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인파 첫 과학 검증 "800명부터 압사 위험"

2022년 11월 07일 19시 15분

10·29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가장 주목하는 건 두 가지다.
첫째,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 옆 골목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린 건지, 둘째, 사고가 처음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다. 이를 위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당시 상황을 3D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해 검증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뉴스타파는 참사 당일 이태원 골목길에 갇힌 사람들의 숫자와 압사의 위험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전문가와 함께 실험을 해봤다. 보행자 이동과 사고의 연관성을 연구해 온 국립금오공대 박준영 교수(기계설계공학과)는 2005년 경북 상주 공연장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를 계기로 보행자 안전을 연구를 시작했다. 
▲ 기자에게 모의실험 결과를 설명하는 박준영 교수(오른쪽)
박 교수는 자체 개발한 보행자 연구 프로그램에 이번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길의 폭과 길이, 경사도를 적용한 뒤, 사람 숫자별로 위험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금 여기는 지금 (폭) 4m로 했고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저희가 (길이) 45m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앞쪽에 이제 이 중간에 이제 돌출돼 있는 돌출물들은 저희가 제거 없이 그냥 아주 편편한 도로로 지금 설계했고요. 그다음에 내려오시는 분들의 속도가 내려오시는 분들의 속도를 vdown이라고 하면 다운하고 다운은 vup에다가 곱하기 12정도가 됩니다.
(기자) 10도의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속도가 좀 더 빠르다. 그 말씀이시죠?
그러니까 (내려 오는 속도가) 12%가 빠릅니다. 저희가 이제 논문 참고해서 보니까 경사도에 따라서 그렇게 속도가 차이가 나는데 경사도가 이 정도가 되면 한 12% 정도 차이가 나길래 저희가 그 값을 사용해서 진행했습니다.
(기자) 그러면 실제보다 굉장히 느슨한 가정인가요?
그렇죠. 실제보다는 조금 더 느슨한 가정이고요 

박준영 / 국립금오공대 교수
 
연구 프로그램의 동그라미 입자는 성인 1명을 뜻한다. 이 성인의 몸무게는 60kg, 보폭은 초당 1.4미터를 걷도록 설계됐다.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칠 경우, 방향을 바꿔 앞으로 나아가거나 걷는 속도를 줄인다는 보행자의 심리학적인 요소도  프로그램 값으로 들어가 있다. 
좌 : 양방향 통행 실험 / 우 : 일방통행 실험
테스트 결과, 양방향에서 몰려든 보행자 수가 600명을 넘어서자 충돌이 급증하면서 정체가 시작됐다. 800명을 넘어서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실험 결과, 양방향에서 몰려든 보행자 수가 800명을 넘어서자 오도 가도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 
양방향 통행이 아닌 일방통행으로 실험했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골목 위에서 아래로 일방통행이 이뤄졌다고 가정했을 경우, 인파가 1,000명에 육박해도 사고 위험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300명부터 시작을 했는데 300명부터는 그러니까 300명 이렇게 늘려가면서 하면 처음에는 이렇게 저희가 레인 포메이션이라고 하는데 레인 포메이션 현상이 잘 생깁니다.
(기자) 레인포메이션 우리 말이 뭐죠?
한국말로 하기가 힘든데요. 쉽게 얘기하면 이제 레인 형성 그러니까는 줄이 이렇게 형성이 되는 게 중요한데
(기자) 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네, 그렇죠 그게 소통이 이제 원활하게 되는 게 300명 400명 정도까지는 잘 되는데 600명부터 조금 문제를 일으키다가 한 800명 정도 되면 이미 막힙니다. 그래서 600명부터 조금씩 진도를 보여주다가 800명에서 완전히 막히는 거를 저희가 확인을 했고요. 800명 정도 되면 압사 사고가 터질 거다라고 저희가 터질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예측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준영 / 국립금오공대 교수
이번 모의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800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든 시점부터 압사 사고의 위험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이를 근거로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 골목에 적어도 1,0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양방향으로 그냥 이렇게 오시는 것보다는 단방향이 훨씬 좋다.
(기자) 그 단방향이 반대(방향) 여도 같은 건가요? 
아니요. 반대가 되면 완전히 얘기가 달라지죠. 지금 저희 시뮬레이션 상에서는 만약에 이렇게 하게 되면 이게 올라가는 속도인데요. 올라가는 속도가 내려오는 속도보다 좀 느리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일로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뭐냐면 사실 여기가 꽉 차있는데 여기로 들어가면 이거는 또 여기서 이제 압사 사고를 터뜨리게 되죠.
(기자) 그렇다면 지금 결론적으로 이 골목 하나만 일방통행을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었네요?
그렇죠. 

박준영 / 국립금오공대 교수
호텔 옆 골목길뿐 아니라, 맞닿은 모든 길에 대한 당국의 사전 통제와 안내가 필요했단 얘기다. 박 교수는 누군가 일부러 밀어서 사고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의혹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실 한두 명이 민 거로는 전체에는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거의 영향이 없을 정도 수준인데 밀자라고 얘기하셨던 분이 계셨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분 한 분으로는 한두 분 정도 갖고는 문제는 거의 없고요.

박준영 / 국립금오공대 교수
현행 재난안전관리법에는 압사 사고가 사회적 재난의 한 유형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그래서 관련 연구 또한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사실 한 가지 더 우리가 자주 만나는 굉장히 많은 군중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 것들 중에 한 가지가 사실은 지하철에서 환승역이 굉장히 그렇거든요. 그다음에 야구장이나 아니면 무슨 큰 스포츠 게임들 그다음에 큰 종교 행사 이런 것들이 있고 난 다음에 군중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들에 대한 것들도 사실은 연구가 많이 필요한 편이죠.

박준영 / 국립금오공대 교수
이번 실험에선 골목길의 폭을 80센티가량 좁힌 불법 시설물과 골목길 인접 도로의 상태까지 포함한 연구는 진행되지 못했다. 정확한 최종 실험 결과는 약 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준영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언론도 정부도 참사 당시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앞으로 꾸준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촬영김기철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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