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의 국정감사 '거짓말'

2022년 10월 21일 10시 00분

-“협력사 임금 2% 올려줬다”, “맞불집회 버스 지원한 적 없다” 등
-박두선 사장의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발언 네 가지 팩트 체크
지난 10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에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박두선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박 사장에게 하청노동자의 임금 문제, 뉴스타파가 보도한 원청의 파업 방해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날 박두선 사장의 답변 중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근거를 알 수 없는 내용이 여럿 있었다.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증인은 답변에 앞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거짓이 있을 경우 위증의 벌을 받기로 서약하고 선서한다. 그만큼 국정감사에서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중요하다. 뉴스타파는 박두선 사장이 했던 답변의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봤다.
▲지난 10월 5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협력사 급여를 5년간 평균 2% 올려줬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박두선 사장에게 “2015년 이후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 7조 원을 어디에 썼느냐”며 “협력업체 (노동자)가 급여를 계속 깎여서 시급 1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는데, 그 돈 중에 얼마라도 협력업체에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박두선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공적자금을 가지고 저희가 회생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저희 직원들도 무급 연차를 썼고요.
그래서 저희가 적자 나는데 올려 주지는 못해도, 저희가 원청은 한 5년간 0.2~0.3%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협력사(하청)는 2%씩 올려줬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2022.10.5)
대우조선이 지난 5년간 정규직 직원은 임금은 거의 올려주지 못했지만, 협력사 직원은 2%씩 임금을 올려줬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말 그럴까? 
박두선 사장의 답변을 확인하기 위해 조선업계 불황이 시작된 2015년 이후부터 2021년까지 대우조선 원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교해봤다. 
우선 대우조선 정규직 직원의 경우,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5년 평균 연 급여 7,500만 원에서 조선업 불황기가 시작된 2016년 6,000만 원으로 11%가량 삭감됐다. 이후 2016년 6,000만 원에서 점차 회복돼 2021년 6,700만 원으로 올랐다. 즉, 원청 직원들이 조선업 불황 시기 임금을 삭감하고 고통 분담한 것은 맞다.  (아래 표 참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부 자료에서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급여는 오히려 ‘삭감’

그렇다면 대우조선은 협력사, 즉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도 정말 평균 2% 정도 올려줬을까? 
뉴스타파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박두선 사장의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 4개 직종의 하청노동자 2021년 연 급여는 최저 2,835만 원에서 최고 4,456만 원이었다. 2015년 연 급여와 비교하면 직종별로 최소 3%, 최대 9%가량 줄었다. (아래 표 참조) 
▲국회에 제출된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업체 4개 직종 2015년, 2021년 임금 비교 자료
시급은 2015년이나 2021년이나 최저시급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2015년 최저시급 5,580원, 2021년 최저시급 8,720원) 여기에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고 원청에서 지급하던 상여금까지 삭감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실제 연 급여는 더 줄게 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임금 자료는 지난 8월,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4개 부처 합동조사단이 직종별로 1개 하청업체의 2년 차 노동자 임금을 조사한 결과를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전체 하청업체의 평균 수치와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하청노동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20년 경력 대우조선 도장공의 경우, 일당은 초보자 수준인 12만 5,000원, 올해 1월 월급은 세전 225만 원에 불과했다. 임금 단가가 좀 더 높다는 경력 17년 파워공(파워그라인더 작업 노동자)의 작년 세전 월급은 약 280만 원이었다. 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각각 약 2,700만 원, 3,300만 원으로 2015년 하청노동자 연 평균 급여(3,700만 원)보다 낮다.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경력 20년 차 도장공의 2021년 1월 임금명세서
박두선 사장의 답변은 현장 하청노동자들의 증언과도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발생한 하청노조의 파업은 조선업 불황기인 2016년 전후 30% 가량 삭감된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작됐다. 임금이 2%씩 오르기보다 30% 가까이 깎였다는 얘기다.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2016년 조선업 불황 전에는 협력업체가 150개나 있었고, 업무가 힘든 만큼 상여금도 550% 지급됐지만, 불황이 오면서 모두 삭감됐다. 임금도 30% 이상 삭감됐다”며 “그래도 먹고 사는 걸 포기할 순 없으니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위험한 곳에서 일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은 더 삭감되고 사람들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협력사 임금이 아닌 기성금 인상률을 말한 것” 

그렇다면 박 사장이 언급한 “협력사 평균 2% 인상”의 근거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박두선 사장에게 직접 답변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대우조선에도 같은 질문을 했다. 대우조선 홍보팀 관계자는 “박두선 사장이 말한 협력사 2% 인상은 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이 아닌 기성금(하도급 대금) 인상률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기성금에는 인건비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박 사장이 임금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답변한 것이다. 대우조선이 개별 협력업체 노동자 임금까지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다시 말해, 박두선 사장이 대우조선 하청업체 임금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기성금 인상률’로 답변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성금이 오르면, 실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도 오르는 걸까? 또 기성금을 매년 올렸다는 말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전현직 하청업체 대표들은 대우조선이 기성금을 구성하는 '임률단가'는 올렸지만 작업에 투입된 '시수'를 삭감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기성금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원청이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은 ‘임률단가’에 ‘시수’를 곱해 산정된다. 임률단가는 시급과 4대 보험료, 퇴직금, 각종 세금 등을 모두 포함한 비용이다. 시수는 하청업체가 위탁받은 작업 물량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제품을 만드는데 4명의 노동자가 5시간 동안 일했다면 20M/H(맨아워·시수)가 들었다고 표현한다. 임률단가는 고정 값, 시수는 변동 값이다.

하청업체 대표들 “기성금 2% 인상은 말장난…실질 임금 인상 어려워”

뉴스타파가 접촉한 전·현직 하청업체 대표들은 "임률단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기성금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조선이 같은 작업에 임률단가를 올리는 대신 ‘시수’를 줄인 경우가 많아, 전체 기성금이 평균 2%씩 올라갔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률단가를 1만 원으로 가정하면, 어떤 작업 물량이 ‘10시수’일 때 기성금은 1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원청에서 시수를 실제 투입 시수와 달리 ‘8시수’만 인정하면 전체 기성금은 8만 원으로 줄어든다. 시수 인정 권한은 원청에 있다. 이 때문에 단가 인상률이 기성금 인상률과 차이가 있고, 하청노동자 임금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2016년 폐업한 전 사내 하청업체 대표 A씨는 "대우조선이 시수를 깎지 않고 하청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임금을 줄 수 있을 만큼 기성금을 줘야 하는데, 그걸 안 해줬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는 계속 적자를 보고, 노동자 임금을 다 주지 못한 채  폐업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사내 하청업체 대표 B씨도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우조선이 매년 임률단가를 조금씩 인상하는 것은 맞지만, 최저임금 인상률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단가와 별도로 작업 시수를 삭감하면 같은 일을 하고도 기성금을 더 적게 받아 하청업체 경영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결국 원청이 기성금을 올려줬다고 말장난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문제를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현직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업체 대표 A씨
▲2018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의 일방적인 하도급 대금(기성금) 삭감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8년과 2020년,대우조선이 하청업체의 작업 시수를 임의로 적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하도급 대금을 마음대로 삭감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108억원과 1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했다. 두 건의 공정위 결정에 대해 대우조선은 불복했고, 현재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시정명령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다.

② 하청업체에 경영 간섭하면 하도급법 위반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대우조선의 재하도급 현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박 사장에게 “대우조선의 협력업체가 얼마나 재하도급을 주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느냐”며 “완전히 파악해서 국감 끝나기 전까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파악해 보겠다”고 답하면서도 “저희가 업체에 대해 경영 간섭을 할 수 없어서”라며 자료 제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 임금에 대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서면 답변을 통해 “하도급법상 경영 간섭 및 부당 노동행위, 불법파견 등 법적 리스크를 감안하여 대우조선은 협력사의 임금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요청주신 자료의 제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의 재하도급 상황이나 임금 자료를 보유하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이기 때문에 자료를 파악하지도 않고 있고, 따라서 국회에 제출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부당한 목적의 경영 간섭일 경우에만 하도급법 위반

결론부터 말하면, 원청이 경영 간섭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하도급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 간섭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8조(‘부당한 경영 간섭의 금지’)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업체에 재료비, 노무비 등의 경영상의 정보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원청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부당한 목적으로 경영상 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모든 경영 간섭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도 “부당한 경영 간섭은 원청의 경영 간섭 행위가 원청 자신이나 특정한 자의 사적 이득을 위한 것인지, 국민경제 발전 도모라는 공익을 위한 것인지, 하청 업체의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2020년 4월 24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기업이 1·2차 하도급 업체의 경영여건 개선을 독려하는 행위는 부당한 경영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그리고 박두선 사장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도급법 전문가인 김남주 변호사는 “하도급법 위반이 되려면 원청의 경영 정보 취득 목적이 정당했느냐, 부당했느냐를 따져야 한다. 하청업체 인건비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자료는 공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원청이 하청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경영간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재무 상황까지 체크하며 경영 간섭

“하청업체에 대해 경영 간섭을 할 수 없어서”라고 했던 박두선 사장의 국정감사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와 증언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우조선이 하청업체 경영에 간섭한 사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재무건전성지수 하위 20개사 부채내역’이라는 제목의 대우조선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6년 대우조선은 하청업체별로 퇴직금과 4대 보험 미납액, 부채의 담보 상황 등 재무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대우조선 내부 문건 중 ‘재무건전성지수 하위 20개사 부채 내역’ 자료
2017년 12월 대우조선 협력사 지원 담당 부서가 작성한 ‘대우조선해양 임률단가 구성표’에는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의 급여까지 파악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자료에는 대우조선이 임률단가를 구성하는 평균시급을 '6월 협력사 급여 자료를 분석'해 책정했다고 적혀 있다.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에게 가장 민감한 자료인 급여 자료까지 입수, 활용해 하청 대금을 주물러 왔다는 얘기다.
▲ 뉴스타파가 입수한 2017년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지원 담당 부서에서 작성한 임률단가 구성표. 6월 협력사 급여 자료를 분석해 평균 시급을 책정했다고 적혀 있다. 
20년 넘게 대우조선 원청 직원으로 일한 뒤 하청업체 대표가 됐던 C씨(2015년 폐업)는 “대우조선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하청업체 재무 상황, 봉급, 근무 인원, 노동자 출퇴근 시간까지 다 보고 받고 파악했다. 수시로 경영 간섭을 해놓고는 국회에선 하도급법 위반을 운운하는 것이 황당하다. 국회 자료 제출 요구를 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③ 정규직 맞불집회에는 현장 직원만 참여했다?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는 뉴스타파가 지난 9월 26일 보도한 대우조선 원청의 하청노조 파업 방해 의혹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해당 보도에는 지난 7월 하청노조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맞불집회를 열었던 대우조선 정규직 직원들을 위해 대우조선이 집단 조퇴를 승인하고, 사내 버스 6대를 지원해 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우조선이 의도적으로 원하청 노동자 간 갈등을 부추기거나 방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다. 
▲대우조선의 하청노조 파업 방해 의혹에 대해 질의하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답변하는 박두선 사장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7월 8일 정규직 직원들이 근무 시간 중 하청노조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는데, 이 규모가 옥포조선소 근무 인력의 44%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조퇴를 신청했는데 회사가 허가해주지 않았느냐"고 박두선 사장에게 물었다. 
박 사장은 “각 부서장이 알아서 승인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맞불집회에 참여한 사람은) 거의 다 현장 직원으로, (하청노동자의) 불법점거로 인해 선행 작업들이 중단돼 일이 없었기 때문에 조퇴를 허가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맞불집회를 주최했던 대우조선 현장 관리자급 직원 단체인 '현장직반장책임자연합회(이하 현책연)'에 따르면, 문제의 맞불집회에는 사무직 직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현책연 관계자는 지난 9월 14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맞불집회에는 현장 직원뿐만 아니라 사무직 일반 사원들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집회 장소와 먼 곳에서 일하는 사무직 직원들은 회사 버스를 타고 집회 장소에 왔습니다.” 

정규직 맞불집회를 주최한 현장직반장책임자연합회 관계자
▲7월 20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에서 원청 직원들이 하청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벌인 맞불집회 모습(사진 출처 : 연합뉴스)

④ 맞불집회에 회사 버스를 지원한 적이 없다?

박두선 사장은 ‘대우조선 사측이 맞불집회에 버스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진성준 의원이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을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할 때 총무팀에서 회사 버스 6대를 특별히 지원해 줬다고 하는데 알고 있느냐”고 묻자, 박 사장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 직원들이 회사가 상시 운영하는 순환버스를 이용해서 집결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회사가 평소 운영하던 사내 순환버스 외에 별도로 운행한 버스는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맞불집회를 주도한 현책연 관계자는 “맞불 집회에 4,000명 규모의 정규직 직원이 참여했는데, 회사 면적이 넓어 일반 사원들이 집회 장소로 집결하기가 어렵다는 민원이 많았다. 그래서 회사 총무부에 직원들이 집회 장소에 올 수 있도록 사내 버스 6대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처음에는 회사에서 거절했지만, 결국 6대를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차량 지원한 건 사실이지만, 조퇴자 퇴근 목적”  

대우조선 측도 차량을 추가로 배정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맞불집회 지원이 아닌 조퇴자 퇴근을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대우조선 홍보팀 관계자는 "총무부에서 현책연의 요청을 받은 것은 맞지만 회사는 그것과 별도로 조퇴자 퇴근 차원에서 차량 증편을 결정한 것"이라며 "회사 면적이 여의도 광장의 2.5배 규모다. 직원 4,000명이 동시에 조퇴를 했는데, 걸어서 나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총 몇 대의 차량을 증편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6대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직원들이 그 버스를 타고 퇴근했는지 집회에 나갔는지는 회사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홍보팀의 해명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최상규 대외협력실장은 “사내에 맞불집회를 한다는 유인물이 나돌았고, 유례없이 직원들이 집단 조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맞불집회 당일에는 사내 버스로 차 벽을 치고 하청노조를 지원하려고 서울에서 내려온 시위대를 막았다. 회사가 집회 사실을 모른 채 단순히 조퇴자 퇴근용으로 버스를 늘려줬다는 건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차량 일지 입수…맞불집회 때 '차벽 대기', '파업 관련 수송' 기재

실제로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대우조선해양 ‘차량 운행 일지’를 보면, 정규직 직원들의 맞불집회가 있었던 7월 8일과 14일, 20일 총 9대의 45인승 셔틀버스가 맞불집회를 지원하는데 13차례 이용됐다. 해당 날짜의 ‘운행 내용 및 특이사항’에는 ‘차벽 대기’, ‘궐기대회’, ‘노조 총 파업 관련 수송’이라고 적혀 있다. 박두선 사장과 대우조선은 회사 셔틀버스가 하청노조를 지지하는 시위대를 막는 ‘차벽’으로 활용되거나, 맞불집회에 참여하는 직원들을 수송하는데 이용됐다는 증거가 버젓이 있는데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사내 셔틀버스 운행 일지 중 일부. 대우조선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노조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이른바 맞불집회를 열었던 7월 8일, '운행 내용 및 특이사항'에 ‘차벽 대기’라고 적혀있다. 사내 버스가 하청노조 지지 시위대의 회사 진입을 막는 '차벽'으로 이용됐다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일치한다. (자료 제공 :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
▲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노조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던 7월 20일 사내 버스 차량 운행 일지 중 일부. '운행 내용 및 특이사항'에 ‘노조 총 파업 관련 수송’ 등 맞불집회 지원을 의미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운행구간은 ‘오션-PDC#1’라고 적혀 있는데, ‘오션’ 은 대우조선해양 일반 사무직 직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을, 'PDC#1'은 맞불집회가 있었던 '광장'을 뜻한다. "현장 직원만 맞불집회에 참여했다"는 박두선 사장의 국정감사 답변이 거짓말임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진성준 의원은 “대우조선의 차량 운행 일지에 여러 차례 사측에서 맞불집회에 회사 버스를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박두선 사장은 위증을 했다고 생각한다. 종합감사(10월 24일) 때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고 국회법에 따라서 조치 해달라고 상임위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박두선 사장에게 ‘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는지’, ‘회사 차원에서 원하청 노동자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방조한 것은 아닌지’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제작진
취재홍여진 홍주환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