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기자 인터뷰 "한국산 전자개표기는 부정선거와 관련없다"
2024년 12월 19일 20시 00분
지난 22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 이후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은퇴한 원로 천주교 신부 한 명의 발언을 문제삼아 지상파 방송과 보수신문, 그리고 대통령과 새누리당 인사들이 한 목소리로 발언의 주인공 박창신 신부를 종북신부로 몰아세우고 있다.
급기야 보수단체의 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원로 신부 한 명의 발언이 국가를 위태롭게 만들만한 위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언론과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떤 것이든 한 국가의 여론을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데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예전에는 권언유착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권언동일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면서 지난 74년 지학순 주교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연행됐을 때와 같은 공포정치가 부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대적인 ‘종북몰이’ 공세가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트윗글 121만 건을 공소장에 추가한 지난 21일 이후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와중에 여권은 야당이 제안한 특검을 거부했고, 국회에서는 감사원장의 임명동의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현 집권 세력과 주류언론의 연이은 종북몰이와 여론조작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종교계의 시국선언은 대통령 사과에서 대통령 사퇴요구로, 천주교에서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앵커멘트] 지난 주 검찰은 국정원의 대선 및 정치개입 트윗글 120만 개를 추가기소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끌어오르는 순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가 시국 미사를 열었습니다. 사제들은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언론이 주목한 것은 한 원로신부의 nll관련 발언이었습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마치 짜고 치기라도 한 것처럼 신부의 발언을 문제삼아 이 원로 신부를 종교의 탈을 쓴 종북세력으로 매도했고, 급기야 대통령과 총리까지 혼란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새누리당이나 보수언론 의제에서 다시 사라졌습니다.
최기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2일 저녁 군산의 한 작은 성당.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가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습니다.
종교계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사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기 때문에 언론사들도 성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녹취: 송년홍 /수송동 성당 주임신부(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대표신부)] “여기 써있습니다. 빨간 걸로.” (사퇴) “이 딱 두 단어 때문에 이 난리가 났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해 침묵하는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성명] “선거를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고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기도회와 시국미사를 계속할 것이며 더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님을 선언할 것이다.”
이어진 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강론을 통해 종북몰이를 이 시대의 징표로 꼽았습니다.
[녹취:박창신 신부] “우리는 시대의 징표를 한 번 보자는 거에요. 첫째 이 시대의 징표중에 제일로 화나는 것 있습니다. 종북몰이에요. 종북몰이. 노동자와 농민문제입니다. 이들의 권리를 정말 찾아주자. 이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정책을 해보자. 하면은 그게 무엇이 되는지 아십니까 여러분? 빨갱이에요. 노동자 운동하면 빨갱이, 농민운동하면 빨갱이”
정부가 천안함과 NLL을 종북몰이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마지막에 연평도포격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녹취: ] “여러분 예를 하나 듭니다. 독도는 어디 땅이에요. 우리땅이죠?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해가지고 독도에서 훈련하면 어떡해야되요 대통령이? 쏴버려야지, 안쏘면 대통령 문제있어요. NLL, 문제있는 땅에서 한미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요) 이 양반이 국가보안법에 걸리네.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포격 사건이에요. 그래갖고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가지고 지금까지 이 난리를 치르고 선거에 이용하고 한겁니다.”
전체 강론 20분 가운데 마지막 2분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11월23일MBC 뉴스데스크] “첫 소식입니다. NLL 넘으면 쏴야한다고 말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정치단체라도 된 것인양 보도합니다.
[11월23일 KBS 9시뉴스] “FTA 반대 등 시국현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긴장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입을 맞춘 듯 새누리당이 거들기 시작합니다.
[11월2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이혜훈 최고위원] “종북을 종북이라 말하지 말라는 그 분들이야말로 도대체 어느나라 국민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11월2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최경환 원내대표] “종북세력과 똑같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갈등조장과 국론분열에 앞장서 앞장서고 있어 놀람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천안함 정부발표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종북이란 말도 나옵니다.
[11월2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심재철 최고위원] “천안함 폭침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북한 편을 들고 있으니 종북이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하겠습니까?”
청와대 홍보수석은 조국이 어디냐고 물었고 종교의 탈을 쓴 종북세력. 혁명전사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김진태 새누리당의원-11월27일김현정 뉴스쇼] “전 신부라고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사제복을 입은 그냥 이건 혁명전사나 마찬가지입니다. “
급기야 한 나라의 국무총리와
[11월25일 정홍원국무총리] “참으로 경악스럽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섭니다.
[11월25일 박근혜]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극우보수단체가 박 신부를 고발하자 검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하고 이 소식은 다시 지상파 첫 뉴스를 장식합니다.
[11월26일 9시뉴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 시국미사 발언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에 정교분리가 명시돼있다는 26일자 데스크분석을 보면 사제단이 정당이라도 만들어서 문제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듭니다.
[11월26일 9시뉴스 데스크분석] “우리 헌법도 20조에서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김종철 동아투위] “모든 보수언론과 정권, 심지어 청와대 까지 나서서 벌떼같이 쏘아대고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건전한 이성이 살아 있는 사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C가 톱뉴스에서 다뤘던 한 보수단체의 대표 서석구 변호사는 우리 군도 공식부인한 북한군의 5.18 개입설을 주장하는 가하면
[서석구 변호사/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 모임 상임대표]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시민을 사살하여 남남갈등을 조장한 것이라는 구체적인 저의 설명도 누락된 것도 아쉽습니다.”
어버이연합 집회 등에서 종북척결을 주장했던 인사입니다.
박 신부의 조국이 어디냐고 물었던 이정현 홍보수석은 광주 학살의 책임자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에 1984년 입당했고, 종교의 탈을 쓴 종북세력 운운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6년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린 전두환의 사위였습니다.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 “신앙의 뒤에 숨어 친북 반미 이념을 가지고 종교 제대 뒤에 숨어서 반정부, 반체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윤상현 부축받는 전두환 ] 1986년 6월 KBS 촬영 “여기서 한 잔 더하고 갈까?”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리려다 테러를 당한 박 신부에게 이들이 조국 운운할 자격이 과연 있는지 의문입니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 땡박,땡전뉴스의 충실한 전달자였던 지상파뉴스는 방송장악과 국기문란 사건은 눈감는 듯한 멘트에서 과거로의 회귀를 보여줍니다.
[11월23일 한국방송] “사제단은 과거에 큰 역할 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로가 보장돼 있고 민주주의의 절차가 지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정치개입으로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
지상파 방송과 보수단체, 새누리당이 함께 벌인 종북몰이는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트윗 글 121만 건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특검을 수용할 수 없다는 여권의 입장도, 감사원장 임명안 기습 처리도 이 와중에 나왔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이슈도 묻혀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종북몰이와 여론 조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없습니다.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의 잇따른 시국 선언도 현 정권의 원인 제공이 없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입니다.
[함세웅 신부/국회 민주주의와 평화 기원미사 11월29일] “(교황이) 브라질 세계청소년대회 때 가셔서는 주교님들, 우리 사제들에게 그러신 거에요. 성당에서 나와라, 사제관에서 나와라,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장으로 가라,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현장으로 가라, 그들과 손잡고 우리들 사제에 흙물이 튀더라도 그 현장으로 가라. .그렇게 말씀하신 거에요. 대단한 그 말씀 늘 우리가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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