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지면를 통해서는 사교육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회사를 통해 사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언론사들. 과연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 에듀케이션은 올해만 두 개의 학원을 설립했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 1월 불법 유학프로그램을 운영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는데요. 조선일보 자회사의 사교육 사업 행태.

홍여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홍여진 기자>

우리나라 국민이 사교육 비용으로 쓰는 돈은 한 해에 무려 19조 원. 사교육비 때문에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해서 ‘에듀푸어’란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지나친 사교육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언론도 사교육비 때문에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사교육을 비판하면서도 자회사를 통해 사설 학원까지 차리는 언론사들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조선 에듀케이션은 올해만 두 개의 학원을 설립했습니다. 조선 에듀가 지난 2월 강남구 역삼동에 차린 캠브리지 코리아 어학원입니다. 토플과 SAT를 가르치는 어학원으로 신고되어 있지만 ‘국제특별전형 A레벨’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1년 과정을 통해 외국 대학의 1학년 교양학점을 최대 30학점까지 인정받아서 외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대학처럼 입학 전형료도 있습니다. 국내 대학의 평균 입학전형료보다 세배나 비싼 15만원입니다.

조선일보 인터넷 판엔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내용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내신 등급이 낮은 학생이라도 미국 30위권에서 150위권 사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의 확인결과 이 학원에선 연간 200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역삼동 학원 상담사]

“저희가 1년 2학기제로 운영하고 있고요, 한 학기에 985만원이에요. 1년 동안 공부를  함으로 인해서 최대 30학점까지 인정을 받아서 해외 대학으로 갈 수 있는 건데요. 저희 프로그램에 잘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들 같은 경우는 아이비권에도 갈 수 있는 상황인 거고요.”

교육부는 지난해 말 유명 사립대학들이 불법 유학프로그램을 마치 대학 입학전형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폐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대학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설업체 12곳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국내법상 미등록 교습과정을 운영하면서 고액의 등록금을 받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외국대학의 1년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교육과정을 정부 인가 없이 운영하는 것도 법 위반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당시 교육부는 이 업체들의 명단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확인 결과, 교육부가 검찰에 고발한 12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은 조선 에듀케이션이 운영했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상호는 캠브리지 코리아 센터.

[김진수 교과부 평생학습정책과장]

“캠브리지 코리아센터는 저희가 고발을 했어요. 순수 대학형태로 학위과정 형태로 하는 건데 모양새는 학원의 형태로 띄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저희가 인지를하면 그건 당연히 잘못됐다고 할 수밖에 없죠.”

당시 교과부가 고발했던 캠브리지코리아센터를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조선교육문화센터 관계자]

“그전에 잠깐 사용하셨던 거죠.”

(1월 달에 강남교육청에서 (실사) 나온 적 있었어요?)

“실사 나와서 말씀 다 드렸고요. 정리를 다 한 상황이라 더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당초 조선에듀는 일부 대학과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다가 교육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평생교육시설인 이 곳에 캠브리지코리아센터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문을 닫고 지난 2월 역삼동에 캠브리지코리아어 학원을 연 것입니다. 어학원이라지만 해외대학 유학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선 에듀 측은 뉴스타파에 보내온 서면 답변을 통해 캠브리지 A레벨과정은 기존에 문제가 됐던 이른바 1+3국제전형이나 직접적인 외국대학 학점 부여와는 관계가 없기에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역삼동의 캠브리지 코리아 어학원은 교육청의 어학원 인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어학원 허가를 받아 유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진수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과장]

“1월 달 이후에는 평생교육시설로 운영됐던 부분이 있어서 하지 말라고 해서 많이 없어진 거 같아요. 학원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거를 지금 어쨌든 현재는 빨리 조사를 해서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어요.”

이 와중에도 조선일보의 자회사 어학원 홍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미국 대학 유학으로 눈을 돌리라고 말합니다.

이 기사를 보고 학원에 등록한 학생도 적잖습니다.

[캠프리지코리아어학원 학생]

(이 프로그램이 유명해요? 어떻게 알고 왔어요?]

“신문에서 봤어요.”

(조선일보?)

“네.”

 여기가 조선일보에서 운영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네. 조선. 조선에듀케이션 신문에서.

(여기 학비가 한 학기에 960만원? 그 정도라고 하던데 연 2000만 원이면 적지 않은 비용인데...)

“미국 가서 대학생활 하는 거는 더 많이 드니까, 학점 인정 받는 거 생각하면 더 싼 거예요.”

조선에듀는 이곳 말고도 최근 조선일보의 교육섹션인 ‘맛있는공부’와 똑같은 이름의 학원을 차렸습니다. 교육청에는 논술·보습학원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스펙관리와 입시컨설팅도 해준다고 합니다. 이 업체가 학부모들을 초청한 입시설명회에서도 조선일보가 강조됩니다.

[조선에듀케이션 입시전략실장]

“제가 조선일보 소속이에요. 소속은. 아무래도 조선이니까. 압구정에서는 제가 다 정보를 오픈하지 않죠. 정보가 여기 바로 와요. 입학사정관제 폐지는 안 될 거고. 5월달 쯤에 한 번 오세요. 자기소개서 쓸 때, 애가 알아야 되요. 제가 다 써줄 수는 없고.”

현행법상 논술 보습학원에서 돈을 받고 입시컨설팅을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옥정우 강서교육지원청 평생교육건강과]

“보습 논술학원으로 신고돼 있네요. 지도하시는 분한테 여쭈어봤더니 신고한 거하고 다른 거 하면 교습과정 위반이라고 하셨어요. 돈을 받고 한다라고 하면 그 부분은 교습과정에 추가가 돼 있었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조선 에듀케이션은 서면 답변을 통해 자신들은 입시 컨설팅을 무료로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현장 상담사는 분명히 유형에 따라 수십만원씩의 컨설팅 비용을 부릅니다.

[맛있는공부 학원 상담사]

“단순 스펙관리 같은 경우는 15만 원이거든요. 그런데 자기소개서나 이런 거를 필요로 할 경우에는 자기소개서는 30만 원이에요”

조선 에듀케이션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아들과 교육부를 오랫동안 출입한 조선일보 전 기자가 공동대표로 있습니다.

이 업체는 ‘검증된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제 1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미 불법 유학 프로그램 운영으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유학프로그램 사업 등을 하면서 모기업인 조선일보를 내세웁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회장]

“우리나라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사교육 때문이다. 학교가 제대로 못 가르치고 있다. 이런 담론 만드는 데 앞장서 왔거든요. 그럼 학교는 황폐하니까 학교 밖의 학원으로 가라고 지금 부추기고 있는 건데요. 말이 안 맞죠. 언론이 그런 식으로 학원장사 하는 거밖에 뭐가 더 되겠습니까.”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대부분의 언론사는 사실 영리법인이죠. 사실 돈을 버는 것은 충분히 정당하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동시에 언론의 특성인 공공적 성격을 고려했을 때는 언론이 무한정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기업인 언론 자체가 공공적 성격을 포기할 정도로 영향을 미칠만한 영리적 사업으로 확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진출을 제한할 수 있지 않나.”

조선일보 자회사의 사교육 사업, 언론윤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뉴스타파 홍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