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의원이 어떻게 썼나? ...국회 정책자료발간비 내역 공개
2018년 11월 15일 14시 32분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실이 지난 2016년 5건의 정책연구 용역과 3건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국회사무처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의원실 업무를 돕던 비정규직 인력들에게 천여 만 원의 용역비를 편법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뉴스타파와 MBC가 20대 국회의원들의 소규모 용역비와 입법정책개발비 지급 내역 자료를 국회사무처로부터 입수해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강석진 의원(경남 산청 함양 거창 합천)의 지난 2016년 정책연구 용역비 집행 내역을 보면, 같은 해 7월부터 11월까지 매달 1건씩 모두 5건의 정책연구 용역을 맡기고 1천50만 원의 국회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5건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하나같이 연구자의 전공이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전문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7월에 수행된 연구용역의 결과물인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을 위한 현안 대책 제언’(용역비 200만 원) 보고서의 연구자는 소속 대학명이 명기되지 않은 채 ‘보건정책 전공 대학생 김모 씨’로 되어 있다.
또 8월과 9월 중 진행된 연구용역 보고서인 ‘보건복지부 주요 현안에 대한 분석 및 정책 제언’(200만 원)과 ‘보건복지부 정책 발전을 위한 주요 현안 분석’(용역비 250만 원) 등 2건은 30대 초반의 제약회사 여직원이 쓴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어 10월과 11월에 수행된 연구용역 보고서인 ‘의료산업 발전방안을 위한 정책 제언’(용역비 200만 원)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한 정책 제언’(용역비 200만 원) 등 2건은 해양생물 관련 연구개발 업체의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기재돼 있기도 하다.
정책연구 용역비 뿐만 아니라 입법정책 개발비 지급 내역 역시 석연치 않았다. 강석진 의원실이 2016년 간담회 개최를 위해 국회사무처로부터 경비 지급을 신청한 내역은 모두 3건으로, 7월 21일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에 관한 토론회’(경비 94만 6천 원)와 7월 26일 ‘농정예산의 구조와 정책방향에 대한 간담회’(경비 105만 원), 그리고 8월 29일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에 관한 토론회’(경비 45만 원) 등이 그것이다.
이 3차례 간담회 모두 발제에 전문성이 필요보이지만 발제 담당자들은 대학생들이었다. 7월 21일과 26일 간담회의 발제자는 대학생 김 모 씨였다. 김 씨는 앞서 정책연구 용역을 수행했던 보건정책 전공 대학생과 동일인이다. 그런데 간담회 내역서엔 전공이 도시계획부동산학과로 기재돼 있다. 8월 29일 간담회의 발제자는 또 다른 대학생 오 모 씨다. 하지만 소속 학교로 기재돼 있는 UDSD는 어느 대학인지 알 수가 없었다.
취재진은 이 같은 수상한 지급 내역에 대해 강석진 의원실에 해명을 요청했다. 그러나 강석진 의원실의 대답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보좌관이 현재는 근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은 보고서 연구자들과 간담회 발제자들, 그리고 당시 강석진 의원실에 근무했던 보좌진들을 일일이 접촉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봤다.
먼저 정책연구 보고서 2건을 쓴 제약사 여직원 신 모 씨는, 해당 연구용역을 자신이 수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용역 보고서를 자신이 의원실에 직접 제출했는지,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2건의 보고서를 쓴 해양생물 연구개발업체 연구원 홍 모 씨는 처음엔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다가, 며칠 뒤 다시 연락하자 자신이 해당 보고서를 쓴 것이 맞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당시 연구 주제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이어서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 아르바이트하듯 보고서를 썼다고 말하는가 하면, 분명히 보고서를 작성해 의원실로 제출했다면서도 이후 컴퓨터를 바꾸면서 백업을 하지 않아 보고서 원본은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취재 결과, 이들의 석연치 않은 해명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강석진 의원실의 정책연구 용역비와 입법정책개발비 업무를 담당했던 선임보좌관 박 모 씨에게 확인한 결과, 각각 2건 씩의 정책연구 보고서를 썼다는 신 모 씨와 홍 모 씨는 당시 강 의원실에서 무급 비정규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던 홍 모 씨의 아내와 친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대 국회 비서관이었던 홍 씨는 2016년 당시 무직 상태에서 강석진 의원실 선임보좌관 박 씨의 제안으로 비정규 비서관으로 들어와 국정감사 보도자료와 질의서 작성 업무에 투입됐다. 홍 비서관은 당시 초선인 강석진 의원실이 국정감사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도록 도움을 주면 5급 정식 비서관으로 채용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8월 경부터 넉 달 가량을 무급으로 일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아내와 형에게 정부 정책자료를 수집하고 요약 정리하는 보조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강석진 의원실은 이렇게 생산된 국정감사용 보도자료와 질의서들을 엮어 외부 연구자가 쓴 보고서 형태로 편집한 뒤, 이를 홍 비서관의 아내 신 씨와 친형 홍 씨가 작성한 용역보고서인 것처럼 정리해 국회사무처에 제출했다. 즉, 서류상 정책연구 보고서의 작성자로 되어 있는 신 씨와 홍 씨는 여러 정책자료들을 수집 정리하는 보조 업무를 수행했을 뿐 실제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박 모 선임보좌관을 비롯한 강 의원실의 보좌진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 씨와 홍 씨가 썼다는 보고서의 주요내용들은 2016년 국정감사 당시 강 의원실에서 배포했던 보도자료들의 제목들과 대부분 일치했다.
강 의원실은 이처럼 연구자 이름이 허위로 기재된 보고서를 제출해 국회사무처로부터 850만 원의 예산을 지급받았다. 이 금액은 서류상 연구자인 신 씨와 홍 씨에게 지급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 금액은 신 씨의 남편이자 홍 씨의 친동생이던 당시 무급 비정규 비서관 홍 모 씨의 인건비로 지급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박 모 전 강석진 의원실 선임보좌관은 취재진에게, “그때 국감 준비 등을 위해 홍 비서관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인만큼, 아내와 형에게 지급된 용역비를 홍 비서관의 급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국회의원실은 국민세금으로 보좌관과 비서관 등 유급 보좌진을 모두 9명까지 둘 수 있고, 만약 추가로 인력이 필요할 경우엔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의 월급인 세비 혹은 후원금을 통해 이를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강석진 의원실은 ‘소규모 정책연구 용역비’를 편법적으로 활용해 홍 비서관과 그의 아내와 친형 등 단기 비정규 인력의 인건비를 지급했던 것이다.
또 다른 용역보고서의 연구자로 기재돼 있는 대학생 김 모 씨는 당시 수도권 소재 S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3학년 학생이었고, 2016년 7월과 8월에 걸쳐 강석진 의원실의 각종 정책자료 수집과 정리 업무를 돕던 재택 아르바이트 인력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국회에 제출된 용역보고서를 직접 쓰지도 않았으며,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발제를 한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강석진 의원실은 김 씨에게도 허위 서류를 꾸며 ‘소규모 정책연구 용역비’ 200만 원과 ‘입법정책개발비’ 50만 원을 편법으로 지급했던 것이다.
2016년 8월 또 다른 간담회에서 발제비 25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대학생 오모 씨 역시, 취재 결과 당시 강석진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던 단기 입법보조원이었으며 해당 간담회에서 발제를 수행한 사실은 없었다. 그에게도 용역비를 전용해 인건비가 편법 지급됐던 것이다.
강석진 의원실은 연구용역비로 비정규 인력 인건비를 편법 지급했다는 점은 시인했으나 전임 보좌진들이 저지른 잘못이었다며 책임 소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취재진은 강석진 의원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아, 지난 10일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석진 의원을 찾아가 입장을 물었다.
강 의원은, 비록 실무 책임자가 전임 보좌진이었다고 해도 의원 본인의 관리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당시에는 보좌진에게 의원실 운영을 전적으로 맡겼던 탓에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했던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 사정을 알게 된만큼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정책 및 입법연구비를 편법으로 사용했다면 이를 반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좌진과 상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취재 : 김성수, 박중석, 심인보, 김새봄, 문준영, MBC탐사기획팀 공동취재
영상취재 : 김기철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데이터 : 최윤원
공동기획 :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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