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비자

[12회] 밑빠진 9호선에 물 붓기

2012년 04월 20일 04시 09분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서울 강남과 김포공항을 바로 잇는 황금노선입니다. 하루 15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은 서울 최초의 민자 지하철이기도 합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민자사업장이 유일하게 성공할 수 있는 게 서울에서 하는 민자사업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실질적으로 당초 예상했던 승객 수를 다 채우고 있거든요, 유일하게.”

개통 3년 지금까지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다른 지하철 노선과 동일한 운임으로 시민의 발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독 9호선만 요금을 500원씩이나 올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50% 가량의 요금 인상입니다.

[시민] “100원도 아니가 갑자기 50%를 올리는 거잖아요. 1050원에서. 황당하기도 하고.”

[시민]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까 부담이 확 되죠.”

[시민] “많이 오른다고 해서 좀 심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니까.”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건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시 메트로 주식회사입니다. 서울 지하철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은 개통 당시에는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900원의 요금을 받았습니다. 다른 서울시 지하철과 똑같은 요금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요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9호선은 다른 지하철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메트로9 관계자] “1호선부터 8호선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요금을 정해요. 저희는 민간 투자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장과의 계약을 통해서 이미 해마다 받아야 되는 요금이 다 정해져 있습니다. 2005년부터 해마다의요금이 다 정해져 있어요. 저희는 올해 받아야 되는 요금이 1850원이에요.”

지난 2005년 서울시와 메트로 주식회사가 맺은 실시 협약서입니다. 이 협약서에 의하면 요금을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주식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정책위원] “운임에 대한 자율결정권을 줬어요. 도시철도법 15조에 보면 운임결정에 관한 권한이 나와요. 거기서 보면 운임결정은 운영사가 한다, 단서 조항이 뭐냐면 시 도지사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운영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하거든요. 결론적으로 박원순 시장이 인정하지 않으면 운임요금을 결정할 수 없는 거예요. 법적으로. 법에 그렇게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시장 시절에 맺었던 실시협약에 근거해서 우리는 이명박 시장으로부터 요금의 자율결정권을 받았는데 왜 너희들은 자꾸 이렇게 요금인상을 못하게 하냐며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는 거죠.”

지하철 9호선 사업은 이명박 시장 재임 시절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2005년 당시 서울시는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현대로템컨소시엄과 지하철 9호선 민간투자사업 협정을 맺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안은 지하철 기준 요금을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업자가 제시한 최초의 기준 요금은 700원.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계약을 맺을 시에는 1000원으로 43% 인상되었습니다. 현재 메트로 9호선 측이 대폭적인 인상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 셈입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우선 협상자 선정 당시에는 제안한 내용이 기본운임 700원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명박 시장이 있던 2005년 계약서 도장을 찍을 때 왜 갑자기 45% 정도 높이 사업자가 제안한 요금보다 더 높여서 기본요금을 1000원으로 계약을 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해명이 전혀 없는 거죠.“

[서울시 협상 관계자] (사업제안서에는 700원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왜 1000원으로 협약을 했느냐...)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700원이지만 실제적으로 저희에게 굉장히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적자 보전, 출자금에 대한 보증, 제가 대충 기억나는 것만 그 정도인데 네다섯 가지 이상 현금으로 지원해 달라고 했습니다. 700원 가지고 운영이 안 되니까 돈을 수 천 억을 별도로 요구해 가지고 저희에게 제안을 했어요. 일단 700원은 표면적인 거고 뒤에 보조금 자체는 더 한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측에 매년 8.9%의 수익률도 약속했습니다. 보통 민자 사업에서는 지자체 등 시행자가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합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우이 경전철의 경우 5%. 수석 호평 민자 도로의 경우 6.26%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는 다른 민자사업에 비해 3%가량 높은 수익률을 지하철 9호선 메트로 측에 약속한 것입니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 “2005년 당시 합의한 내용 중에 협약 내용에 부당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수익률 부분입니다. 지하철 9호선 사업의 경우 8.9%로 합의했는데 이 부분이 통상적인 민간 투자 사업의 수익률 보장보다는 과도한 보장이란 부분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정책위원] “세후 수익률 8.9%를 지속적으로 보장한다는 건 운영자는 경영개선 노력을 할 필요도 없는 게 되는 거고요. 도덕적 해이까지 발생시키는 거죠. 왜냐하면 여기 투자한 사람들은 적자를 보든 흑자를 보든 의미가 없어요. 어쨌든 수익은 보장되니까.”

서울시는 메트로 9호선에 지난 3년 동안 약 7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보전해 주었습니다. 협약서상 통행운임 수입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그 차액을 세금으로 보전해준다는 이른바 최소 운임 수입 보장 조항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에 약속된 수입의 90%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서울시가 수백억 원대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또 강남을 통과하는 황금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요금을 500원씩이나 올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트로9 관계자] “회사가 작년 말로 자본 잠식을 당했습니다. 계속 방치가 되면 그런 현상이 지속됩니다. 지하철의 운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난해 경우 서울시는 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에 326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의 단기 순손실은 466억 원. 문제는 순수하게 지하철 운영을 하면서는 손실은 26억 원에 불과하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만으로 461억 원이 지불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이자는 주로 누가 받아갔을까.

메트로 9호선의 2대 주주인 맥쿼리 한국 인트라트 융자회사. 3대 주주인 신한은행 등입니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는 자신의 대주주인 금융회사로부터 고리로 돈을 빌리고 서울시는 거기에 대한 이자를 갚아주고 있는 꼴입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지방채라든지 국채 발행하는 것보다 월등히 비싸기 때문에 그런 틀에서 본다면 과연 그렇게 높은 이자를 주면서까지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사업을 하는 게 맞느냐.”

지하철 9호선 건설에 투입된 정부와 서울시 예산은 2조 원 이상. 민간 투자자 자본은 6분의1 정도입니다. 그런데 조잘된 민간자본 가운데 5천억 원은 시중금리에 비해서도 이자율이 높은 금융자본이었습니다. 굳이 이자가 높은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이 사업을 했어야 했을까.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그 시설을 다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은 3조 4천억쯤 되고요. 그중에 민자 사업자가 순수한 민간 자본을 투입한 것은 7천억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용어 자체가 틀렸습니다. 상당 부분 재정지원, 조금 민간 자본 투입사업이라고 바꿔야죠. 날로 다 먹어버린 거죠. 싹 다.” (15%를 투입해 놓고는?) “전체 시설물에 대한 운영권을 다 가져가 버린 거죠.”

밑빠진 독처럼 되어 버린 지하철 9호선.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는 이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습니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 “있는 정보를 그대로 다 공개해야 한다고 보고요. 거기에 대한 책임관계, 사실관계는 모든 시민에게 다 공개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입니다. 우선은 내부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사실 조사를 정밀히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2005년 당시에 어떻게 해서 이러한 협약이 이루어지게 됐는가에 대한 자료 분석을 정밀히 한 뒤에 이 부분에 대한 협의 개정 요구를 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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