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중단 2년, 개성공단 사람들

2018년 02월 05일 10시 15분

직원 7명에 불과했지만 잘 나갔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섬유봉제 임가공을 의뢰하기 시작하면서 한해 매출액이 25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협력업체 ‘홍진패션’ 대표  정종탁 씨는 남에게 못할 짓 하지 않고 성실하게 경영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그의 기업은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중단 3개월째였던 2016년 5월, <목격자들> 취재진은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정 씨를 만났다. 그는 개성공단에 6억 원 어치의 원부자재를 남겨놨다고 말했다. 사무실에는 여기저기서 지급명령서와 가압류 통보가 날아들고 있었다. 그는 당시 취재진에 이렇게 하소연했다.

제가 순수하게 원부자재만 6억 2천만 원이고요. 영업 이익까지 다 포함해서 저는12억 정도 피해가 났다고 생각하죠. 정부에서는 원부자재도 6억 2천 만원도 100% 안 해주고 70% 지원 해준다고 하니까, 정말 회사 운영할 힘이 없습니다.

정종탁 개성공단 협력업체 ‘홍진패션’ 대표

사업도 잘 되고 있는데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때만해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가동이 곧 재개되면 경영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 영상 다시보기
-“대통령님 들어주세요” (2016.06.11)
-“개성공단 못 다한 이야기”  (2016.02.26)

▲정종탁 씨와 그의 마포 사무실 (2016년 5월 촬영)

1년이 지난 지금, 정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18년 1월 23일 정종탁 씨 회사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단출했던 그의 사무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습학원이 들어서 있었다.

수소문 끝에 정 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베트남에 가 있었다. 2016년 9월 사실상 폐업 처리하고 홀로 베트남으로 가 취업했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아픈 아내와 딸 그리고 빚 독촉장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중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로 이뤄졌다는 통일부의 발표와 관련해, 그는 “미친 정부의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개성공단 피해기업이 추산해 신고한 피해금액 중 정부의 지원금은 53% 수준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된지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적자로 돌아선 입주기업이 50개가 넘어섰고, 11개 기업은 휴업했다. 이번 주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개성공단 중단 2년째,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의 현재를 취재했다.

취재작가: 오승아
글 구성: 신지현
촬영, 연출: 이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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