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 사실 관계 틀렸다

2020년 04월 09일 16시 12분

뉴스타파가 지난 2월에 보도한 ‘윤석열 총장 아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9일자 기사를 통해 “뉴스타파가 (경찰)보고서 내용을 오독해 오보를 낸 것으로 본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내세워 뉴스타파 보도 흠집내기에 나섰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다룬 경찰보고서를 살펴보면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오독’이라는 건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보고서 원문의 해당 부분 내용을 다시 공개하고 설명을 덧붙인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경찰 내사보고서에는 김건희 씨의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조선일보가 ‘경찰 관계자’라는 익명을 동원해 ‘오독’을 주장한 부분은 김건희 씨가 첫 번째로 등장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 번째 등장하는 부분을 보면 전혀 오독의 여지가 없다.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자금 조달”이라고 명시적으로 적혀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오독’을 주장한 첫 번째 부분 역시 앞 문장과 함께 읽어보면 오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또한 “뉴스타파가 경찰 보고서를 ‘오독’했다”는 주장은 사실 최소 한 달 전부터 검찰이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해왔던 해명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경찰 내사보고서, “김건희 10억 원” 적시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유출된 해당 보고서에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중략)... 모터스 주주인 김건희를 강남구 학동 사거리 근처에서 이 모 씨에게 소개하고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했음’이라고 쓰여있다. 문장이 복잡하긴 하지만, 경찰은 이 문장이 ‘주식과 계좌를 이 씨에게 맡긴 주체는 권오수 회장’이란 의미로 작성됐다고 파악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이 김건희 씨가 경찰 보고서에 첫 번째로 등장한 부분이다. 

▲ 조선일보 4월 9일자 A12면

이 ‘첫 번째 부분’은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 우선 경찰 보고서에서 김건희 씨가 두 번째로 등장하는 부분을 살펴보자. 조선일보가 위 기사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다.

이 두 번째 부분은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와 거래량 변동을 정리해 놓은 부분이다. 주가와 거래량의 변동 시기에 맞춰 당시에 발생한 사건들을 끼워놓은 형식이다. 여기에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씨를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에게 소개해 준 2010년 2월 초순경, 김건희 씨의 신한증권 계좌에 들어있던 자금을 조달했다는 명시적인 문장이 적혀있다. 김건희 씨가 등장한 첫 번째 부분과 시기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맞아 떨어지며, 김건희 씨의 역할이 단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바로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원 자금 조달”이라는 짧은 문구다. 여기엔 오독의 여지가 없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작성하면서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첫 번째 부분만을 거론했고,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원 자금 조달”이라는 두 번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알고서 그랬다면 악의적인 것이고, 모르고서 그랬다면 보고서 전체를 한 번도 살펴보지 않고 기사를 썼다는 얘기가 된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보고서 중, 윤석열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두 번째 부분이다.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원 자금 조달”이라는 표현은 전혀 오독의 여지가 없다.

경찰 보고서 ‘첫 번째 부분’도 계좌 소유주는 김건희

이제 조선일보가 익명을 내세워 뉴스타파가 ‘오독’했다고 주장한 김건희 씨의 첫 번째 등장 부분을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문장이 복잡하긴 하지만, 경찰은 이 문장이 ‘주식과 계좌를 이 씨에게 맡긴 주체는 권오수 회장’이란 의미로 작성됐다고 파악했다.”라고 썼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 보고서 중, 윤석열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첫 번째 부분이다. 문장의 주술관계가 모호하긴 하나 전체 내용을 읽어보면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에게 주식과 계좌를 맡긴 주체는 김건희 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번째 단락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으로 시작한다.

“권오수 회장은 도이치모터스의 유상증자대금이 보호예수에서 풀리면서 100만주 정도를 이00에게 맡겼고 그에게 매수를 받아달라고 지시하여” 

여기까지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이다. 이후 주어는 주가조작 선수 이00으로 바뀐다. 

“이00은 2009년 11월말 경부터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으며 그 당시 (12월말 경) 도이치모터스의 가격은 천팔백 원인데 2010.1월 말경 이00이 매수한 이후 주가는 이천 오백 원까지 올렸음”

두번째 단락의 첫 문장은 다시 주어가 권오수 회장이다. 그런데 문장이 좀 이상하다. 처음 시작할 때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이지만 마지막 부분의 주어는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양00이다. 

“2010.2월 초순경 권오수 회장이 이00에게 김00, 양00 등을 소개시켜 주었고, 증권계좌를 위탁하면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제의하여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양00이 삼성증권 계좌를 위탁하였음” 

중간에 주어가 바뀌긴 하지만, 이 문장의 앞 부분,즉 주가조작 선수 이00에게 김00, 양00 을 소개시켜준 주체는 권오수 회장이고 뒷 부분, 즉 삼성증권 계좌를 위탁한 주체는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양00이라는 게 분명하다.

이제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마지막 문장을 보자. 

“그 후 또 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김건희를 강남구 학동사거리 근처 동인이 경영하는 미니자동차매장 2층에서 이00에게 소개하고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계좌 10억 원으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게 하였음” 

바로 앞 문장과 마찬가지로 이 문장 앞 부분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이 맞다. 그러나 앞 문장에 비추어보면, 이 문장 뒷 뒷 부분, 즉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으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게 하였음”의 주체는 김건희 씨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권오수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이 모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주들을 잇따라 소개하고 주주들이 이 씨에게 자신의 계좌를 맡기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 그 주체가 권오수 회장이라고 해도 일임한 주식과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은 문맥상 권오수 회장 자신의 것이 아니라 ‘또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주’ 김건희 씨의 것임이 분명하다. 권오수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이00에게 일임한 주식과 신한증권 계좌가 자신의 소유였다면 권 회장과 선수 이 씨가 둘이서 별도로 만나 논의하면 될 일인데, 굳이 ‘또 다른 주주’인 김건희 씨를 소개한 자리에서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사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주가조작 선수 이 씨에게 맡긴 주식과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의 소유주는 김건희 씨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앞에서 소개한 두 번째 부분을 함께 감안하면 위 문장의 해석은 이론의 여지없이 더욱 분명해진다.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은 “경찰 내사보고서 상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전주로 참여했다”는 것이므로, 조선일보가 익명을 빌려서 쓴 ‘오독’이라는 흠집내기는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을 한참 비껴가고 있다. 

조선일보, 검찰의 해명논리 그대로 받아썼나?

조선일보는 뉴스타파가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오독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관계자’라는 익명의 취재원이 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보고서를 오독했다”는 주장은 이미 최소한 한 달 전부터 검찰이 유포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의 3월 초 정보 보고 내용이다. 

대검 관계자, “뉴스타파는 이00한테 10억 원으로 도이치 주식 매수하게 일임한 사람이 사모(김건희)라고 보도했는데, 돈 맡긴 사람은 권00이다. 주어가 잘못됐다”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 정보 보고 내용 중

뉴스타파가 문장의 주어를 잘못 해석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대검찰청 관계자가 최소한 한달 전부터 출입기자들을 통해 유포해 온 주장과 똑같다. 우연인지,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를 작성한 두 명의 기자 중 한 명은 검찰 출입기자다. 

대검찰청은 윤석열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출입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검찰총장 가족의 사적인 문제를 대검 차원에서 다뤄온 것이다. 

조선일보, 6일 전에는 “제보자X가 김건희 의혹 제보” 오보

조선일보는 지난 4월 3일, MBC가 보도한 채널A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보한 사람이 이른바 ‘제보자X’라고 보도했다. 제보자X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뉴스타파가 12부작으로 보도한 <죄수와 검사>의 주요 제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죄수의 신분으로 검찰 수사에 조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목격한 검찰의 선택적 기소와 불법적 수사 관행을 폭로한 인물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제보자X가 <죄수와 검사> 시리즈 뿐 아니라 윤석열 검찰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제보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 2020년 4월 3일자 조선일보 12면 상단 제목. 윤석열 부인 주가조작 의혹을 제보자X가 제보했다고 썼다.

일단 제보자X가 윤석열 총장 부인의 주가 조작 의혹의 제보자라고 4월 3일 보도한 조선일보가 불과 6일 뒤인 4월 9일에는 해당 의혹의 제보자가 경찰 직원이라고 쓴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제보자X는 뉴스타파의 김건희 씨 관련 보도를 제보한 인물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뉴스타파에 대해 어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뉴스타파에 제보자X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그런 추정을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자의적인 추정에 근거한 오보이지만 조선일보는 지면에 정정보도를 실어달라는 뉴스타파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 보도 이후 문화일보 역시 뉴스타파가 내보낸 윤석열 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가 제보자X의 제보에 의한 것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문화일보는 윤석열 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뿐 아니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의혹과 상상인 유준원 회장의 여러 비위 의혹 역시 제보자X의 제보에서 비롯됐다고 기사를 썼다. 그러나 제보자X가 제보한 것은 자신이 연루됐던 스포츠 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준원 회장이 전주 역할을 하고서도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에 한정된다. 다른 내용은 전부 다른 제보와 취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문화일보 보도 이후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동창 스폰서 김 모 씨는 변호인을 통해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매우 화가 난다”면서 “저는 제보자X와 개인적인 인연도 없고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으며 남부 구치소 접견실에서 우연히 한 번 만났던 게 전부”라고 밝혀왔다. 뉴스타파는 문화일보에도 정정보도를 요청한 상태다.

제작진
취재심인보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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