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 유동규 "김만배의 세뇌로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라 착각"

2023년 04월 14일 15시 00분

① 2021년 검찰 조사서 유동규 "천하동인 1호가 내 것이라고 김만배가 계속 가스라이팅" 
② 정영학 녹음파일서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돈 건넬 4가지 방법 논의...실현 가능성은 떨어져
③ 검찰 기록이 가리키는 천화동인 1호 주인은 '유동규'...최근 법원은 "이재명 측 지분인지 의문"
④ 2021년 2월 1일에 정영학이 녹음한 음성파일 첫 공개...김만배와 정영학의 은밀한 대화 담겨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428억 뇌물 약속'을 혐의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재명의 두 측근(정진상, 김용)을 압수 수색할 때만 해도,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24.5%)은 사실상 이재명의 몫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이 '428억 약정' 혐의를 뺀 이유가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2021년 검찰 수사 증거기록 40,330쪽에는 '428억의 실소유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당시 정영학과 남욱은 일관되게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자는 유동규"라고 진술했다. 반면 김만배는 "1호는 100% 내 것", 유동규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유동규 "김만배가 700억 준다고 계속 얘기...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

2021년 조사에서 검사는 2020년 10월 30일 자, '노래방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유동규를 추궁했다. 녹취록에서 유동규는 스스로 1호의 실소유자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유동규는 검사에게  "김만배로부터 세뇌당했다.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당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면서 녹취록 내용을 부인했다. 
김만배는 유동규와의 대질 신문에서 "아니, 뭐 농담으로 했을 수는 있죠. 그런데 회사에 700억 원이 있지도 않은데 무슨 700억 원을 준다는 말을 했겠어요. 제가 그 말을 했어도 농담이었을 겁니다...저의 뻥카에 유동규가 이용됐다면 죄송합니다"라고 검사에게 말했다. 즉, 700억 뇌물 약속이 거짓이었단 주장이다. 
▲유동규 피의자 신문조서(4회, 2021.10.7.)

뇌물 금액도 지급 방법도...시간에 따라 구체화되는 '뇌물 약속'

이처럼 김만배와 유동규는 '700억 약속'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이 더욱 구체화된다. 
2021년 2월 22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서는 건넬 돈의 액수까지 정해진다. 정영학은 업자들의 총 수익을 4,800억 원으로 가정했다.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은 24.5%다. 이 비율대로 계산하면 1,200억 원이다. 그러나 김만배는 여기에서 자신이 쓴 돈과 공통 비용, 세금 등을 뺀다. 그렇게 해서 남은 돈 428억 원이다. 원금 대비 3분의 1로 대폭 줄었지만, 이에 대해 유동규가 항의하는 모습은 녹취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유동규는 자신의 몫이 정확히 얼만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정영학이 작성한 메모. 2021년 2월 22일, 정영학은 김만배와 만나 천화동인 1호 지분(49%)의 절반(24.5%)이 얼마인지 계산했다. 김만배가 회사에서 빼내 쓴 돈까지 일괄로 차감하면서, 24.5%의 금액이 1,200억→428억으로 줄어들었다. 

김용 사건 재판부 "428억원이 이재명 측 지분 맞는지 의문이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3부, 조병구 부장판사)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428억 약정'이 등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학은 "2015년 2월쯤 김만배가 '정진상이 20억 원을 요구했는데 실제로 돈을 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재명 측에 대한)428억 약정이 실재한다면 왜 정진상이 요구한 20억을 김만배가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계산상 428억 원의 ⅓인 140억 원 정도는 정진상에게 가야 하는데, 20억 원을 안 주겠다는 건 안 맞는 얘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428억은 이재명 지분'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정영학은 또 "김만배가 누구에게 주었다거나, 주기로 약속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고 일단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이 얼마인지 계산만 해달란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수사 증거기록과 정영학 녹취록 등을 종합하면,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428억 원을 실제로 지급할 의사가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 김만배는 정영학과 다양한 지급 방법을 모색했지만, 당장 실행하기는 어려운 방법들이었다. 이 때문에 천화동인 1호가 유동규나 이재명 측이 아닌 '또 다른 숨은 주인'의 소유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뉴스타파는 오늘(14일), 2021년 2월 1일에 정영학이 녹음한 음성파일을 공개한다. 김만배가 정영학과 함께 유동규에게 돈을 건넬 4가지 방법을 모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촬영정형민
편집정애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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