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2017년 07월 06일 21시 58분
뉴스타파가 제기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이하 롯데캐논)의 불법파견 의혹이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롯데캐논 사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41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롯데캐논이 노동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1인당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은 지난 21일, “롯데캐논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돼 사내 하청업체 41명을 오는 3월 30일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노동개혁-비정규직’ 보도에서 롯데캐논이 사내하청업체인 유천산업에 인력 감축을 종용하는 내부 메일과 회의자료를 공개해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유천산업 소속 노동자들은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을 포함해 롯데캐논이 파견법을 어기고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을 해왔다며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에는 원청인 롯데캐논이 사내 하청업체 대해 인사, 교육, 품질 관리 등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시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제조업 생산 공정 업무에는 파견이 금지돼 있으며 원청이 하청업체에 인사, 교육 등 경영에 관여하면 불법파견으로 판단된다.
롯데그룹과 캐논이 합작해 만든 롯데캐논은 복합기, 스캐너, 복사기를 만드는 업체로 경기도 안산에 제조 공장을 두고 있다. 안산공장에는 유천산업을 비롯해 사내 하청업체 4개, 150여 명의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해마다 하청업체 계약이 갱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조사 결과에 대해 롯데캐논 비정규직 김미애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한 삶이 롯데캐논 불법 파견의 결과였다"면서 “노동부의 직접 고용 지시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유천산업 외의 다른 사내 하청업체들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면서 “신동빈 회장은 1만 명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을 반드시 지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진정에 참여한 문상흠 노무사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불법파견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문 노무사는 “대기업 사내 하청업체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캐논 인사팀 관계자는 “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면서 “직접 고용을 이행할지, 노동부 시정 명령에 행정소송을 할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 사태를 겪은 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그룹 내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캐논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어, 롯데가 사내 하청업체 직접 고용 지시를 이행할지 주목된다.
취재: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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