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최측근 행정관 텔레그램 기록 삭제 정황... 조직적 증거 인멸 의혹

Dec. 09, 2024, 06:19 PM.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비서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아무개 행정관(3급)이 탄핵 부결 다음날인 지난 8일 텔레그램 메신저를 탈퇴한 뒤 새로 가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행정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지난 2019년부터 대통령에 오른 현재까지 지근거리에서 수행을 전담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을 앞두고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한 데 이어 ‘복심’인 김 행정관 역시 같은 방법으로 텔레그램 대화 기록을 삭제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12·3 내란’과 연관된 핵심 인사들의 조직적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텔레그램 기록 삭제 중인 대통령실 인사들

뉴스타파가 복수의 제보자를 통해 확인한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목록을 보면, 김 행정관은 지난 8일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한 뒤 재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행정관은 검찰 주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재직할 당시인 2019~2021년 검찰총장 비서실에 근무했다. 당시 김 씨가 맡았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검찰총장 일정 수행과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로부터 교부받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었다. (참조 기사: '윤석열 총장' 특활비 관리책들 대통령실 근무 중)
뉴스타파가 복수의 제보자를 통해 확인한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목록, 김 아무개 행정관이 텔레그램 계정 삭제 후 어제(8일) 신규 가입한 사실이 확인된다.
김 행정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을 그만두고 대통령비서실에 취업해 3급 행정관이 됐다. 대통령비서실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윤 대통령의 비서 업무, 즉 수행이었다. 계엄을 약 한 달 앞둔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에도 김 행정관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뒤에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 뒤에 손을 든 정장 차림의 남자는 김 행정관으로 확인된다. (사진 출처는 뉴시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대통령실 행정관이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한 뒤 재가입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대통령실 차원의 조직적 증거 인멸이 진행 중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오늘 오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한 뒤 재가입한 데 이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같은 방법으로 기존 텔레그램 계정을 없앤 것으로 파악됐다.
오늘(9일) 오전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기존 텔레그램 계정을 없앤 뒤 재가입한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방첩사령부 등을 압수수색했을뿐 윤 대통령과 대통령의 일정을 알고 있는 김 행정관 등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엔 아직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보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 대통령실은 이 조항을 들어 영장 집행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고, 수사기관도 이 때문에 강제수사를 주저하는 듯 보인다”며 “하지만 이 사건은 형법이 규정한 가장 중요한 범죄 혐의자들을 수사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텔레그램 안에 내란죄, 형법상 직권남용죄 등에 대한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으니 (혐의가 있는 사람은)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윤석열을 봐주기하거나 아니면 윤석열에 대한 수사를 하는 척 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란 범죄 관련 내용을 감추기 위한 것이고,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시킨 자가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김 행정관과 강승규 의원, 장상윤 수석 등에게 텔레그램 계정을 갑자기 삭제한 뒤 재가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물었지만, 오늘 오후 6시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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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강현석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