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현성 변호사 검찰 진술, "박영수 변협 회장 선거 때 2억 원 지원" ● 조현성은 박영수와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협 회장 선거 때 대장동 팀과 첫 인연 맺어 ● 검찰의 박영수 구속영장에는 남욱이 진술한 선거자금 3억 원만...'조현성 2억 원'은 빠져
박영수 전 특검이 구속됐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의 두 번째 영장 청구였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업자들과 우리은행을 맺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약속 받았다고 보고 있다. 그 중 8억 원은 실제로 건너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8억 원 중 3억 원은 남욱 변호사가 건넸다. 남욱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에 출마했을 때 세 차례에 걸쳐 3억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박영수 전 특검이 변협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더 있었다.
천화동인 6호의 소유자인 조현성 변호사는 2021년 검찰 조사에서 "박영수 변협 회장 선거 때 개인 돈 2억 원을 쓰며 도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현성 2억 원'은 이번 박영수의 범죄 혐의에서 빠졌다.
남욱, 2021년 검찰 수사 초기부터 박영수에게 돈 건넸다고 진술
남욱은 2021년 검찰 수사 초기부터 박영수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2021년 10월 19일 남욱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2012년(2015년 오기) 1월 경 박영수가 변협 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 내 돈으로 1억 5,000만 원 정도를 써서 도와주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아래 사진 참조) 남욱이 건넨 돈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3억 원으로 늘었고, 검찰은 '남욱 3억 원'을 박영수 구속영장에 넣었다.
검사는 "박영수 17억 원은 김만배에게 들은 이야기인가요"라고도 묻는다. 남욱은 "이미 대여금 형태로 17억 원이 가 있다고 했습니다"라고 답한다. "박영수에게 왜 돈을 주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처음에 주기로 했다가, 박영수가 특검이 되고 나서 안 준다고 바뀌었다가 최근에 또 주는 것으로 되었는데, 그 경위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박영수 17억 원'은 박영수의 딸이 화천대유로부터 빌린 11억 원의 대여금을 뜻한다. 남욱이 김만배에게 들은 말을 전하면서 금액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남욱의 진술을 종합하면, 김만배는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박영수의 딸에게 회삿돈을 보냈다.
이미 2년 전에 이 같은 남욱의 진술이 있었지만, 박영수에 대한 본격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에야 대여금 11억 원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 보고 수사를 벌였다.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2회, 2021년 10월 19일). 대한변협 회장 선거는 2015년 1월이었다. 남욱이 시기를 착각해 2012년으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성 진술, "박영수 지시로 변협 회장 선거 도우면서 개인 돈 2억 원 썼다"
천화동인 6호는 약 282억 원의 배당 수익을 올렸다. 법적 소유자는 조현성 변호사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실제 소유자는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이었다. 조현성은 배당 수익금으로 조우형의 오디오 사업체를 인수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일종의 경제 공동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현성이 김만배, 남욱, 조우형 등 대장동 팀과 인연을 맺은 건 박영수의 대한 변협 회장 선거를 함께 준비하면서부터다. 이들은 박영수를 당선시키기 위해 똘똘 뭉쳤다. 조현성은 박영수가 이끌던 법무법인 강남 소속이었다. 아래 사진은 2021년 11월 21일 조현성의 피의자 신문조서 중 일부다.
이날 조현성은 검사에게 "제가 인간적으로 박영수 변호사에게 끌렸던 점도 있고, 당시 선거 참모들이 저에게 '로스쿨 변호사 쪽은 조 변호사가 책임지고 선거를 돕도록 해라'고 해서 나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했습니다"라며 선거에 참여한 동기를 진술한다. 이어 "선거를 도우면서 활동비로 사용한 개인 돈이 약 2억 원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박영수 변호사가 이런 돈을 전혀 보전해 주지 않았고..."라고 말한다. 조현성이 박영수에게 건넸다는 2억 원은 남욱이 박영수에게 준 돈 3억 원과는 별개로 추정된다.
조현성 피의자 신문조서(1회, 2021년 11월 21일)
2021년 수사 때 확보된 '조현성 2억 원' 진술...검찰, 일부러 뺐나 뭉갰나 의문
정리하면, 박영수의 변협 회장 선거에는 남욱이 댄 선거 자금 3억 원 외에도 약 2억 원의 조현성 자금이 더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박영수 혐의에 '조현성 2억 원'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현성은 2015년 당시 수원지검 수사를 받다 구속된 남욱과 조우형을 대신해 킨앤파트너스로부터 대장동 초기 자금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사실상 대장동 팀의 일원이라고 봐야 한다.
주목할 점은, '남욱 3억 원', '조현성 2억 원' 등 소위 '대장동 일당'이 박영수에게 건넸다는 돈에 대한 진술이 이미 2021년 대장동 검찰 수사 초기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50억 클럽'에 대해 손을 놓다시피 했다. 지난 2월, 곽상도 전 의원이 뇌물 무죄 판결을 받고 국민적 공분이 일자 검찰은 마지못해 수사에 나섰다.
박영수가 구속되자 언론은 '박영수 전 특검의 구속으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는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확인된, 2021년 나온 '조현성 2억 원' 진술은 검찰 수사에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정권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증언을 검찰이 의도적으로 뺐는지, 알고도 뭉갠 것인지 의심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