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참혹한 대한민국'_북한이탈여성들의 미투
2020년 07월 23일 19시 15분
북한이탈여성 한서은(가명, 34세)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 소속 군인 두 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한 씨가 두 사람을 고소한 지 11개월 만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북한이탈여성 성폭행 사건 보도(‘나의 참혹한 대한민국’ 북한이탈여성들의 미투)를 통해 한서은 씨의 피해사례, 그리고 가해자들의 주장을 보도한 바 있다.
국방부 검찰단(이하 군검찰)은 지난달 31일 정보사 소속인 김 모 상사와 성 모 중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북한이탈여성 한서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다. 김 모 상사에게는 상습피감독자간음·준강간·강간 혐의가, 성 모 중령은 피감독자간음 및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군검찰은 1일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정보사 군인 2명에 대한 불구속기소 사실을 공개했다. 다음은 국방부 대변인실이 언론기관에 보낸 문자 공지 내용.
“국방부 검찰단은 2018년 5월경 ~ 2019년 2월경 사이 공작활동 대상자로 업무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피해자(북한이탈주민)를 위력으로 간음한 정보사령부 A중령에 대해 피감독자간음 및 강요의 혐의로, 정보사령부 B상사에 대해 상습피감독자간음, 준강간, 강간 등의 혐의로, 2020년 8월 31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하였음.”
- 국방부 검찰단 (2020.9.1)
2013년 1월 탈북한 한서은(가명, 34세)씨는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2명(김 모 상사, 성 모 중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김 모 상사가 13개월(2018년 5월~ 2019년 6월)간 12차례, 성 모 중령은 2019년 1월 한 차례 한 씨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한 씨는 지난해 10월 두 사람을 성폭행 혐의로 군검찰에 고소했고 이후 수사는 11개월 가까이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 조사는 이례적으로 10번 가까이 진행됐다.
한 씨는 군감찰의 수사과정에서 “2차 가해가 벌어졌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군검찰이 성폭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한 씨에게 들려주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녹음파일은 가해자 중 한 명인 성 모 중령이 군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한 씨가 주장하는 ‘2차 가해’ 문제와 관련, 성폭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피해자에게 들려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녹음된 파일의 내용이 피해자 진술과 다른 정황이 있어 음성이 피해자의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녹음파일 재생은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했다”고 주장했다.
정보사 군인 2명에 대한 불구속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 뉴스타파는 군검찰에 연락해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해 구속기소가 아닌 불구속기소를 결정한 이유”도 물었다. 군검찰 관계자는 전화인터뷰에서 “피감독자 간음 부분은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희정 지사 사건에서 영장 청구가 2번이나 기각된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업무배제 상태인 두 피의자에 대해 휴직 명령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서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전수미 변호사(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군검찰의 기소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피해자 조사가 이례적으로 10번 가까이 진행된 부분, 조사 당시 벌어진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2차 가해는 군 검찰의 성인지감수성이 어떠한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2차 가해에 대한 군 검찰 측의 대안 방지책이 없다면 비슷한 2차 가해는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성 모 중령의 변호를 맡고있는 홍승민 변호사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재판과정을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군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 이후 피해자 한서은 씨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한 씨는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막고, 또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당하면서 속수무책으로 살지 않도록 진실만을 밝혀 싸우겠다. 끝까지 이 사건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 | 김새봄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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