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 10월 28일 17시 17분
국정원과 검찰이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로 법원에 제출한 중국 공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이들이 법정에 낸 증인 진술서도 대필됐으며, 내용도 조작됐다는 증언이 나와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검찰측 증인으로 채택돼 있으나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는 중국 동포 임 모씨는 오늘(3월 7일) 뉴스타파에 “법정에 제출돼 있는 내 명의의 진술서는 내가 쓴 것이 아니며, 유우성 씨 간첩 사건 검찰 측 증인으로 지난달 재판에 출석하는 줄도 몰랐다”라고 밝혔다.
▲ 임 씨는 검찰이 낸 진술서는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중국 소학교 교사였던 김 모씨가 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정보원이다.
유우성 씨 변호인측은 그 동안의 재판 과정에서 유 씨의 출입경 기록에 2006년 5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한 번 나간 뒤(출[出]) 세번 연달아 들어온(입[入]-입[入]-입[入]) 것으로 기록된 것은 전산 오류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당시 유 씨의 통행증은 한 번 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북한에 한 차례 다녀온 뒤 기재돼 있는 2번의 ‘입’ 기록은 오류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검찰측 증인으로 채택된 임 씨의 진술서에는 유씨의 통행증으로도 여러 번 출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변호인측이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에서 발급 받은 정황 설명 공문에는 ‘입-입-입 기록 중 뒤에 있는 두 번의 ‘입’ 기록은 컴퓨터 오류’라고 확인하고 있는데 임 씨는 ‘출입경 기록에 오류나 누락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출입국하지 않았는데 출입 기록이 생기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돼 있다. 임 씨의 진술서 내용은 그동안 검찰이 주장해온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임 씨는 법정에 제출된 진술서는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정보원 김 모씨가 지난해 12월 18일 검찰 관계자라는 사람 3명과 함께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임 씨의 중국 소학교 선생이었는데 지난 8년 간 연락이 없다가 지난해 말 갑자기 연락이 왔다고 했다
▲ 김 씨와 함께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을 검찰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름도 명함도 건네지 않았다고 임 씨는 말했다.
임 씨는 김 씨가 찾아와 중국 출입경 기록 시스템에 대해 질문해 “을종 통행증은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전산 기록이 잘못되는 경우가 있다”는 정도만 말했다고 한다. 진술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출입국하지 않았는데 출입기록이 생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강조했다.
임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나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런 부분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검찰 관계자와 함께 그의 설명을 듣던 국정원 정보원 김 씨가 중국어로 진술서를 써 내려간 뒤 지장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법정에 제출된 진술서의 내용은 자신이 말한 내용과는 다르다고 거듭 확인했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진술서가 작성됐는데도 함께 온 검찰 관계자라는 3명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 임 씨는 을종 통행증은 한번 사용하면 국경을 출입할 때 다시 새로 발급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진술서 내용과 상반된 내용이다.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정보원 김 씨가 검찰 진술과 유서를 통해 중국 공문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히자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은 김 씨를 믿었을 뿐 조작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중국 동포인 임 씨가 증인 진술서마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서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조작 의혹은 더욱 사실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임 씨는 지인인 김 씨가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중국 공문서 3건 모두를 위조라고 밝힌 뒤 검찰은 기자회견을 열고 극구 위조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위조가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중국 동포 임 씨의 진술서였다.
검찰은 임 씨가 중국의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에서 18년 동안 근무한 중국 공무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임 씨가 작성했다는 진술서 내용을 조목조목 들면서 ‘중국 정부의 답변이 틀렸을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임 씨는 자신이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돼 있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유우성 씨가 누구인지도, 자신의 대필된 진술서가 간첩 관련 재판에 검찰 측 증거로 제출됐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검찰은 국정원 정보원 김 씨와 검찰 관계자라는 사람 3명이 임 씨를 만나기도 전인 12월 13일 임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담당 검사인 이문성 현 창원지검 공안부장은 당시 재판부에 제출한 검사 의견서에서 ‘임씨가 중국에 거주하고 있고 본인이 비공개를 원하고 있어 검사가 증인을 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웅렬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위조 사태 직후 기자 브리핑에서 임 씨에 대해 18년 간 변방검사참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이고 한국에 와서 정착을 고민하고 있는 중국 동포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씨가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진상을 설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씨는 지난 2월 28일 열린 재판 때도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날 재판에서 ‘(계속 나오지 않고 있는) 임 씨를 증인으로 유지할 거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검사는 “오늘은 출석하지 못했으나 다음 기일까지 노력해보고 (계속 나오지 않으면) 철회하겠다. 임 모 증인은 변호인측 증거를 탄핵하는 진술을 할 예정이다”며 임 씨를 증인으로 유지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임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 “나는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있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임 씨는 검찰이 말한 것처럼 18년이 아니라 1998년부터 2004년까지 6년 정도 국경 출입자를 검사하는 검사참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 임 씨는 유우성 씨를 알지도 못하고 유우성 씨 공판에 자신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돼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임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정원과 검찰이 재판부에 거짓 진술서를 제출했을 뿐 아니라 임 씨의 동의도 없이 증인신청을 하는 등 재판부를 잇따라 기망한 것으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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