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4대강 A to Z

2022년 05월 11일 15시 55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행한 후 11년 동안 큰 논란을 빚어온 4대강 사업은 이제 오롯이 윤석열 대통령의 몫이 됐다. 문재인정부는 4대강재자연화를 표방하고 금강과 영산강의 보 일부를 해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약속을 다 지키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자연화를 폐기할 뜻을 밝혔다. 그는 당시 낙동강의 상주, 금강의 공주를 방문해 보를 지키겠노라고 약속했다. 게다가 그가 환경부 장관으로 선택한 한화진 씨는 이명박 정부의 환경비서관이었고, ‘4대강사업은 기후변화를 위한 대책'이라는 글을 쓴 사람이다.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으로 지명된 이병화 씨 역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했고 4대강사업에 기여한 공으로 근정포장을 받은 사람이다. 4대강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룰 환경부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의 ‘보를 지키겠다'는 공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4대강 보는 과연 지켜야 할 대상인가?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에 즈음해 4대강 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정리했다.

1. 보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녹조로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낙동강 상주를 찾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당정권은 이명박대통령께서 하신 보사업 있잖습니까. 4대강 보사업을 아주 폄훼하면서 부수고 이러고 있는데 이거 지켜서 이 지역에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우리 상주 문경시민들께서 마음껏 쓰실 수 있도록 잘 해내겠습니다.”

윤석열 후보 상주 유세 / 2022. 2. 18
보를 ‘깨끗한 물을 마음껏 공급할 수 있는' 시설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보는 흐르는 강을 저수지로 만들기때문에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를 파괴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4대강사업에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장기간 조사한 뒤 작성한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보고서는 ‘4대강 보와 준설이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를 파괴했다’고 결론내렸다. 실제로 낙동강 최상류인 상주의 수질은 보 건설 전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1급수에서 2급수로 떨어졌다. 낙동강의 다른 구간들도 보 건설과 준설로 BOD가 0.9에서 0.2까지 악화됐다는 것이 당시 결론이었다. 취재진이 최근 찾은 상주보의 퇴적토에서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징렁이가 발견됐다.
▲ 금강 인근 논으로 들어가는 농업용수, 녹조가 가득하다. 사진: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가장 엄중한 문제는 녹조의 독성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환경단체와 이승준 부경대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과 금강에서 수천PPB의 녹조 독성(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WHO(세계보건기구)가 먹는 물에 정하고 있는 허용치가 1PPB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매우 높은 것이다. 환경부는 먹는 물은 정수과정을 거치면 독성이 없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녹조 물로 기른 농작물에서 독성이 검출되고 있다.
지난 해 낙동강과 금강의 쌀, 배추, 무에서 녹조 독성이 검출됐다. 특히 낙동강 쌀에서는 1kg에 3.18 µg(마이크로그램=1백만분의 1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 농도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섭취허용량의 38%에 해당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를 대상으로 한 세계보건기구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그렇다. 낙동강 쌀에서 나온 독성은 프랑스 허용치의 16배, 캘리포니아 허용치의 9배다.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기준으로는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독성이 우리 농산물에서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주가 설정한 엄격한 기준은 최근의 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994년에 쥐에 마이크로시스틴을 투여했을 때 간독성이 나타난 연구(Fawell et al 1994)를 반영해 기준을 설정했다.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주는 그보다 17년 뒤인 2011년 ‘쥐에 마이크로시스틴을 투여했을 때 정자수가 감소하고 정자의 운동성이 낮아진’ 연구(Chen et al 2011)를 기반으로 기준을 설정했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정청(ANSES)는 “두 연구를 비교했을 때 세계적으로 많은 기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1994년 연구보다 2011년 연구가 더 연구 완결성이 높았고 더 낮은 독성 농도에 건강에 대한 영향이 나타났다"고 뉴스타파에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OEHHA(건강위험평가국)의  빈센트 콜리아노 (Vincent Cogliano)부국장은 뉴스타파에  “미국 환경청은 2015년에 세계보건기구가 참고한 간독성 연구에 의거해 기준을 정했는데, 캘리포니아주 건강위험평가국은 정자수가 감소한 생식독성 연구를 참고해 기준을 미국 환경청보다 더 낮췄다. 생식독성 연구는 상당히 탄탄한 연구이기 때문에 아마 다른 국가나 기관들도 앞으로 많이 인용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기준에 의하면 정수를 통해 안전이 확보됐다고 하는 먹는 물의 경우도 안전한지 의문이 생긴다. 세계보건기구는 먹는 물에 대한 규제 기준을 1µg/L(PPB)로 설정했지만 캘리포니아 건강위험평가국은 0.03µg/L로 설정했다. 그런데 일본 신슈대 연구진이 분석한 한국 수돗물 샘플에서 0.067µg/L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적이 있고, 국내 연구에서도 캘리포니아 기준치 이상이 검출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은 아직 녹조 독성에 대한 규제기준도 없다.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은 지난 4월  “정부가 녹조 독성 물질에 관해 안전하면서도 객관적인 기준안을 신속히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녹조 독성 문제는 특히 학생들의 안전한 급식을 담당하는 교육당국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4대강 보는 생태를 파괴했다.  보 건설로 강 생태계가 호소 (호수와 습지) 생태계로 변했다. 물 흐름이 빠른 강에 살던 토종 물고기들은 거의 사라지고 저수지에 살던 강준치 배스 블루길이 4대강을 차지했다. 모래톱과 하중도가 제거되고 습지가 사라졌다. 모래톱과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서식하던 생물들이 사라졌다. 

2. 4대강 보는 효용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4대강 보는 위에 열거한 치명적인 문제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먼저 보는 홍수를 유발하는 시설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상주,문경)은 2020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상주보는 홍수조절기능이 있다. 대홍수에도 상주는 뽀송뽀송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민의힘 측은 4대강 사업이 홍수 조절능력을 높였다는 주장에서 더 나가 ‘4대강 보가 홍수를 줄인다'고까지 했다.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인지 검증해보라고 지시했고, 환경부는 토목학회에 연구를 맡겼다. 연구 결과는 ‘4대강 보는 홍수조절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홍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보가 있으면 낙동강 달성보에서는 수위가 1미터 이상 올라간다는 결론이었다. 따라서 4대강 보가 해체되면 홍수 위험은 더 적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는 가뭄을 방지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물 확보'를 가장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4대강 보에 채워진 물은 대부분 가뭄에 무용지물이다. 가뭄지역은 산간지역이나 도서지방이지 4대강 주변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이 문제를  ‘용수부족량 발생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사용가용수량 지역이 불일치'한다고 정리했다. 4대강 보에 확보한 물은 강 주변에 가뭄이 발생하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의미있을 뿐이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은 11.7억톤이지만 양취수장을 통한 용수 활용 증가량은 0.7억톤에 불과하다. 
▲ 4대강 사업의 보 위치와 대운하 사업의 터미널, 갑문 설치 지역이 비슷하다는 한겨레 신문의 보도(2009.4.28)

3. 4대강사업은 대운하프로젝트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물이 필요한 곳과 물을 확보하는 곳이 불일치하는 사업이 됐는가. 4대강사업에 숨은 목적, 대운하를 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낙동강과 한강을 이어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로 화물을 실어나르면 물류비용을 줄여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국민이 반대하자 마치 강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숨은 대운하사업을 밀어부친 것이다. 그 사실은 이미 2017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위장 대운하 프로젝트인 4대강사업으로 탄생한 보들은 사업 11년이 지난 지금 생태와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괴물이 됐다. 4대강 보가 강 주변에 약간의 물을 추가 공급한다지만 그보다 강물을 녹조 독성으로 오염시키는 것이 훨씬 더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기온을 상승시킬 것이고 녹조는 더욱 빈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4대강 보를 지킨다는 것은 국민 건강을 담보로 도박을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제작진
연출신동윤
구성이근수
취재최승호
촬영신영철 오준식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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