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심의 국무회의' 기록이 없다...절차적 위법성 드러나

Dec. 12, 2024, 05:22 PM.

‘12·3 내란’의 초기 진상을 밝혀줄, 12월 3일 밤, 국무회의와 관련해 반드시 배석해야 할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무위원들의 ‘발언요지’도 한 줄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엄법상 비상계엄의 선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까지 국무위원들의 서명도 확인되지 않고, 국무위원들의 발언요지도 아예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12·3 내란의 실체적, 내용적 위헌·위법성은 물론, 절차적 위법성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 장짜리 비상계엄 국무회의록 보도자료… 발언 요지도 없고, 서명도 확인 안 돼 

▲ 11일 행정안전부의 보도 참고 자료.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해 대통령실로부터 받았다는 국무회의 자료다. 
어제(11일) 비상계엄 국무회의 회의록과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1장짜리 보도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에 따르면, 비상계엄 국무회의가 열린 시간은 12월 3일 밤 10시 17분부터 22분까지, 딱 5분간이었다. 국무회의가 열린 곳도 대통령실 회의실이 아닌 ‘대접견실’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날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했다는 11명 국무위원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발언 요지’ 기록을 대통령실이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비상계엄 해제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장관의 제안 설명 등’ 발언요지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비상계엄을 선포 심의한 국무회의의 ‘발언요지’만 없는 것이다.  
(행안부) 보도 자료를 보고 저는 기겁을 했습니다. 거짓말을 해도 성의 있게 해야지, 너무 모순된 게 많아요. 그 한 장짜리, A4 용지 한 장짜리, 정말 급하게 쓰신 티가 납니다. (비상계엄) 해제할 때는 ‘발언 요지’가 있습니다. 근데 선포할 때는 발언 요지가 없어요. 이게 선택적 기억 상실,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는 거죠. 

-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공동대표)
또한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안건을 심의한 국무위원들이 실제 서명 날인을 했는지도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법 절차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회의라고 하는 것은 이를테면 정족수를 확인하고 회의가 개회됐음을 선언하고 토의를 하고, 그리고 심의하는 국무회의니까 심의를 하고, 심의가 완결된 다음에 회의를 끝냈음을 선언을 해야 회의가 구성되는 건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거든요.

-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이날의 국무회의와 관련 회의록은 12 ·3 내란 초기의 진상을 밝히는 데 가장 필수적인 국가 기록이다.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다른 국무위원들은 비상계엄에 동조했는지, 반대했는지 등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이다.  
그런데 행안부가 대통령실로부터 받은 회신 자료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의 ‘발언 요지’는 기록되지 않았으며, ‘서명 날인’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사후적으로나마 남긴 최소한의 국무회의 의결 기록조차, 이번 내란에는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12·12 쿠데타 때 육군 참모총장 정승화의 체포 동의안을 나중에 최규하 대통령이 재가하거나 5·17 비상계엄을 확대할 때 그거 다 부서해요, 다 서명했잖아요. 최규하 대통령이 시간을 적으면서 남겼잖아요. 그게 이제 나중에 내란의 중요한 증거로 쓰이거든요. (1980년) 상황에서도 회의조차 안 됐어도 기록은 남겼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2024년) 회의 구성도 불투명할뿐더러 기록을 남겼다고 얘기하기가, 기록을 남겼다고 보기에 그런 근거가 지금 하나도 없는 거죠.

-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전국 확대 비상계엄을 의결한 국무회의 기록을 사후적으로나마 남겨놨다. 실제 국무위원들의 서명날인은 5월 17일 이후에 작성한 것이다.  

국무회의 기록남겨야할 행안부 의정관 배석 않아... “어떻게든 불러서 기록남겼어야”

국무회의 의안을 담당하는 행안부 의정관실은 반드시 국무회의에 배석해 회의록을 작성하는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12월 3일 국무회의에는 행안부 의정관이 배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정상적인 절차였다면, 행안부 의정관실이 국무회의 회의록을 작성해, 일주일에서 열흘 뒤에 회의록을 공개하게 돼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 출석해 조속한 회의록 공개를 약속했지만, 12월 3일 국무회의가 열린지 열흘가량 지난 지금(12월 12일 현재)도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의정담당관을 불렀어야죠. 설령 의정담당관이 도착하지 않더라도 못했다 하더라도 시간에 어떤 한계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의정관을 부르는 기본적인 직무를 행안부 장관은 수행을 했어야죠. 행안부 장관이 일단 본인이 당황했든, 어쨌든 일단 행안부 장관이 무책임했다고 보여지거든요. 

-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공동대표)
비상계엄 국무회의를 열면서 정작 참석 국무위원들의 발언 요지조차 남기지 않는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12·3 윤석열 내란의 실체적·내용적 위헌성뿐 아니라 절차적 위법성도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내란이라고 하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기록이 안 남아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우리가 느끼고 있지만, 이것도 분명 내란의 일부분입니다. 기록이 없다는 것도 이번에 계엄 선포가 얼마나 불법적이었는지, 얼마나 반헌법적이었는지 법의 절차를 싸그리 무시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공동대표)
대통령이 애초에 국무회의를 정상적으로 치를 생각이 없었다고 저는 의심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회의록은 더더욱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국무회의가 성립 안 했다 하더라도 기록을 남겨야 됩니다. 그런데 기록을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행안부 장관이나 행안부 의정관이 기록을 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 이거는 직무 유기일 뿐만 아니라 내란 동조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하는 거죠.

-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뉴스타파는 지난 6일, 행정안전부와 국방부에 ‘12·3 국무회의 관련 회의 기록’과 함께 참석자 발언 전체 녹취와 음성 녹음파일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했다. (관련 기사 : 뉴스타파, 윤석열 내란 국무회의 회의록 정보공개청구)
한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기록 관련 전문단체들은 12·3 내란과 관련, 대통령실 등 정부 기록물이 은폐·무단 폐기되지 않도록 국가기록원은 즉시 폐기금지조치를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 12·3 계엄 국무회의 기록을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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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강민수
편집김은
촬영김기철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