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게 듣는다

2013년 05월 03일 09시 21분

<앵커 멘트>
10년 전이죠. 지난 2003년 개성공단에 첫 삽을 떠서 개성공단의 산파라고 평가받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현상황을 어떻게 볼까요.

정 전 장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개성공단이 우리 국익에 어떤 점에서 중요한지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원광대 총장]

3월 1일부터 4월 말까지 예정되어 있는, 그야말로 두 달 짜리 독수리 훈련이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금년에 독수리 훈련은 예년에 비해서 굉장히 세게 나왔어요. B2 스텔스 전폭기라는 것은 그 자체가 핵폭탄을 싣고 다니는. 한 대에 (핵폭탄) 16개를 실을 수 있는 전폭기인데 하와이 즉 미 본토에서 날아왔어요. 괌도 아니고. 그거는 레이더에도 안 잡힙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기에 대해서 놀라고 반발할 정도로 위협적인 거예요. 그게 뜨는데 북한이 가만있을 리가 있어요? 북쪽의 반응이 아주 극렬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원인 제공을 이쪽에서 한 측면도 있죠. 아까도 얘기했지만 B52, B2, 핵잠수함 이런 게.. 그런 적이 없었어요.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시점이 5일 밖에 안 남았는데 25일 날 제안을 하더라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는 정도의 소위 그 시한을 봐가지고 얘기를 했어야지. 내일 정오까지 답을 내라, 그때까지 답이 없으면 우리가 중대한 조치를 하겠다. 이 얘기는 저쪽에서 들어가고 싶어도 못 나오게 만드는 거예요. (북한도) 자존심이 있잖아요, 자존심이. 겁주니까 나간다, 하는 식으로 얘기할 거 아니에요. 말하자면 우리 쪽에서 주로 하는 말이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북쪽을 끌고 가려고 하는 그런 얘기 아니냐 이거야. 우리가 끄려가기 싫으면 북쪽도 우리한테 끌려온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면서 대화 제의를 했어야 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해가지고 누가 북한에게 투자하겠어요, 하는 식으로 걱정은 해주지만 북한은 그런 걱정 안 하는 나라입니다. 지금 (북한은) 북핵 카드를 들고 문제가 해결이 될 때까지 외국의 투자를 유치할 생각이 없어요. 그 사람들은... 들어오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오는 투자가 있어요. 중국은 동북 삼성 경제발전을 위해서 나진, 선봉 지역에 자기 돈 들여 가지고 지금 항만시설하고 고속도로 깔고 있어요. 그리고 단동에서 신의주 건너가는 신압록강 대교도 지금 완전히 중국 돈으로 놓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이 북한에 물건도 팔아먹고, 북한의 원자재도 가져가겠다는 얘기에요.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에서 벌 수 있는 정도의 돈은 중국으로부터 얼마든지 북한이 벌 수 있어요. 그러니까 북한 같은 나라에 투자할 나라는 또 있어요. 미국과 사이 안 좋은 나라는 (투자)해.

개성공단 끝나면 한반도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고 북한의 사소한 행동에도 이쪽은 불안해지고 그러면 증권시장은 춤을 추고 그러면 (해외투자자들은) 빠져나가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신용등급 내려갑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면 수출에 타격을 받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을 살살 달래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북한이 예뻐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불이익을 덜 받자는 거예요. 적은 돈 써가지고 좀 많은 돈을 벌자. 그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이자.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이 쓸데없이 나가는 것을 막자.

놀라지 마세요. 2004년 신동아입니다. ‘개성공단 개발로 휴전선 사실상 북상’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썼어요. 거기에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다 송악산 북쪽, 개성시 북쪽으로 부대가 물러갔다. 그러면서 휴전선이 사실상 10킬로 미터 내지 15킬로 미터 북상한 셈이다. 특히 그 개성공단 지역에는, 쏘면 오산 비행장까지 떨어질 수 있는 장사장포들이 배치되어 있던 곳입니다. 그게 올라갔단 말이야. 개성공단에 우리 기업들이 들어가 있으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어떤 식으로든, 조기 경보기보다 훨씬 더 빨리 감지할 수 있죠. 인공위성에서 찍기 전에 벌써 일종의 휴먼 인텔리전스(Human Inteligence) 그 차원에서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하면 바로 정보가 들어올 수 있죠. 그게 없어진 거예요 지금.

개성공단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완전히 문을 닫게 되면 남과 북은 이제 완전히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서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박정희 정부 시절에 대한적십자 명의로 남북적십자 회담을 제의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 버린다, 이거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은 좋았는데 그거를 쓸려면 사실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입구는 개성공단에서의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개성공단이라는 입구로 들어가야 해요. 이명박 정부가 남북 간의 모든 협력 관계를 끊어놨기 때문에, 개성공단만 살아있었기 때문에, 개성공단이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경제협력을 좀 더 활성화시켜서 나중에 군사협력, 다른 말로 하면 평화상태, 평화공존상태까지 끌고 와야 된다고 해요. 근데 이 입구를 스스로 막아버렸다니까. 개성공단 문제와 금강산 문제를 먼저 풀어가지고 경제협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그런 소위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남북관계를 떠나서 또는 개성공단 문제, 더 구체적으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문제를 떠나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한 발짝도 발을 내딛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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