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급식 축소, 이대로 괜찮나

2014년 02월 21일 19시 55분

서울시교육청이 친환경농산물 사용비율을 낮추고 학교와 민간업체와의 거래를 장려하는 내용의 2014년 급식계획을 발표한 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청이 서울시 산하 학교급식 공공조달기관인 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학교 급식의 운영방법과 식재료 선택에 대한 학교의 자율성 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월 교육청은 현행 공립초교 70%, 중학교 60% 이상으로 돼있는 친환경농산물 권장 사용 비율을 초등과 중등 모두 50%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2014학년도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친환경 농산물 권장 사용 비율

교육청은 단가가 비싼 친환경 식자재 권장 비율이 높다 보니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기 어려워 권장 비율을 낮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급식 사정에 밝은 한 초등학교 교사는 “사정이 안 되는 경우 권장비율을 못 지킬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권장비율을 낮추는 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친환경 식자재 사용 비중을 줄이는 대신 나머지 50%는 GAP, 즉 우수관리인증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였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홈페이지에 GAP 농산물은 안전성 검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인증됐다고 적어놓았다. 실제로 GAP는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위해요소를 허용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시스템이지만 안전성 우려가 따르지 않는 건 아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GAP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초제를 비롯해 화학농약과 화학비료가 권장사용량 정도 사용될 수 있고 GMO, 즉 유전자조작식품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GAP 농산물이 비용 문제나 인증 절차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아직 전국에서 4% 정도 농가만 생산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급식 식재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교육청은 식재료 구매 때 수의계약 한도를 일반 업체와 친환경유통센터 모두 1,000만 원 이하로 통일했다. 지난해까지 일반 업체는 500만 원,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2,000만 원 이하였다. 교육청은 친환경유통센터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청이 2월 초 학교 영양교사와 행정실장 회의를 실시하면서 센터를 이용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시 한 초등학교 행정실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교육청에서 친환경센터는 좀 배제하고 지양하는 분위기를 하니까 학교에서 자율성을 침해받은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행정실장, "교육청에서 친환경센터는 좀 배제하고 지양하는 분위기를 하니까 약간은 학교에서 자율성을 침해를 받은 느낌
▲초등학교 행정실장 녹취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압력 의혹을 부인했지만 센터를 이용하겠다고 신청한 103개 학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 곳이 압력 의혹이 불거진 뒤 신청을 취소했다.

교육청은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G2B) 등을 통한 온라인 거래를 학교에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가격경쟁 위주의 식자재 업체 선정은 학교급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유통센터 김성수 센터장은 “최저가 낙찰 형태인 eaT와 G2B를 통하면 저가의 농수축산물이 학교에 공급될 수 있어 학생들 건강권이 담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새로운 교육청 방침 때문에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도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친환경센터처럼 잔류농약을 분석해주는 등 사전 검사를 해주는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않은 G2B와 eaT를 이용하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가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이던 2009년부터 운영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용린 교육감이 급식정책을 바꾼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인 친환경 무상급식을 흠집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장은 문용린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설립한 친환경센터를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교육청의 행태를 비난했다.

곧 친환경유통센터 내부비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센터 비리와 급식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문제가 있어서 개선 노력을 벌이는데 교육청이 이런 조치는 무시하고 예전처럼 민간업체 밀어주기로 급식정책을 끌고 가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어른들의 힘겨루기 속에 서울 학교의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이 후퇴하면서 당장 3월 새 학기부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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