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외환은행을 헐값 매각, 불법 매각했다’는 의혹으로 시작해 검찰 수사와 재판, 국제분쟁으로까지 이어졌던 론스타 사건과 관련된 각종 기록과 증언 등을 <론스타 사건, 기록과 증언> 사이트에 공개한다. 지난 20년간 각종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뉴스타파가 공들여 발굴한 자료를 공개하고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후원회원의 회비로 수집한 이 자료가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김석동은 2003. 7. 15. 관계기관 대책회의 직후 재경부 방침에 따라 외환은행 재무상태에 대한 금감원 주무부서의 실질적인 심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외환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BIS비율 전망치 5.42%를 토대로 금감위 간담회 회의자료 작성을 지시한 사실, 그 무렵 금감원이 공식 확인한 외환은행의 2003년말 BIS비율 전망치가 9.14%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사실, 그럼에도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 백OO에게 연락하여 외환은행의 2003년말 BIS비율을 다시 점검하게 한 사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금감원이 외환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BIS 비율 6.16%는 외환은행의 객관적인 경영전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근거로 예외승인을 주도한 사실이 인정됨.” (2006년 12월 7일 ‘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자료 중 일부)
김석동 전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은 2006년 검찰 수사 당시 주요 수사 대상자였다. 검찰이 헐값 매각 수사에 주력한 탓에 김석동의 혐의도 외환은행의 BIS 비율 조작과 예외승인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검찰은 김석동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석동에게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리고 감사원에 수사 결과를 넘겼다.
2006년 수사 당시 검찰은 인수 승인에 앞서 반드시 확인했어야 할 은행법 2조에 따른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 판단에 대한 위법 사항은 조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인수 자격을 최종 승인한 금감위에도 아무 책임을 묻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감위 주무 국장이자 실무책임자였던 김석동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 김석동 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
기소되지 않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실무 책임자 김석동
검찰은 김석동에게 무엇을 물었으며, 김석동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BIS 비율을 조작해 예외승인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달리, 검찰이 김석동은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만 쪽에 달하는 론스타 사건 관련 수사·재판 기록에서 김석동 전 국장의 검찰 진술 조서를 찾았다.
▲ 김석동 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의 2006년 10월 30일 검찰 진술조서
진술 조서는 총 3건이었다. 날짜는 2006년 10월 30일, 11월 21일, 11월 30일. 장소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110호 조사실이었다. 10월 30일 첫 진술을 받은 검사는 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었다.
문: 진술인이 김석동인가요. 답: 예. 저는 2001. 5. 3.부터 2004. 1. 19.까지 금감위 감독정책국1국장으로 감독정책1국장으로 근무하였고 그 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금융정보 분석원장을 거쳐 현재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석동입니다.
학력 및 경력, 주요 업무에 대한 설명, 외환은행의 경영상태 등에 대한 질문 후 이어진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첫 질문은 은행법 15조에 따른 인수자격에 관한 규정을 둔 취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문: 은행법상 은행지분의 10% 이상을 취득할 경우 금감위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그 규정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답: 10% 이상이면 은행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취득에 대한 제한을 둔 것으로 압니다. 통상 외국의 경우 은행주식이 시장에 고르게 분산이 되어 있기 때문에 10% 정도면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우리나라도 국민은행 사례처럼 일부 은행의 경우 10% 이상이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습니다. 문: 한편 그렇게 10% 이상을 취득하여 은행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의 자격요건을 제한해 놓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내국인의 경우에는 금융기관 외의 자가 취득을 하는 경우 그 제한을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유수한 금융기관 이외에는 취득의 제한을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선진금융 기법을 보유한 우량외국금융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을 보유하게 되면 금융기법의 전수 등을 통해 국내금융시장이 건전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석동은 내국인의 경우에 한해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인수 자격 취득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법 상 외국인의 경우 인수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는 이유를 확인한 후 검사의 질문은 부실기관 지정 등의 예외 승인 사유로 넘어가 버렸다.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 제한’ 관련 질문이 나와야 할 순서였는데 건너 뛴 것이다.
문: 그런 의미에서 사모펀드는 은행법 상 금융기관으로 볼 수 있나요. 답: 사모펀드는 금융업자로 볼 수 없습니다. 문: 다만 은행법에서는 특별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여 인수자격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그 내용은 어떠한가요. 답: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의 사유를 들어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석동은 2003년 3월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으로부터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의 딜 진행 상황을 보고 받은 후에야 인수 진행 상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했다.
문: 외환은행에서 최초로 진술인에게 론스타의 경영권 인수의사를 보고한 시점은 언제인가요. 답: 이강원 행장이 2003. 3. 20. 경 론스타의 투자의사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강원 행장이 경영권 인수라고 하지 않고 대형외자 유치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론스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대형외자 유치라는 말을 쓰는 걸 보면 이강원 행장도 부담이 되기는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김석동, "'재경부가 주도해 달라' 제안...딜 깨는 게 부담돼 도장만 찍었다"
2003년 3월 26일 재경부와 금감위 대책회의에서 김석동은 “변양호에게 ‘외환은행 매각을 재경부가 주도해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했다. 검사가 묻지도 않은 질문이었다. 이어 김석동은 "변양호 국장이 재경부에서 주도해 하겠다고 명확히 답변했다"고 말했다.
답: 그리고 외환은행 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문: 외환은행 건에 대해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나요. 답: 제가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로 매각을 한다는데 이 문제는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이므로 재경부가 주관하여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변양호 국장은 재경부에서 주도해 하겠다고 명확히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김석동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딜을 주관해 오던 재경부의 변양호 국장이 먼저 말을 꺼내야 상식에 맞지 않냐”는 검사의 반문에 동의하면서도 “변양호가 본인에게 그 동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대한) 말을 안 한 것이 의아하다”고 했다.
문: 당시 재경부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외환은행 딜을 알고 주관해 오고 있었던 상황으로 오히려 변양호 국장이 먼저 말을 꺼내야 상식에 맞는 것 아닌가요. 답: 그러기는 합니다. 솔직히 나중에 재경부로 돌아가 국민의 정부 출범 전인 2003. 2. 24자 외환은행 관련 문서 내용을 보고 이미 그 시점에 그렇게 자세히 검토한 것에 대해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을 안한 것에 대해서도 의아스럽게 생각을 했습니다.
김석동은 “2003년 7월 15일 대책회의는 변양호 국장이 인가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여 결론을 내려고 회의를 소집했다”는 검사의 주장에 맞장구쳤다.
문: 7.8. 이후에는 사실상 예외승인 방안에 대하여 재경부금감위 간의 양해가 있지 않는 한 딜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어 7. 15. 회의가 소집되게 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어떤가요. 답: 설명을 듣고 보니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론스타 내부의 문제나 외환은행, 재경부 입장은 잘 몰랐습니다. 변양호 국장 입장에서는 인가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여 결론을 내려고 7. 15자 회의를 소집했다는 판단이 맞겠습니다.
김석동은 2003년 7월 15일 대책회의, 소위 ‘10인 비밀회의’로 알려진 회의에서 예외 승인으로 딜을 진행하기로 정한 상황에서 협상을 깨는 것이 부담스러워 재경부에서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아 예외 승인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도장만 찍었다고 했다. 승인에 따른 금감위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 결국 당시 결론은 ABN Amro 안에 대해 재협의를 해보되 사실상 재경부가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외승인 안으로 갈 경우 재경부 공문을 받아서 처리하자는 것으로 어떤 방향으로건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네요. 답: 네, 그렇습니다. 사실상 예외승인 안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금감위가 딜을 깨는 것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부담을 질 수는 없었습니다. 이후 외환은행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금감위의 책임문제가 따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3건의 진술 조서 중 마지막 날인 2006년 11월 30일. 심재돈 검사의 조사에서 김석동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최종 결정은 금감위의 역할이라면서도 모든 책임을 재경부에 떠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재경부가 작성해 금감위에 넘긴 문건에 나온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와 그에 따른 은행법 위반 문제를 금감위가 왜 조사하지 않고 승인했는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고 조사를 끝냈다.
문: 결론적으로 진술인은 예외승인을 하여 주게 된 것은 재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인가요. 답: 예, 그렇습니다. 유권해석권한을 가진 정부가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협조요청을 하였기 때문에 예외승인을 추진하였던 것입니다. 문: 지금까지의 진술이 모두 사실인가요. 답: 예, 사실대로 진술하였습니다. 위 조서를 진술자에게 열람하게 하였던 바, 진술인은 진술한대로 모두 기재가 되어 있고, 더 이상 증, 감 변경할 내용이 없다고 하여 간인한 후 서명, 날(무)인케 하다.
▲ 2006년 11월 30일 김석동 진술조서
검찰은 금감위 관계자는 물론, 그 누구도 은행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으며, 김석동에게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론스타 사건의 핵심 인물인 론스타코리아 대표 스티븐리가 해외 도피 중이란 이유였다. 금융당국의 황당한 매각 결정과 함께 검찰 수사가 엉터리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이렇게 엉터리 수사를 했던 검찰의 입장을 듣기 위해, 2006년 수사에서 김석동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연락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