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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방송에만 ‘공정성’ 잣대 들이대

2014년 01월 24일 18시 59분

방송통신심의위, JTBC이어 CBS에도 제재조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월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법정제재 조치인 ‘주의’를 의결했다.

지난해 11월 25일 방송에 출연한 박창신 정의구현사제단 신부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당시는 박 신부가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우리가 유발한 측면이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보수 진영의 공세를 받고 있던 상황. 방심위는 박 신부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 것을 두고 심의 규정 상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박 신부의 주장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징계를 의결한 23일 방심위 전체회의는 명확한 심의규정에 근거해 사안을 다루기보다는 방심위 위원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자의적 해석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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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에서는 ‘국기(國基)’의 정의를 놓고 고성이 오가는 촌극이 빚어졌다. 엄광석 위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징계에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박경신 위원에게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행위기 때문에’ 보다 높은 강도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국민이 의견을 내는 게 어떻게 국기 문란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고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회의는 정회됐다.

결국 최종 의결은 다수결로 결정됐다.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의견을 낸 사람이 한 명(권혁부 위원), ‘주의’가 다섯 명(박만 위원장, 구종상, 박성희, 엄광석, 최찬묵 위원), ‘문제없음’이 세 명(김택곤, 박경신, 장낙인 위원)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 인사 6명이 ‘법정제재’ 의견을 냈고, 야당 추천 인사 3명이 ‘문제없음’을 내 양 측의 판단이 극명하게 달랐다.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친정부, 친여당 성향의 결정이 내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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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편향성이 문제가 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같은 사안으로 ‘김현정의 뉴스쇼’를 심의했던 방송심의 소위원회 회의 때 엄광석 위원은 CBS 제작진에게 ‘박 신부의 생각에 동의하냐’며 사상검증 성격의 질문을 던졌다. 지난달 JTBC ‘뉴스9’이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 보도와 관련해 심의 받았을 때에는 권혁부 위원이 뉴스 제작 지침까지 내려주는 듯한 월권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프로그램 심의에는 관대했다.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상임대표가 출연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종북주의자로 몰아 물의를 빚었던 TV조선 ‘뉴스쇼 판’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았던 사안이었지만 방심위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의견 제시’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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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정부 비판 논조 프로그램에 징계 집중

이같은 편향적 심의에 비판 여론이 잇따르고 있지만 방심위 측은 심의규정에 따를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진이 공정성을 다루는 심의 규정, 9조 1항(내용의 진실성)과 2항(대립된 의견들 간의 균형성)이 적용된 징계 안건 전체(2010년 6월~현재)를 분석한 결과 총 19건의 징계 중 13건이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에 내려진 것이었다. 야당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징계가 내려진 경우는 단 3건에 그쳤다. 이 때문에 방심위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칼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방송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세워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처럼 정권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기식’ 심의를 계속한다면 ‘정부·여당의 이중대’라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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