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2021년 10월 4일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주관으로 전세계 600여 명의 언론인과 함께 프로젝트 결과물을 차례로 보도합니다. 국제협업취재팀은 트라이던트 트러스트, 알코갈, 아시아시티 트러스트, 일신회계법인 및 기업컨설팅(홍콩) 등 14개 역외 서비스업체에서 유출된 1190만 건의 문서를 입수해 취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타파는 지난 6월 몽골 전 총리 수흐바타르 바트볼드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 전 삼성물산 몽골지사장 정주영 씨 등 여러 한국인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정 씨 등 한국인 프록시, 즉 대리인을 조세도피처 유령회사 설립 등에 내세웠다는 게 핵심이다.
뉴스타파는 당시 몽골 정부가 바트볼드 전 총리를 상대로 미국과 몽골 현지 등에서 낸 민사소송 자료를 입수해 바트볼드가 해외로 자산을 반출하고 은닉하는데 동원된 페이퍼컴퍼니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판도라페이퍼스 파일에서 당시 소송 자료엔 없었던 정주영-바트볼트 관련 페이퍼컴퍼니가 추가로 나왔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튜더스빌(Tudorsville Limited)이라는 회사다. 대표적 역외 서비스 업체인 트라이덴트 트러스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주주와 이사로 정주영 씨 이름이 올라와 있다. 실소유주(Beneficial Owner)도 정 씨로 돼 있다.
▲바트볼드 전 몽골 총리의 프록시로 알려진 정주영 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튜더스빌(Tudorsville Limited)에 실소유주(Beneficial Owner)로 올라 있다.
2017년에 작성된 내부 문서를 보면 튜더스빌은 개인 투자회사이며, 해외 주식 투자가 목적이라고 적혀 있다. 자금 출처는 주주, 즉 정 씨의 출자금이며 회사 자산은 미화 50만 달러로 기록돼 있다.
▲2017년 트라이덴트 트러스트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튜더스빌은 개인 투자회사이며 해외 주식 투자가 목적이라고 적혀 있다. 자금 출처도 정 씨의 출자금이라고 돼 있다.
겉으로 보면 바트볼드 전 총리와는 관련이 없는 정 씨의 개인 투자 회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2018년 작성된 문서를 보면 자금 출처 중 하나로 ‘미드링크 인터내셔널’(Midlink International Limited) 이사 급여’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미드링크는 정 씨가 주주로 올라 있는 또 다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으로, 정 씨와 함께 몽골 정부에 의해 피소된 업체 중 하나다.
▲2018년 트라이덴트 트러스트에 제출된 문서에는 튜더스빌의 자금 출처가 정 씨가 미드링크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의 이사로 재직한 급여라고 적혀 있다. 미드링크는 정 씨가 주주로 올라 있는 또 다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으로, 정 씨와 함께 몽골 정부에 의해 피소된 업체 중 하나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자료에 따르면, 바트볼드 전 몽골 총리는 정 씨 등 여러 한국인 이름을 빌려 몽골에 수십 개의 유령회사를 세우고, 구리 등 몽골의 광물을 거래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유령회사 명의로 런던과 뉴욕의 부동산, 태국 휴양지 리조트 등을 매입하는데 들어 갔다. 이 미드링크 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컴퍼니는 이 같은 거래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취재진은 튜더스빌 관련 문서에서 바트볼드와 관련한 흔적을 추가로 발견했다. 튜더스빌의 비서역인 앤드류 버긴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다국적 광산업체 아이반호가 바트볼드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의혹에 연루됐다.
튜더스빌의 주주 명부에는 정 씨와 함께 제이드피스 그룹(Jadepeace Group Limited)이 주주 등으로 나와있다. 이 회사도 아이반호가 바트볼드에게 리베이트를 건넬 때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튜더스빌을 단순히 정주영 씨의 개인 투자회사로 보기엔 바트볼드 관련 흔적이 너무 많다.
▲튜더스빌의 주주 명부에는 정 씨와 함께 제이드피스 그룹(Jadepeace Group Limited)이 주주 등으로 나와있다. 이 회사도 아이반호가 바트볼드에게 리베이트를 건넬 때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는 정주영 씨와 바트볼드 측에 튜더스빌과 두 사람의 관계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나 정 씨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바트볼드 측은 정 씨 이름으로 된 법인의 설립 경위나 자금 출처 등은 바트볼드가 답할 내용이 아니라고 알려왔다.
의원직을 유지하며 몽골 내에서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바트볼드 전 총리는 몽골 정부 기관이 자신을 상대로 낸 소송은 정치적 음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 6월 뉴스타파 보도가 나가자 그의 반론을 반영한 부분을 황당하게도 정정보도라고 왜곡해, 몽골 현지 매체를 대상으로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몽골 일부 매체는 바트볼드 관련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 게재하고 취재진을 인터뷰해 내 보내는 등 바트볼드 관련 의혹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몽골 정부 요청으로 바트볼드의 자산 해외 도피 의혹을 조사한 세계적 민간 조사업체 K2인테그리티의 공동설립자이자 회장인 줄스 크롤은 바트볼드 같은 권력자들이 전세계 조세도피처의 역외 시스템을 악용해 자신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있고, 가상화폐같은 재산 은닉 수단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차원에서 더 강력하고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