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비즈, 이번엔 새 프로그램 만들어 협찬 영업

2022년 02월 22일 12시 44분

뉴스타파가 협찬 영업 실태를 폭로한 이후 프로그램까지 폐지했던 SBS비즈가 이후 새 프로그램을 신설해 방송을 대가로 하는 협찬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뉴스타파는 체리판매업체로 위장 취재해 SBS비즈가 돈을 받고 홍보성 방송을 해주는 실태를 보도했다. SBS비즈는 사과 방송을 한 뒤 해당 프로그램인 '생생경제 정보톡톡'을 폐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SBS비즈에 대해 최고 수준의 징계인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SBS비즈는 지난해 11월  ‘Pick up! 트렌드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해 협찬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SBS비즈가 새로 시작한 종합정보 프로그램 'Pick Up! 트렌드 스페셜'. 폐지된 '생생경제 정보톡톡'과 마찬가지로 협찬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출처: SBS비즈)

협찬 영업 공식 1. "가게가 너무 예뻐요. 방송에서 소개하고 싶어요!"

전라남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지난 해 11월 ‘Pick up! 트렌드 스페셜’(이하 트렌드 스페셜) 제작진의 전화를 받았다. 방송 출연을 권유하는 내용의 전화였다. 서울에서 캐릭터 관련 온라인스토어를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는 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서 섭외 요청 이메일을 받았다.
카페 사장은 트렌드 스페셜 방송 작가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먼저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검색을 통해 카페를 알게 됐는데 '카페가 너무 이쁘다', '방송에 채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페 사장은 방송 작가의 전화를 받고 나서 기분이 좋고 설렜다고 했다. 특집기획방송에 특별히 선정된 것처럼 작가가 설명했기 때문이다.
홍보 전화가 오면 처음엔 설레죠. 왜냐하면 우리가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방송국에서 작가가 저희를 검색해 가지고 '이런 좋은 데가 있냐'고 치켜세워주면서 방송에 나간다고 하는데 누가 안 설레겠어요?

-SBS비즈가 섭외한 카페 사장
▲ 카페를 운영하는 제보자는 'SBS비즈 제작진이 영업전화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섭외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온라인스토어를 운영하는 사장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SBS비즈 제작진은 이 제보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꾸미기 열풍으로 인하여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만들어진 굿즈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캐릭터 문구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송을 기획 중"이라며 방송 출연 의사를 물었다. 이메일과 제안서 어디에도 구체적인 비용 얘기는 없었다. 제보자는 이메일을 받고 "방송 제안이 와서 약간 들떴다"고 당시 느낌을 설명했다.
▲ 온라인 스토어 사장이 받은 영업 이메일. 이메일과 첨부 파일 어디에도 구체적인 비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협찬 영업 공식 2. "비용은 방송사가 부담하지만, 약간의 송출료가 필요합니다"

카페 사장은 트렌드 스페셜 제작진에게 방송 출연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에는 담당 PD로부터 연락이 왔다. 방송에 나갈 거니 촬영 동의서를 보내달라고 했다.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 방송 편성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동의서에 사인을 해서 보내줬다. 그러고 나서 돈 이야기가 나왔다. 마케팅 비용 66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12개월 할부로 한 달에 55만 원을 내라고 했다. 
캐릭터 온라인스토어를 운영하는 제보자의 이야기는 살짝 달랐다. 제작비와 촬영비 등은 무료라고 했다. 그런데 영상 송출 비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상 송출 비용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제보자는 생각했을 뿐이다. 
카페 사장과 온라인스토어 사장이 안내받은 마케팅 비용, 영상 송출 비용은 각각 660만 원이다. 뉴스타파가 체리상품을 홍보할 때 냈던 생생경제 정보톡톡의 협찬비용과 똑같은 액수다.

방심위에 출석한 SBS비즈 부본부장 "협찬 방송에 피로감 느껴"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로 체리 협찬 방송이 문제가 된 이후, SBS비즈 간부들은 방심위에서 열린 제17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했다. 방심위 절차에 따라 체리 협찬 방송에 대해 '의견 진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 출석한 SBS비즈 관계자들은 660만 원이 협찬 비용이고, 제작비로 활용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민영 위원과 SBS비즈 평제편성팀장의 대화. (출처: 2021년 10월 14일 제17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
방심위 위원들은 돈을 받고 방송하는 것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SBS비즈 관계자도 동의했다. 아래는 방심위 회의록에 기록된 실제 대화 내용이다. 
⚪ 윤성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프로그램을 지금 폐지했는데요. 이후의 제작 방식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렇게 협찬 받고 협찬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돈 받고 소개하는 이 방송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까?
⚫ 염성호 SBS비즈 제작담당 부본부장: 지금 폐지를 했고요… 이것이 100% 협찬 프로그램이라든가 이랬으면 일말의 재고도 없을 텐데 저희도 숙고 중입니다. 이 시스템을 가지고 가야 될지. 그리고 외주 제작 형태든 뭐든 협찬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저희도 대단히 피로감을 느끼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폐지 이후에 지금 차후에 프로그램을 할지 안 할지는 결정을 하지 못 했습니다.
⚪ 윤성옥 위원: 그러니까 원칙적인 건데요. 돈을 받고 방송에서 소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이것은 다시는 해서는 안 되는 거죠.
⚫ 염성호 부본부장: 예, 맞습니다.
뉴스타파는 SBS비즈에 비슷한 협찬방송을 신설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했지만, SBS비즈 관계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협찬 비용 660만 원을 송출비용, SNS홍보비용 등으로 소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방심위 과징금 1천만 원? 두 번만 협찬 받으면 끝!

지난 12월 방심위가 SBS비즈에 내린 '과징금' 처분은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행정조치지만실효성은 의심스럽다. 당시 방심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1천만 원. SBS비즈가 협찬을 두 번만 받으면 메울 수 있는 금액이다.
협찬금을 지불했다가 한 달 가까이 요구해 가까스로 환불을 받아낸 카페 사장은 방송국의 협찬 영업 행태에 대해 쓴 소리를 남겼다
저희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본인들의 송출 비용, 홍보 비용이니 그런 식으로 비용을 정당화하면서 본인들의 배를 채우려는 그런 게 아닌가 싶고... 좀 많이 힘들었어요.

-SBS비즈가 섭외한 카페 사장
제작진
촬영이상찬 최형석 정형민
편집김은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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