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중복게재' 논문으로 점수받은 뒤 정교수 승진
2015년 03월 08일 20시 43분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006년과 2011년 각각 부교수와 정교수 승진 심사에서 자신이 이전에 쓴 논문을 그대로 베낀 이른바 ‘중복게재’ 논문을 잇따라 제출해 점수를 인정받고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6년 1월 부교수 승진 심사 과정에서는 중복 게재 논문 2편을 제출해 점수를 인정받았는데, 이를 통해 교수 승진에 필수 요건인 논문 점수를 채워서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논문을 중복게재해 연구윤리를 위반한 것은 물론 교수 승진 등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가 신경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이 한양대로부터 제출받은 홍용표 후보자의 한양대 재직시절 교원심사 평정표를 입수한 결과, 2006년 1월 홍 후보자는 한양대 교수 승진 심사에서 전문학술지 이상에 게재한 논문 3편을 제출했다. 그리고 모두 8점을 획득해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했다. 당시 교수 승진에 필요한 논문 필수 요건 점수는 6점이었다. 당시 심사표에는 “모든 요건 충족으로 하자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결과, 홍 후보자가 2006년 교수 심사에 제출한 논문 3편 가운데 2편이 이전 자신이 쓴 논문의 내용을 인용없이 짜깁기한 “중복게재” 논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복 게재 논문 2편을 제외할 경우, 홍 후보자는 정교수 승진에 필요한 논문 점수인 6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 때문에 홍 후보자가 부교수 승진 심사 요건인 논문 점수를 채우기 위해 논문을 중복게재하는 방법으로 ‘교수 승진’이라는 부당한 이득을 얻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아래 논문은 홍 후보자가 부교수 승진 심사에 제출해 점수를 인정받은 논문 중 2004년 12월 한국국제정치학회가 발행하는 전문학술지 <국제정치논총>에 발표한 영어 논문이다. 제목은 “North Korea in the 1950s: The Post Korean War Policies and Their Implications”(1950년대 북한의 전후 정책과 시사점)이다. 이 논문은 한양대로부터 3점을 인정받았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논문은 2000년 영국과 미국에서 공식 출판한 자신의 논문 ‘State security and regime security : President Syngman Rhee and the insecurity dilemma in South Korea, 1953-60 (국가안보와 정권안보:1953년에서 60년 사이 이승만 대통령과 남한의 불안정 딜레마)’ 제6장의 내용을 짜깁기해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18쪽 분량 가운데 약 40% 가량이 이전 논문의 내용과 동일했다.
군데 군데 낱말을 생략하고 ‘Western Reporter’를 ‘Western Observer’로, ‘Pyongyang government’를 ‘North Korea’로 바꿔 놨을 뿐 본문 내용은 상당수 일치했다. 그러나 2010년 논문 어디에도 자신의 이전 논문을 인용했다는 출처 표기는 없다. 정당한 인용 없는 논문 중복게재에 해당한다.
또 2005년 북한연구학회의 <북한연구학회보>에 게재한 홍 후보자의 논문에서도 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된다. “북한의 남북 당국간 대화전략 : 김대중 정부 시기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은 이보다 2년 전인 2003년 학술지 <국제문제연구>에 실린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북한의 정책 전망”이라는 논문의 내용을 상당부분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18쪽 분량의 논문 가운데, 약 45%를 이전 논문에서 짜깁기했다. 특히 본론에 해당하는 3장의 경우 90%이상 그대로 옮겨왔다. 2003년 논문에는 ‘영향을 미친다’,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제화를 꺼리고 있다.”고 현재형으로 썼던 문장을 2005년 논문에는 ‘영향을 미쳤다’, ‘입장을 고수하였다’, ‘의제화를 꺼렸다.”로 과거형으로 고쳤을 뿐 본문 내용은 그대로였다. 이전 논문을 인용했다는 출처 표기는 전혀 하지 않아 논문 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된다. 이 '중복게재' 논문 역시 2006년 한양대 교수승진 심사에 점수 3점을 인정받았다.
홍 후보자는 또 2011년 1월, 교수 승진 심사에도 자신의 중복게재 논문을 제출해 점수 3점을 받고 정교수로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3점을 받은 논문에는 2010년 12월 연세대 통일연구원의 <통일연구>에 게재한 영어논문이 포함돼 있다. ‘The Evolution of Syngman Rhee’s Anti-Communist Policy and the Cold War in the Korean Peninsula(이승만의 반공정책과 한반도의 냉전)’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2000년 영국과 미국에서 공식 출판한 자신의 논문 ‘State security and regime security : President Syngman Rhee and the insecurity dilemma in South Korea, 1953-60 (국가안보와 정권안보:1953년에서 60년 사이 이승만 대통령과 남한의 불안정 딜레마)’ 제2장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조 결과 전체 30쪽 분량인 2010년 논문의 95% 이상이 이전 논문의 내용과 동일했다. 그러나 2010년 논문 어디에도 자신의 이전 논문을 인용했다는 출처 표기는 없다. 홍 후보자는 이에 대해 중복게재를 인정하고 ‘장관 후보자로서 송구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홍용표 후보자가 2006년과 2011년 부교수와 정교수 승진 과정에서 모두 3편의 중복게재 논문을 잇따라 제출해 점수를 인정받고 승진한 것으로 확인돼, 홍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신경민 의원은 홍 후보자에게 ‘학자로서, 고위공직자 후보로서 중복게재 등 연구윤리가 만연한 세태에 대한 견해“를 서면질의했고, 홍 후보자는 ”표절이나 중복게재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내일(3월 11)일 열릴 홍용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연구윤리 위반 논란과 함께 부당한 교수 승진 의혹도 핵심 쟁점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오늘(3월 11일)열린 홍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홍 후보자는 중복게재 사실은 인정했지만, 중복게재 논문으로 (교수 승진 등) 부당이득은 얻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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