금품을 살포했단 내용이다. 김만배는 이 두 사건을 보도하면서 박영수와 호형호제하는"형과 아우"가 됐다고 말했다.
▲정영학 녹음파일(2020.12.2. 녹음). 이날 대화에서 김만배는 2006~2007년에 벌어진 두 개의 사건을 거치며 박영수와 '형제'가 됐다고 말했다.
남욱 "김만배는 뻥카도 있지만 실카도 있다"...18개월 만에 늑장 압수수색
이날 김만배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인연도 언급한다. 그는 "양승태는 되게 좋으신 분"이라면서 "비바크(산에서의 숙박)도 함께 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김만배를 전혀 모른다. 사기꾼의 입에서 이름이 언급된 것 자체가 불명예"라며 불쾌감을 나타낸 바 있다.
김만배와 관련해, 남욱은 2021년 10월 21일(4회)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뻥카(거짓)도 많지만 실카(사실)도 있으니까 제가 헷갈리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만배의 말에 과장과 허풍이 섞여 있단 얘기다.
그러나 남욱은 이튿날(5회) 조사에서 "김만배가 고위 법조인들과 친한 건 사실"이라면서 "솔직히 지금도 김만배에 대해서 검찰에서 진술하는 것이 겁이 납니다. 지금은 돈까지 갖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50억 클럽'의 경우, 실제 곽상도 측에 돈이 갔기 때문에 김만배의 '뻥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검찰은 2021년 10월부터 박영수가 대장동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복수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김만배가 화천대유·천화동인을 만들 때, 자본금을 댄 사람이 박영수였단 사실도 계좌 추적과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 박영수를 '형'이라고 부르며 50억 클럽 멤버 중 제일 친하다는 김만배의 주장까지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시작한 지 18개월이 돼서야 박영수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의 쇼(show)'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