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테러', 한미동맹을 찔렀나?

2015년 03월 10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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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이 테러당했다종북, 한미동맹을 테러하다한미동맹 찌른 종북테러

리퍼트 미국 대사가 한 극단주의자의 공격을 받은 지 하루 만인 지난 3월 6일 우리나라의 3대 보수일간지의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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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이 테러당하고 찔려서인지 한미동맹의 주인공인 우리나라는 이번 사건으로 온통 난리법석입니다. 사건의 당사자인 리퍼트 대사와 김기종 씨에 관한 기사가 하루 수백 건씩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은 어땠나?

한미동맹의 또 다른 주역인 미국 언론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들은 김기종 씨를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사건 발생 당일인 3월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주요 언론을 살펴봤습니다.

매체기사 건 수피의자 지칭
 NBC NEWS4 a man with anti-war views
 ABC NEWS8 Korean nationalist
 CBS NEWS3 anti-U.S. activist
 FOX NEWS6 anti-U.S. activist
 CNN8 progressive activist, nationalist
 NEWYORK TIMES4 anti-U.S. activist, nationalist
 WASHINGTON POST4 anti-U.S. activist

일단 기사 건수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사건 당일과 다음날 긴급 뉴스로 다수의 기사가 나온 것을 감안하면 미국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을 우리 만큼 많이 끌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공격을 감행한 김기종 씨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주로 ‘반미 활동가’ 또는 ‘민족주의자’로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이 언급한 ‘종북’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 리퍼트 대사가 공격을 당한 것에 대해 ‘공격당하다(attacked)’, ‘자상을 당하다(slashed)’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 테러라는 단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 미 CNN 긴급뉴스 화면
▲ 미 CNN 긴급뉴스 화면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사건 당시 ‘폭력 행위(a act of violence)’라고 했을 뿐입니다.

방송도 담담하게 자국 대사의 피습 소식을 전했습니다.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가 가장 격정적(?)으로 보도했는데 “끔찍한 일”이라면서 얼굴을 잠시 찡그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전하는 미 폭스뉴스 화면
▲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전하는 미 폭스뉴스 화면

미국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 언론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떻게 ‘주재국의 미국 최고 외교관이 무방비로 공격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보안과 경비 조치에 관한 부분입니다. 즉, 칼을 든 괴한이 근접해서 다가서는 동안 왜 아무런 저지도 이뤄지지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 국무부는 사건 다음날인 지난 6일(현지시각) ‘1.한국은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으며 치안이 매우 뛰어난 안전한 나라이다. 2.사건 당일 비무장 경호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3.경호 상에 규정 위반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다른 나라의 미국 대사관에까지 경비태세 강화를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미 언론의 김기종에 대한 보도 태도는?

미국 언론들은 김 씨가 이전에도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져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하기도 했다는 전력을 소개하면서 그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미 주요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항입니다. 그가 종북이라느니 한미동맹을 찔렀다느니 하는 기사는 없습니다. 그저 무모한, 정신나간, 폭력주의자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 미 NBC 나이트뉴스 화면
▲ 미 NBC 나이트뉴스 화면

이에 반해 한국의 보수 언론은 김기종 씨에 대해 사건이 발생하자 마자 온통 종북 뒤집어 씌우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사고 첫날부터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공격’이라면서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를 말했고, 검찰과 경찰은 김 씨의 10년 전 방북과 최근 1년 간 통화내역까지 ‘탈탈’ 털고 있습니다.

권력자와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병문안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마치자 마자 리퍼트 대사의 병실을 찾았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 그리고 여야 대표 등등이 병문안을 했습니다. 심지어 코레일 최연혜 사장까지.

미국의 언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국의 반응은 존 케리 국무부 장관과 리퍼트 대사의 오랜 친구인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정도입니다. 그것도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를 빈다는 것과 보살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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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국 주요언론에도 ‘한국인이 어떻게 최고 우방국인 미국의 대사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 ‘한미동맹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식의 기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부채춤과 발레에, 석고대죄 단식까지 하고 있는 일부 시민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말입니다.

다만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0일 서울발로 ‘리퍼트 대사 피습에 대한 한국의 갈라진 반응’이란 기사에서 연세대의 미국인 교수 존 딜러리의 말을 빌어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개별적인 사건(isolated incident)’을 종북몰이에 연계시켜 지나치게 정치화시키고 한미동맹 지지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

진정 한미동맹이 걱정된다면 동맹 파트너인 미국의 여론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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