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웃렛 난개발...정부도 공범
2014년 10월 31일 22시 37분
대형마트와 SSM에 이어 대기업 빅3 유통재벌들이 이른바 아웃렛 또는 상설할인매장 같은 패션 재고처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 결과 여러 지역상권과 도로변 중소 패션 아웃렛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중산층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에서 신세계에 반격에 나선 롯데쇼핑은 경기도 파주와 이천에 잇따라 초대형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장했다. 프리미엄 아웃렛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곳에 입점한 해외 명품 브랜드 비율은 불과 15%. 나머지는 지역상권이나 도로변 중소 아웃렛에서 많이 판매되는 일반 브랜드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중소상인들과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2011년 경기도 파주에 신세계와 롯데의 프리미엄 아웃렛이 입점한 이후 파주의 금천상권과 일산 덕이동의 패션 아웃렛 거리는 수십 개 패션 브랜드가 철수하고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그야말로 초토화 됐다. 지난해 12월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이천점이 개점한 이후 경기도 이천시의 중심상권도 이미 큰 폭의 매출 하락과 일부 패션 대리점의 폐점이 속출하고 있다.
이천시상인연합회 조철현 회장은 “유통 대기업들이 프리미엄 아웃렛이라는 간판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기 어려운 해외 명품 브랜드 대신 국내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중소상인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패션 재고처리 ‘아웃렛’ 시장까지 석권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아웃렛 1호인 신세계.사이먼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이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2차 확장공사에 나서면서 바로 옆 중소상인들이 개발한 여주 375 아웃렛 입점 상인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신세계를 상대로 한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의류 본사들이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이 확장 개장하면 일반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킬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375 아웃렛의 인기 브랜드 대리점주들에게 조만간 매장을 철수 시켜야 한다거나 신세계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신세계 사이먼측은 프리미엄 아웃렛이라고 하더라도 해외 명품만 판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확장 이후 어떤 브랜드를 입점시킬 것인지 아무런 계획을 세운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션업계는 전국적으로 7개나 되는 초대형 아웃렛을 해외 명품으로 채우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웃렛의 확장은 일반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백화점의 성장세는 이미 꺾였다. 해외 명품의 소비도 준데다 일반 옷값의 거품도 심화되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큰 폭의 할인을 제시하는 아웃렛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웃렛 시장의 규모가 연 10조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커졌고 패션유통업계의 이른바 ‘슈퍼 갑’인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이 아웃렛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와 부산 주변에서 이미 6개의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장해 경쟁하고 있는 신세계와 롯데는 앞으로 3-4곳의 대형 아웃렛을 더 개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뒤늦게 가산동 아웃렛에 진출한 현대백화점도 2-3곳의 아웃렛을 추가로 개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롯데나 이랜드를 중심으로 시내 상권과 역세권 등에 진출한 도심형 아웃렛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전국적으로 지역상권 상인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패션유통물류주식회사(롯데에 부지매각)가 이천시에 제출한 이행확약서
대기업의 프리미엄 아웃렛이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는 배경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이천점이 입점한 부지는 한국패션물류주식회사가 물류단지로 개발한 땅 일부를 매입해 들어섰다. 이천시는 당초 한국패션물류주식회사에 상업시설을 허용해 주면서 아웃렛을 유럽형 명품 브랜드로 구성하고 지역 중심상권과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행확약서를 받았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천시에 10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각서도 받았다. 하지만 이천시는 상업시설이 롯데로 인수될 때는 이와 같은 확약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지역상권의 피해를 방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경제활성화를 내세우며 각종 특혜까지 제공해 세워진 대기업 아웃렛을 유치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패션 품목 외에 먹거리와 놀거리 등을 모두 집적시킨 초대형 아웃렛의 소비는 인근 지역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얘기하는 고용창출 효과도 마찬가지다. 한 해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웃렛의 경우에도 본사 정규직 직원은 불과 1-20명에 불과하다. 결국 의류회사의 판매직 사원이나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만 창출된다는 뜻이다.
경기도 일산의 덕이동소상공인협동조합 김종생 이사는 “이미 지역 경제활성화 효과가 떨어지고 지역상권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대기업 아웃렛으로부터 소상인을 전혀 보호해 주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을 더 이상 믿기 힘들다”고 말한다. 김 이사는 “조기 퇴직자들로 자영업 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하고 있는데 이 시장마저 대기업이 다 잠식을 해 간다면 ‘대한민국은 대기업의 나라고 국민은 대기업의 종’이냐며 정부와 정치권의 방관 속에 중산층은 다 사라질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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