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회사’, 학생 통장으로 돈 세탁 의혹

2015년 03월 06일 22시 50분

상명대 부총장을 역임한 이00 조경학과 교수와 관련된 의혹은 대학원생들의 인건비 착복뿐만이 아니다.

※ 관련기사 : 비밀번호 5302...제자들 통장은 ‘교수님 사금고’

뉴스타파는 이00 교수와 관련된 의혹을 취재하던 중 이00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학내에 조경회사를 만들어 학부생들의 계좌를 통해 돈을 세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00 교수는 2005년 동료 교수들과 함께 SM(상명)하이텍이라는 조경회사를 설립했다. SM하이텍의 사무실은 상명대 안에 있었고, 부도가 난 2013년까지 운영됐다. 조경학과 교수들이 돌아가며 대표 이사를 역임했다. 5명의 역대 이사진은 모두 조경학과 교수와 교수부인, 조경학과 박사과정 학생 등으로 구성됐다. 이00 교수는 감사를 맡았다.

SM하이텍은 2009년 상명대 식물관 온실공사와 기숙사 조경공사를 수주해 시공했다. SM하이텍에서 이사를 역임했던 상명대 조경학과 A교수는 “이00 교수가 학교 공사를 따 보려고 동료 교수들 이름 집어넣어서 만든 회사”라고 말했다.

조경학과 ‘교수 회사’, 학부생 명의 계좌로 수상한 입출금

뉴스타파는 SM하이텍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조경학과 학생을 우연히 만났다. 이 학생은 취재진에게 당시 SM하이텍 직원이었던 조경학과 선배의 부탁으로 2010년 통장을 하나 만들어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그 통장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지 못했다.

학생의 계좌 내역을 발급해 확인해 봤다. 2010년 9월 1일 SM하이텍이 학생 명의의 통장에 104만 원을 입금하고, 40분 뒤 현금으로 인출됐다. 같은 해 9월 28일에는 알 수 없는 곳에서 100만 원씩 5차례 걸쳐 500만 원이 입금된 뒤, 바로 현금으로 빠져나갔다. 전형적인 돈 세탁 방식이다. 1년 넘는 기간 1800만 원이 입금됐고 모두 현금으로 빠져나갔다.

2015030603_01

2008년 또 다른 학생이 SM하이텍에 빌려준 계좌 내역이다. 2008년 5월 22일, 176만원이 SM하이텍으로부터 입금되고 30분 뒤 현금으로 출금된다. 이 계좌에서는 7개월 동안 1600만 원의 돈이 SM하이텍으로부터 입금되고 현금으로 빠져나갔다.

2015030603_02

이에 대해 SM하이텍 이사였던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A교수는 학생에게 통장 개설을 부탁했던 직원이 인건비를 횡령한 것 같다고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학생에게 통장 개설을 부탁한 조경학과의 선배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SM하이텍 대표였던) 000교수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경학과의 선배는 또 “그 통장들로 회사(SM하이텍) 돈이 갔다 왔을 것”이라며 “그 통장 말고도 다른 연구생 명의의 통장이 몇 개 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졸속 감사’, 상명대는 “감사에서 문제 없었다”

이00 교수 연구실의 전 총무들은 지도교수의 연구비 착복 등에 대해 지난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5일간 상명대 조경학과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는 당사자인 교수가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연구실의 돈 관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다른 총무들과 통장을 빌려준 대학원생 등 핵심적인 관계자들에 대해 전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감사관은 “외부보다 대학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는 것이 낫다고 (담당자가)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상 조사에 대한 상명대의 입장은 유보적이다. 구기헌 상명대 총장은 뉴스타파와 만나 “학교에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서 설명까지 했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조경학과 교수들은 “교육부 감사를 2번이나 받았는데 학교는 문제가 없었다”, “우리는 다 털렸다. 교육부 감사로 갈음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이00 교수의 연구실에 10여 년 동안 수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 문화재청은 연구비 횡령 등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