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 새겨진 주홍글씨 그리고 김복동

2020년 01월 23일 08시 00분

오는 1월 28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평화인권운동가 故 김복동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김복동은 94세로 눈을 감을 때까지 일본 정부에 전쟁 범죄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김복동은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아픈 과거이자 전쟁 범죄를 세계 각지에 알렸습니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인권운동가로 변모한 김복동의 이야기는 영화 <김복동>과 국내외 언론 등을 통해 조명 됐습니다. 영화를 본 시민들은 김복동을 통해 용기를 얻었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김복동의 스토리를 듣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김복동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우간다 내전 성폭력 피해 여성들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우간다에서는 1987년부터 ‘신의저항군’(Lords Resistance Army)이라는 반군이 일으킨 내전이 2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우간다 북쪽의 글루지역에는 반군에 납치돼 끔찍한 고통을 겪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반군은 아이들을 전쟁에 동원하거나 강제 노역을 시켰고, 여자 아이들은 성노예로 삼았습니다. 

지난 2018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김복동은 연대의 의미로 우간다 피해 여성단체(골든위민비전인우간다) 대표인 ‘아찬 실비아’씨에게 제1회 김복동 평화상을 수여했고, 이를 계기로 우간다 피해 여성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뒤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우간다에 나비기금을 보내 연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아프리카의 우간다 내전 성폭력 피해자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전쟁 당시 입었던 피해부터 전쟁 이후 주변의 편견과 낙인에 상처 받고 수 십년 간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겨온 삶, 그리고 피해자임에도 일반 시민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이 서로 닮아 있습니다.  

우간다 피해 여성들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한국에 자신과 같은 피해 여성이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이 피해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뿌리는 희망의 씨앗을 알게 돼 두 번 놀랐다고 합니다. 김복동은 이제 더이상 세상에 없지만 이들은 김복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뉴스타파는 우간다 내전 성폭력 피해자들의 활동과 김복동과의 인연을 지난해 11월, 현지 취재를 통해 기록했습니다.

제작진
공동기획정의기억연대
번역김기쁨 김해슬 송영주 정윤영
출판허현재
타이틀이도현
CG정동우
촬영김기철
편집윤석민
연출신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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