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한동훈’ 청탁과 희대의 재판지연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희대의 기소권 거래 시도가 드러났다. 그리고 희대의 재판 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19년 국회에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추진을 방해하기 위한 ‘국회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온 국민이 TV로 지켜보고 있는데, 국회 건물 안에서 국회의원을 감금하고 법안 접수와 안건 처리를 물리력으로 방해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여러 주체들이 고발했다. 필자도 고발인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2020년 1월 2일, 검찰이 기소해서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4년 6개월이 넘도록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 나경원 의원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이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것이다.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차 토론회(2024년 7월 17일)
저한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제가 그럴수 없다고 말씀드렸고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차 토론회 2024년 7월 17일)

희대의 ‘공소취소’ 청탁

청탁 사실은 7월 17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 과정에서 한동훈 전 장관이 직접 밝힌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안팎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한동훈 전 장관이 사과하면서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수습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중대범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현직 법무부 장관에게 구체적인 청탁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경원 의원만 청탁을 한 것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지금 ‘국회 난동 사건’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들과 현직 시·도지사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 외에도 이철규/김정재/송언석/윤한홍/이만희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이 피고인에 포함돼 있다. (일부는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그리고 4년 6개월이 넘도록 1심 재판이 질질 끌고 있는 상황도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론화가 필요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폭처법 위반, 국회법 위반이 헌법수호?

우선 사건의 중대성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경원 의원은 ‘헌법을 지키려고 한 행동’이라고 변명하지만, 특수공무집행방해, 폭처법 위반, 국회법 위반이 헌법을 지키려고 한 행동일 수 있나?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인이 할 수 있는 변명이 아니다. 
만약 일반 국민들이 특정 법안에 반대하려고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안건 처리를 방해해도 ‘헌법수호’라고 인정해 줄 것인가? 그리고 나경원 의원이 파괴한 국회선진화법은 헌법에 따라 만들어진 법률이 아니라는 말인가?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이 사건의 피고인들이 한 행동은 오히려 헌법을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려고 한 행위이다. 헌법에 따라 만들어진 국회법에 따른 안건 처리를 방해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감금하고, 회의장을 점거하고 물리력으로 법안 접수 및 회의 개최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2020년 1월 2일 검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적나라하게 명시돼 있다.
▲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회의 방해 등 사건 수사 결과 보도자료 중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의 회의 방해 등 사건’ 주요 피고인 및 공소사실 요지 (서울남부지검 2020년 1월 2일) 
▲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회의 방해 등 사건 수사 결과 보도자료 중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의 회의 방해 등 사건’ 처리 결과(서울남부지검 2020년 1월 2일) 
죄질도 매우 좋지 않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의 주도 아래 조직적으로 벌어진 범죄이다.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중에 공공연하게 벌어진 범죄행위이다. 범죄 후에도 아무런 반성이 없다. 
죄명만 봐도 중대범죄이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폭처법 위반, 국회법 위반 등이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도 피선거권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국회법 위반의 경우에는 500만 원 이상 벌금이 확정돼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중요한 범죄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피고인들은 선거에 당선

그런데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에 피고인들은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해서 당선됐고, 나경원/이철규/김정재/송언석/윤한홍/이만희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만약 일반시민이 어느 관공서에 가서 이런 일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즉시 구속되고, 2년 6개월이 지날 때쯤에는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 거대정당의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구속된 사람도 없으며, 1심 재판도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법 앞의 평등’을 입에 담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내년 1월까지 공판기일이 잡혀, 기소 후 5년 지나도록 1심 안 나올 상황 

지금 재판 진행 상황을 보면, 도대체 1심 재판이 언제나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 검색을 해 보면, 2025년 1월까지 공판기일이 잡혀 있다. 기소된 후 5년이 지나도록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을 상황인 것이다. 
그야말로 희대의 재판지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재판지연 사태의 원인에 대해 법원은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피선거권을 박탈당했을 수도 있는 피고인들이 재판 지연으로 인해 엄청난 이익을 봤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피선거권 박탈까지는 이르지 않는 형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유권자들이 1심 판결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이들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투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재판 지연 사태는 법원의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소취소 로비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 필요

그리고 공소취소 로비 의혹에 대해 전면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나경원 의원만 한 것인지, 또한 한동훈 전 장관에게만 한 것인지 등에 대해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진상규명을 할 국가기관이 없다면,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나서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공소취소’ 로비 의혹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대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처벌을 면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에게 청탁했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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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