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한남동 집에서도 프로포폴 투약 의혹…삼성 “불법 없었다” 반복

2020년 02월 14일 08시 0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도 상습적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한 김 모 씨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서울 강남의 A성형외과 간호조무사 신 모 씨가 2018년 여름부터 1년 가량 서울 한남동 이 부회장 자택에 가서 프로포폴 주사를 투약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신 씨가 이재용 부회장 집에 갈 때마다 자신의 승용차로 신 씨를 데려다 주고, 일이 끝나면 다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 김 씨는 취재진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자택 근처로 가서, 신 모 씨를 데려다주고 또 데려온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김 씨는 현장에서 자신이 여자친구 신 씨를 차에서 내려준 지점, 일을 마치고 나오는 신 씨를 기다렸다고 태우고 온 지점 등을 지목했다. 그는 인터넷 지도와 거리뷰 등에는 나오지 않는 이재용 부회장 자택 인근의 지형지물 등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앞서 13일 뉴스타파는 공익신고자 김 씨와의 인터뷰, 그리고 김 씨의 공익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공익신고한 김OO 씨.

공익신고자 “수시로 간호조무사 신 씨를 이재용 집으로 데려다줬다”

공익신고자 김 씨는 A성형외과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 여자친구 신 씨와 3년 넘게 동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 씨가 한남동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자택을 방문할 때마다 차로 데려다 주고 데려왔다고 주장했다.

2018년 여름부터 한남동에 여자친구 신OO을 데려다 줬다. 처음에는 나에게 ‘약속이 있다’면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주로 일요일 아침 일찍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가서 오후 3~4시쯤 연락이 오면 다시 한남동으로 가서 데려오는 식이었다.

공익신고자 김OO 씨

김 씨는 “신 씨가 이재용 부회장의 집을 드나들었고, 방문목적이 프로포폴 투약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도대체 뭘 하러 가냐’고 물었더니 여자친구가 ‘솔직히 약을 해 주러 간다’고 얘기를 했다. 이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아침 6시 반에서 7시 경에 라인(네이버 메신저)으로 전화나 문자가 와서 ‘몇시쯤에 오냐, 빨리 와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여자친구인 신 씨가 이재용 부회장과 라인으로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듣기도 했다.

공익신고자 “신 씨, 한남동 갈 때마다 프로포폴 챙겨갔다”

▲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인근을 동행 취재한 공익신고자 김 모 씨. 김 씨는 여자친구인 신 모 씨를 데려다 주고 데려 온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 씨는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을 방문할 때마다 간호조무사 신 씨가 ‘아네폴’이라고 적힌 하얀색 약을 챙겨갔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신 씨가 집에 있던 운동화 상자에 하얀색 약을 보관했는데, 그게 프로포폴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신 씨가 한남동에 갈 때에는 아네폴 주사제와 함께 프로포폴 주사 기기도 쇼핑백에 담아갔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쇼핑백 큰 거에 프로포폴 놔주는 기계와 프로포폴(아네폴)을 넣고 그 위를 수건으로 덮어 감쌌다. 여자친구(신 모 씨)는 이재용 부회장 집에 가기 전 날 미리 프로포폴 약과 주사 기계를 챙겨놨다. 쇼핑백이 너무 무거워서 내가 매번 들어줬다.

공익신고자 김OO 씨

아네폴은 국내의 한 제약회사가 제조하는 프로포폴 주사제다. 수면마취제로 널리 쓰이는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강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마약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사 처방을 통한 치료 목적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한남동 집 근처에 가면 이재용 측 차가 와서 신 씨를 데려갔다"

취재진은 김 씨와 함께 자신이 여자친구 신 씨를 데려다줬다는 이재용 부회장 한남동 자택 근처를 찾아가봤다. 김 씨는 신 씨를 내려준 곳, 그리고 다시 태운 곳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현장을 방문하기 전 김 씨가 설명한, 인터넷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지형지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등이 동행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대로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으로 연결되는 지름길인 계단길이었다.

김 씨는 “여자친구 신 씨를 이재용 부회장 집 인근에 내려주면 이재용 부회장 측이 보낸 차가 와서 신 씨를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또 “6~7시간 후 신 씨를 다시 데리러 올 때는 이재용 부회장 집 앞에 있는 계단길 밑에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김 씨가 지목한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 봤다. 계단길 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이 있었다.

삼성, 이재용 프로포폴 의혹 관련 입장자료 발표…“불법 투약 없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뉴스타파가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첫 보도한 13일 오전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입장자료를 냈다.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다.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2020.2.13.)

뉴스타파는 입장자료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삼성 측에 다시 연락했다. “입장자료에서 밝힌 방문진료가 한남동 자택에서의 투약을 의미하는지”, “진료과정에서 의사의 처방이 있었는지”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삼성 측은 “불법 투약 사실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제작진
취재기자강민수
촬영기자김기철, 이상찬
편집정지성, 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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