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3회] 대학등록금 : 등심위 실태

2012년 02월 10일 06시 22분

지난해보다 2%에서 3%. 올해 각 대학들이 결정한 등록금 인하 폭입니다. 심지어 일부 대학들은 수업 일수를 줄이거나 장학금 대상을 축소 또는 변경해 등록금 인하 효과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이우선 한양대 국문과 3학년]
“도대체 왜 우리 장학금이 이렇게 감면돼야 되는지 학교를 다니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정말 답답합니다.”

한 해 천만 원을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은 어떤 절차를 걸쳐 결정된 걸까.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을 개정해 대학들이 등록금을 결정할 때 학교 교직원과 대표들이 참여하는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습니다. 등록금을 적정하게 결정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규정한 것은 대학 측의 일방적 등록금 인상 횡포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이 등심위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뉴스타파 취재진은 최근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열린 대학들 사례를 점검해 봤습니다.

먼저 이화여대.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4차례 열렸지만 학생들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은 가운데 35% 인하 안이 결정됐습니다.

[정나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학교 위원들로만 데리고 등심위를 연 거죠. 등심위 개최 자체가 등심위원 과반수 이상이 참석하면, 등심위 개최로 인정이 되요. 동수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여기서부터 학생이 등심위 안 들어가도 학교는 등심위를 열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거죠.”

등심위에 참여하는 학부모나 외부 전문가도 학교가 일방적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학생위원 K대 등록금 심의위원회]
“‘(등록금) 인상만 아니면 난 된다.’ 이 얘기가 학부모 의견을 대표하지 못하고요. 선정 과정에서도 여러 학부모들 여러 학생들 대외적으로 알 수 있게 홍보가 전혀 되지 못했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했거든요. 선발과정에서도 문제가 있고.”

뉴스타파 취재팀이 입수한 서울지역 한 사립대의 올해 교비 회계 수입과 지출표입니다. 수입에서 가장 늘어난 것은 국가 장학금, 즉 국고지원이었습니다. 지출은 예비비의 경우 지낸해보다 8배. 토지매입비는 50배나 높게 책정했습니다. 장부상 지출 규모를 늘려 등록금 인하 여지를 줄이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세대의 경우도 예산을 과다 편성해 등록금에 그 부담을 전가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이대건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80억 편성해 놓고 56억 쓰고 59억 쓰고 이렇게 됐거든요. 집행률 자료 갖다 놓고 ‘이만큼 안 쓰지 않았냐. 56억, 59억인데 왜 100억이냐.’ 라고 했어요. ‘줄여라’라고 했는데, (학교 측은) ‘그런 부분에서 줄일 수 있는 거는 저희가 당연히 해봐야겠지만’하면서...”

등록금 회의록 공개도 형식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등심위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고려대의 경우 한 장 짜리 회의록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학생들에게 그 결정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수준입니다.

[안태호 고려대 3학년]
“학교에서 뭐가 결정이 나면, 결정이 나는 과정 같은 거는 보통 총학이나 총학생회장이나 이런 쪽하고만 소통을 하지. 저희한테는 결과가 정해진 다음에 회의 결과만 나오기 때문에 저희가 학교에서 총장님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저희가 알 수가 없죠.”

학교 측 등심위원들이 학생위원들을 고압적인 자세로 대하거나 심지어 꾸짖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상진 한양대 등록금심의위원회 학생위원]
“교수님들이고 학생이다 보니까 그 자리에서는 동등한 등록 금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존재해야 되는데 교수님들이 가끔 잊으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고함도 치시고, 어떤 때는 반말도 하시고. (학생들이) 외부인사만도 못한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등록금 책정이 자꾸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감사 대상 35개 대학 가운데 10개 대학이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거나 위법하게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5개 대학의 등록금 심의위원회 구성도 교직원이 44.6%인 반면 학생은 36.4%에 불과해 교직원 위주로 등심위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최희윤 국민대 3학년]
“어떻게 보면, 갑이면서도 을이에요. 저희 돈이 70. 80%가 저희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러면 분명히 갑이잖아요. 그런데 권한을 보면, 을도 이런 을이 없어요. 갑을 관계로 봤을 때.“

특히 고등교육법 11조 3항은 학교설립자, 경영자는 등록금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 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학교가 등심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상진 한양대 등록금 심의위원회 학생위원]
“어떤 강제성을 띄는 기구가 아니에요. 정부 법안상으로도 심의권만 있고, 의결권은 없고, 등록금 책정에 대한 권한이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등록금 책정에 대한 어떤강제성도 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등심위 자리에서도 보면, 교직원 대표측에서는 좀 버티면 시간을 끌면 등록금 고지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시간을 노리고 버티는 경향도 있고요.”

뉴스타파 취재팀은 등심위 부실운영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대학들은 대답을 회피하는데 급급했습니다.

[담당자 Y대학교등록금 부서]
“관련되는 사항은 저희가 오늘 다른 부서와 회의가 있어요. 12시에. 그래서 홍보팀. 홍보팀에서 자세히 여쭤보시면...”

[관계자 H대 총장실]
“홍보팀 통해서... 약속 안 되고 이렇게 하시면 안 돼요.”
(총장님 잠깐만요.)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담당자 H대학교 홍보팀]
“홍보사안이면 저희가 관여를 하는데.”
(여기선 또 홍보팀에 물어보라고 하고...)
“기자분들이 오셔서 어떡하냐고 물어본 거고요.”

이 같은 등심위 파행 운영에는 교육과학 기술부도 한몫을 했습니다. 교과부를 직접 찾아가 등심위 지도감독 실적을 물어봤더니 단 한 곳의 대학도 제재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고영훈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장학과]
“제재를 하지 않고 등록금 심의위원회 구성운영을 적정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오류 대학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이 등록금 심의위원회 관련법을 위반하거나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아도 별 다른 제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고영훈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장학과]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위반시에는 어떻게 하겠다고 돼 있는데, 등록금 심의위원회 구성 운영에 대해서는 제재에 대해서 아직까지 얘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5년 전 반값 등록금 공약을 처음 들고 나왔던 국회의원은 지금 교육부의 수장이 됐지만 반값 등록금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 2011년 6월 13일 영상

[안민석 민주당 의원]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장관은 반값 등록금 약속한 적 있나요? 없나요?)
“교육비 부담 반으로 줄이기 제가 팀장을 했고.”
( 그 말이 반값 등록금 아닌가요?)
“그 안이 약칭 반값 등록금으로 향해서.”
(반값 등록금 약속을 한 적은 있는 거죠?)
“그렇게 설명을 드리는 전제하에서 그렇습니다.”

[기획처장 H대학교]
“반값이니 뭐니 그래 가지고 기대치를 너무 높여버렸어요. 상식적으로 이거 무슨. 경제라는 게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반값 이런 얘기라...”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한 대통령과 정부 여당. 관련법도 무시하고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대학 당국. 이 틈바구니 속에 학생들만 여전히 막대한 등록금 부담을 지고 또 다시 새학기를 맞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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