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이 만든 '치외법권' 희망브리지

2021년 05월 26일 15시 04분

홍수, 지진 같은 자연재난 구호를 위해 거둬들인 모든 성금을 관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무려 1000억 원이 넘는 국민 성금을 모금한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 (이하 희망브리지).
뉴스타파는 희망브리지가 코로나19 국민 성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법·가짜 마스크를 지자체에 공급하고 재향군인회의 불법 수익 사업에 연루된 의혹을 두 차례 보도한 바 있다. 
이 두 사례는 희망브리지가 운영한 모금액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어떻게 이런 부실·불법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뉴스타파는 의혹이 계속 불거져 나오는 데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을 것으로 판단, 희망브리지의 운영 상황을 취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희망브리지는 감시 사각지대 한복판에서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었다. 국회나 정부의 견제를 과감히 비켜갔다. 법이 정한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도 ‘민간 단체’라는 지위를 누리며 누구도 쉽사리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일부 언론사들의 수해복구 모금운동으로 단체가 만들어진 이후 언론계 인사들이 대를 이어가며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사회는 유일한 내부 통제 장치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운영실태를 취재해 보니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인원이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희망브리지 내부에서는 정부나 국회의 견제를 여론전을 벌여서라도 제압해야 할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언론사의 조직’이라는 희망브리지의 정체성과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자신들의 이사마저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이 낸 자연재난 성금, 모두 희망브리지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포항 지진, 연이은 태풍의 상륙, 사상 최장의 장마까지 자연재난은 한 해도 빠짐없이 찾아왔고, 많은 국민들은 그 때마다 고통을 겪는 이웃들을 위해 십시일반 모금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누가, 어떤 단체를 통해 얼마의 모금을 했든 그 모든 자연재난 성금은 희망브리지의 계좌로 들어가게 된다. 2007년 개정된 재해구호법이 ‘희망브리지가 전국의 모든 자연재난 성금을 배분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때문이다.
의연금에 배분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가 위하여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이사회를 배분위원회로 한다.

재해구호법 제25조 1항_2007년 개정
코로나19 감염병이 전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2020년, 희망브리지에는 자연재난 성금 외에도 무려 1000억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성금이 모였다. 조금씩 정성을 보탠 일반 시민들 뿐만 아니라 삼성이나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희망브리지의 공격적 모금활동 덕분이었다.
그 결과 자연재난 및 특별성금으로 구성된 희망브리지의 사업수익은 지난해 1451억 원으로 2018년에 비해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연재난 성금의 배분은 물론,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함께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최근 5년간 희망브리지의 의연금 및 특별성금 수입. 

언론사가 만든, 언론사의 조직 희망브리지

자연재난 성금과 거액의 코로나19 성금이라는 공적 성격이 강한 자금을 운영하는 법정단체이지만 희망브리지는 순수 민간단체다. 1961년 남부지방에 극심한 수해가 발생하자 기존에는 각자 모금운동을 벌여왔던 언론사들이 효율적인 구호활동을 위해 한시적으로 구성한 전국수해대책위원회가 희망브리지의 시작이었다. 이후 전국재해대책협의회 등으로 명칭을 바꾼 후 지금의 희망브리지가 됐다. 특히 2006년 12월, 17대 국회가 희망브리지 이사회에 전국의 모든 자연재난 성금 배분권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해구호법 개정안(2007년 9월 시행)을 통과시키면서 희망브리지는 사실상 공적 기관에 준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국회가 당시 제시했던 주요 법 개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집된 의연금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사회·경제·시민·종교 및 재해구호관련전문가로 구성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이사회를 배분위원회로 지정함.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을 이사로 임명해 공평하고 효율적인 배분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희망브리지 역대 회장 명단을 살펴보면 다양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법 개정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역대 회장 9명 중 7명이 언론사 사장 출신이었다.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희망브리지 회장은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이, 부회장은 양승동 KBS 사장이 맡고 있다. 회장과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이사 21명 중 과반을 넘는 12명이 언론계 인사다. 사장이나 발행인, 또는 언론인 단체의 주요 직책을 맡게 되면 자동으로 이사가 대물림되는 구조다. 나아가 이사와 회장을 뽑는 총회를 구성하는 정회원이 되려면 먼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회원 역시 다수가 언론계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희망브리지는 사실상 언론사의 조직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낸 자연재난 성금이나 코로나19 성금이 언론 조직에서 관리,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희망브리지가 거둬들인 막대한 금액의 기부금은 투명하게 운영되면서 적절한 견제와 감시를 받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가 그 동안 수차례 희망브리지의 경영상 문제를 지적했지만,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던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에 규제 권한이 없다는 이유였다.

대 놓고 무시당한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담당 공무원을 통해 희망브리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보다 한 달 전쯤 나온, 조선일보의 공익섹션 ‘더나은미래’가 보도한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의 비리의혹 기사([단독] 희망브리지 새 사무총장 부임 후 2년 새 13명 줄퇴사, 왜?) 등이 계기가 됐다. 3개월 뒤 행정안전부는 희망브리지에 총 9건의 시정·주의·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행정안전부의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검사 처분요구 내역 / 2020.10
사업결산서를 늦게 제출하는 등 행정적인 문제에서부터, 규정도 없이 법인차량을 사무총장에게 제공한 점 등 회계, 인사, 의연금품 관리 등 모두 4개 분야에 걸친 지적이었다.
그러나 몇달 후 돌아온 희망브리지 측의 답변은 결산서 지연 제출 지적만 수용했을 뿐, 나머지 8개 사항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법정단체이자 민간 조직인 희망브리지가 감독·소관 부처의 조치를 사실상 묵살한 것이다.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주무관청의 감독 사항을 거부한다는 건 일반적으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주무관청에서 강력한 제제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정부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대응은 그야말로 무기력했다. 다음은 행정안전부 재난구호과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
⚫ 행정안전부 관계자 : (희망브리지가) 수용을 못하겠다고 얘기를 했고요.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 강제할  조항이 없으니까. 
⚪ 기자 : 그럼 그렇게 끝나는 건가요?
⚫ 행정안전부 관계자 : 예. 저희가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어가지고.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행정안전부는 희망브리지가 거둬들여 집행한 코로나19 성금의 세부 내역을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 (희망브리지가) 제출이 어렵다고 얘기를 했고 제출을 못 받았습니다. (기부금) 집행계획, 집행한 서류를 봐야 하거든요.
⚪ 기자 : 그렇죠.
⚫ 행정안전부 관계자 : 그것도 확인을 못했습니다.

조사가 진행될 당시에만 960억원이 넘었고, 2020년 연말 기준으로 1000억 원이 넘은 기부금품의 세부 사용 내역을 검토조차 못한 채 조사를 마친 것이다. 그나마 수박 겉핥기로 끝난 조사결과 조차 희망브리지로부터 거부 당하고 사안을 종료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 세부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면 희망브리지를 대상으로 한 감사를 벌여야 하지만 법적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희망브리지에는 대략적인 기부금 액수와 용처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무 검사만 가능하다는 것. 사실상 정부가 제대로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결국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했던 희망브리지의 가짜·불법 마스크 유통과 재향군인회의 불법 수익사업 가담 의혹 역시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가 직접 나서서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 말도 먹히지 않는 희망브리지

국민이 뽑은 국회 역시 희망브리지 앞에서 힘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희망브리지의 부실·불법 운영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으로부터 받은 상품권은 어딘가에 넣어 놓고 결산에서 누락하고, 
직원은 21명인데 법인카드는 64개를 사용하고 있고 업무추진비를 임의로 지출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국정감사(2020. 10. 7)
한정애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앞서 2018년에 진행된 희망브리지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사무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사무 검사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한 의원은 희망브리지를 두고  “완전히 치외법권 지대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의 기본적인 자료 제출 요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구호협회(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이 전결한 2천만원 이하의 사용 내용을 요청했는데 아직 자료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 재해구호협회에서 빨리 받아 가지고 저희가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 국정감사 (2020. 10. 7)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까지 했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도 희망브리지는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집행한 2000만 원 이하의 자금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일한 통제장치 이사회? “본인이 이사인지도 몰라”

정부도, 국회도 실패하고 있는 희망브리지에 대한 견제. 결국 유일하게 희망브리지의 기부금 운영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곳은 내부 조직인 희망브리지 이사회다. 그럼 언론사 사장들이 대를 물려가며 과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이사회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뉴스타파가 만난 전직 희망브리지 직원의 말은 절망적이었다.
본인이 이사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대표 분이 협회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사회를 연다고 언론사 측에 연락을 드렸을 때 ‘우리 대표님이 이사님인가요?’라고 묻는 실무자분들이 계실 정도였습니다.
언론사 대표분들은 대게 협회에 관심이 거의 없습니다. 임기 중에 이사회에 한번도 안 나오신 분도 많습니다. 이사회 하면 이사님들 참석률이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데 그 절반 중에서도 언론사 대표분은 거의 없습니다.

희망브리지 전 직원 A씨
이 전 직원의 주장은 희망브리지 이사회 자료를 통해서도 상당부분 확인된다. 뉴스타파가 2018년 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2차례 개최(서면 4회 포함)된 이사회의 의사록을 분석한 결과, 이사 본인이 직접 참여한 비율은 45~65%선에 머물렀다. 매 회마다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9명의 이사가 다른 이사에게 의결 권한을 위임했고 대리 참석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이사들의 이사회 참석 내역  
특히 이준희 전 한국일보 사장과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서면 이사회를 제외하고는 해당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양승동 KBS 사장 역시 본인이 이사로 선임된 직후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권한을 위임하거나 대리인을 보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희망브리지로 막대한 기부금이 들어오기 시작한 지난 해 상반기 상황을 살펴보면 이사회가 부실 운영됐다는 의심을 더욱 지우기 어렵다. 2020년 2월 25일 이후 희망브리지 이사회는 모두 서면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사회 안건 어디에도 코로나19 성금 운영에 대한 심의·의결이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는 사무검사를 통해 코로나19 기부금 모금 및 배분 시 이사회를 열지 않음으로써 내부 정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희망브리지는 2020년 1000억 원이 넘는 코로나19 기부금품을 관리하면서 허술하게나마 운영되던 이사회의 형식적인 승인조차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희망브리지는 다른 지적사항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렇다면 누구로부터 코로나19 기부금을 모집할 지, 어디에 어떻게 쓸 지 실질적인 결정을 내린 곳은 어디일까. 전직 희망브리지 직원은 사무처를 지목했다.
이사들이 기부금품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사무처에서 올라오는 안건을 그냥 통과 시켜주는 상황입니다.

희망브리지 전 직원 A씨
하승수 변호사는 희망브리지의 기형적인 구조를 지적하며 언론사 사장들을 중심으로 대물림되는 구조 만이라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어떤 투명성이나 또는 신뢰성에 대한 요구를 감안했을 때 지금의 희망브리지는 너무나 기묘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소한 전국 재해구호협회 협회장을 지금처럼 언론사 관계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형태는 이제라도 바뀔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하승수 변호사

김정희 사무총장 “이사분들 중에 몇 분은 바보야”

국회도 정부도, 심지어 내부 조직인 이사회마저도 희망브리지를 견제할 수 없는 상황. 그럼 희망브리지 내에서는 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 뉴스타파는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희망브리지의 내부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녹음파일을 입수해 확인했다. 지난해 4월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이 전체 직원들을 모아 놓고 직원들의 업무 수준, 내부고발자 대응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두서 없이 내뱉은 발언이 담긴, 일종의  ‘정신교육’이라 할 수 있는 90분 분량의 음성파일이다.
김정희 사무총장은 우선 2018년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사무검사에 대해 이런 발언을 내놨다.
우리는 법인카드가 차량마다 달려 있어요. (행정안전부가) 그 것도 한 개 한 개 다 세고. 사업비에 묶어놓은 법인 카드도 한 장씩 세 가지고 막. 법인카드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런 더러운 걸로.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 / 2020. 4.
행정안전부는 희망브리지가 운영하는 법인카드의 숫자가 직원 숫자보다 많은 부분을 지적했는데, “업무 특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부패한 조직으로 보이게끔 사무 검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김정희 사무총장은 이런 행정안전부의 무리한 지적 때문에 희망브리지가 위기에 놓였지만 당시 담당 공무원이 갑질을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 되면서 행안부를 상대로 승자가 됐다고도 말한다.
그 공격하는 포인트를 찾아서 간신히, 행안부하고 관계에서 우리가 위너가 됐어. 그것도 그냥 된 게 아니야. 법은 어려우니까 아무도 우리 편을 못 들어줘. 이건 다 프레임 싸움이라고.
상대방이 갑질을 했어, 천만다행히도...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 / 2020. 4. 
나아가 직원들에게 행정안전부의 법 개정에 찬성하는 듯한 이사들을 ‘바보’라고 지칭하며  언론사의 조직인 희망브리지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엔 행정안전부가 (희망브리지를) 먹을려고 했어. 그 똑똑하신 이사분들 중에 몇분이 사실은 좀 바보야.
법안이(통과돼서), 행정안전부가 5, 6명을 우리 배분 이사회에 넣으면은 협회가 장악이 돼.그러고 그 사람이 협회의 장이 돼, 그럼 즉 우리 신문협회의 회장이 장이 되는 게 아니야.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 / 2020. 4.
김정희 사무총장이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 총장의 발언대로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는 2018년 재해구호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공무원 갑질’이라는 악재에 부딪쳤다. 포항 지진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던 2017년 11월, 행정안전부 담당 공무원이 한밤중에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2018년 9월에 보도된 것이다. 공무원 갑질 논란은 이후 행정안전부가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한 법 개정을 통해 민간단체인 희망브리지를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고, 결국 행정안전부의 법 개정은 무산됐다. 희망브리지가 ‘승자’가 된 것이다.
21대 국회는 지난해 12월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또다시 발의했다. 개정안은 희망브리지 이사회가 담당하는 배분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 하고 희망브리지의 회계 및 운영에 관한 정부의 지도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희망브리지 측은 법안 개정에 반대하고 있으며 국회 논의 역시 다른 이슈들에 밀려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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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오준식 김기철
편집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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