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판, 검사들의 승승장구

2012년 08월 31일 05시 35분

강기훈씨는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증거는 불충분했고 검찰의 수사는 무리했습니다. 강기훈씨를 희생자로 만들었던 검사들은 현재 어떤 모습인지 뉴스타파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수사를 맡은 곳은 서울지검 강력부. 강신호 강력부장을 비롯해 투입된 검사만도 9명에 이릅니다. 올해 초 전국을 강타했던 민간이 불법사찰 재수사 사건 초기에 투입된 검사는 5명. 1991년 공안정국에서 검찰이 유서대필사건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이 사건부터는 검찰이 직접 먼저 주도적으로 나서서 했던 거예요. 왜냐면 안기부를 주게 되면 이게 무슨 정권의 조작이니 뭐니 음모니 이렇게 갈까봐, 검찰이 아예 딱 맡아서 걔네들이 주도해 가도록 권한을 줘버린 거죠. 그렇게 되니까 전혀 공안 쪽으로 다루지 않았던 강력계에 배당이 돼요, 이게.”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강력부 검사들 전부 다 있었고요. 수사관들은 제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뭐 한 검사 밑에 수사관들이 한두 명씩은 붙어 있지 않습니까. 적어도 한 명, 많으면 두세 명 붙어 있고. 나중에 협박하고 윽박 지르는데 서 있는 사람들이 검사는 안 보이고 수사관만 보이는데, 한 열 몇 명이 서서 있더라고요. 제 뒷수갑 채워놓고.”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담당 검사를 국과수에 보내 필적감정을 맡기고 의견을 제시할 정도였습니다.

[문서 감정관 유서대필사건 당시 국과수 근무] “그때 당시 좀 이례적이긴 한데 검사들이 직접 오고 간다는 거 그런 문제들이 있었어요.” (수사관들이 온 게 아니고요?) “수사관이 아니고 검사가.” (국과수를?) “네.” (직접 필적 감정을 의뢰하러?) “네. 네.” (보통 수사관들이 하지 않나요?) “수사관들이 하지. 검사들은 그러는(의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에요.”

이렇게 대대적으로 유서대필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찰. 당시 담당 검사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1991년 당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었던 김기춘 전 의원. 그는 이후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창상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이른바 7인의 멤버의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건을 지휘했던 사람은 강신욱 강력부장. 그는 이후 대법관까지 지냈고 지난 2007년에는 박근혜 캠프에서 법률지원 특보단장을 맡았습니다. 당시 주임 검사였던 신상규 검사는 검사장까지 영전한 뒤 현재는 동덕여대 이사장에 선임됐습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담당 검사들의 상당수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으로 그 활동 무대를 옮겼습니다. 91년 당시 임용 3년차의 막내 검사였던 남기춘 전 지검장. 그는 박근혜 후보의 정치쇄신 특별위원으로 참여해 이른바 클린 검증 소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영전해 가거나 그런 건 좀 들으셨어요?) “뉴스에 다 나오니까요. 뭐, 다 훌륭한 검사들이더만요. 뉴스에서 뵌. 절대로 그렇지 않거든요. 공명심에 부들부들 떠는 검사들이에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애들이고요. 무리한 수사가 축이고요. 주로 피의자나 참고인 윽박질러 가지고 하는 게 기본 기법이고.”

또 곽상도 검사는 초대 대구지검 서부 지청장으로 영전했고 지금은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총선 후보로 나선 경우도 있습니다. 역시 유서대필 사건에 참여했던 윤석만 검사. 그는 올해 총선에서 대전지역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에 신청했으며 지금은 박근혜 후보의 외곽 지원조직인 대전희망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또 임철 검사는 지난 8년 대구에서 한나라당 총선 후보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강신욱 전 대법관을 포함해 당시 수사검사 대부분이 부장검사 이상으로 승진했고 특히 이 가운데 다섯 명은 새누리당 등 여당에 들어갔습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되게 중요한 게 ‘검찰 공화국’이라고 얘기하잖아요.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갖기 시작한 사건이 ‘난 이거다’라고 봐요. 그때 했던 사람들이 승승장구해서 핵심 요직에 들어가요, 법조계에... 그리고 지금 대법관 하는 양창수, 양 대법관과 연결돼 있는 판사들이 법조계에 다 있고요. 이거는 법조계 치욕이에요. 검찰이나 사법부의 치욕인 거죠, 이거는...”

취재팀은 이들에게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에 대해 물어보려 했지만 모두 만남을 회피했습니다.

[사무실 직원 곽상도 측] “따로 드리실 말씀이 없다고 하시거든요.” (아 변호사님이요?) “네.” (저랑 통화를 원치 않으시는 건가요?) “네. 네.”

[사무실 직원 신상규 측] “특별한 말씀을 안 해 주셔가지고요. 연결시켜 달라고도 얘기 안 하셨어요.”

[사무실 직원 윤석만 측] “죄송한데요. 지금 자리에 안 계신데요.” (아 그래요?) “네.” (언제쯤 전화를 드리면 될까요?) “오늘은.. 안 들어오실 것 같은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그 사람들은 국민의 공복이 아닙니다. 공명심과 자기 입신, 이걸 위해서 저를 희생양으로 삼은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상당히 많은 검사들 중에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검찰 조직을 주도하고 있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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