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노믹스 3년 : 공정도 혁신도 없다

Feb. 01, 2024, 08:00 PM.

자영업자 "소망이 뭐가 있어요? 절망뿐이에요"

손수 세운 인테리어 가벽이 바스러지고 포스(POS : 결제 및 매출 관리 시스템)기의 전선이 뜯어져 나간다. 성공을 기원하며 들인 고급 주방 기자재는 헐값에 팔렸다. 아버지는 냉장고 안에서 몇 개 남지 않은 업소용 탄산음료를 거뒀다. 칼바람이 부는 2023년의 끝자락, 청년 자영업자 허이삭 씨 가족의 미래는 허물어졌다.
1년 전, 허 씨는 족발집 문을 열었다. 20년 넘게 자영업을 해온 부모가 손을 보탰다. 가게는 한 달 2,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오픈빨'을 봤다. 
입소문이 날 때쯤 고물가의 위기가 가게를 덮쳤다. 가파르게 오른 식자재 비용과 임대료, 공공요금, 인건비가 매출의 목전까지 차올랐다. 상권의 주 이용자는 저소득 고령층이었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 속에 지갑을 닫았다. 마지막 몇 달 매출은 500만 원 수준까지 줄었다. 수입은커녕 매달 임대 보증금을 깎는 상황이 됐다.
허이삭 씨의 족발집은 고물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포스트 판데믹의 고금리, 고물가 상황 속에 허 씨는 폐업을 결정했다. 창업하면서 받은 대출 4,000만 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부모는 다른 식당에 나가 주방 일을 할 예정이다. 20여 년 자영업을 했지만 노후의 몫으로 남겨 놓은 건 없었다. 폐허가 된 가게 앞에서 가족은 서로의 앞날을 염려했다.
인근 골목상권 어디를 들러도 허 씨와 같은 비극을 만날 수 있다. 상가 두, 세 곳을 건너 임대 사인이 붙은 또 다른 폐허가 나타난다. 십수 년 골목을 지킨 상인들도 한계를 호소했다. 어지간한 경제 위기는 다 치러봤지만 지금같이 힘든 때는 없었다고 말한다. 차라리 재난지원금이라도 나왔던 코로나19 사태 때가 나았다는 말도 나온다. 
포스트 판데믹 시대의 추락은 공정하지 않게 찾아온다.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린다. 위기의 자영업자들이 묻는다, 우리 사회에 공정이 있느냐고. 

스타트업 "도전하는 사람들이 기댈 곳이 필요합니다"

소송 4년의 시간은 가혹했다. 소중한 동료를 보내고, 신뢰를 쌓던 파트너를 잃었다. 기술과 성과를 빼앗기는 피해를 입었지만 증명의 길은 멀었다. 미디어에선 연일 청년과 스타트업을 응원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스타트업에게 손을 내미는 정책과 사회적 장치는 드물었다. 혁신과 성장을 말하던 청년 기업인 유원일 씨는 이제 생존을 고민한다.  
유 씨가 이끄는 8년 차 스타트업 '텐덤'은 대학 리뷰 서비스를 출시해 분야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 시절 교육 봉사를 하며 얻은 아이디어가 토대가 됐다.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데이터를 모으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서비스를 성장시켰다. 
8년 차 스타트업 '텐덤'은 대학 리뷰 분야 1위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중견기업과의 기술 탈취 분쟁에서 위기를 맞았다.
성장하던 회사가 위기를 맞은 것은 기술 탈취 분쟁 때문이었다. 협업 관계를 맺으며 리뷰 데이터 등을 제공받아온 중견업체 진학사가 돌연 텐덤과 유사한 대학 리뷰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허청 조사를 통해 시정과 손해배상 권고 결정이 내려졌지만 진학사 측은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지났다. 유 씨는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 포진한 중견업체를 상대로 힘든 법정 싸움을 치렀다. 운이 좋았다. 진학사 측은 자체 개발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중견업체의 책임 일부를 인정하고 2,000만 원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힘겹게 거둔 승리지만 만족하기는 힘들다. 진학사는 마지막 상고심까지 법리를 다퉈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얼마나 긴 시간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피해를 입고 법원의 확인까지 받았지만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는 쪽은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 기업인들은 기성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신생 기업이 성장과 혁신을 이루는 것이 여전히 버겁다고 말한다. 성과를 거두는 순간, 누군가 그 성과를 훔쳐 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법의 운동장은 여전히 기득권에 기울어있다. 만성적인 저성장과 침체에 마주한 경제가 묻는다, 우리 사회에 혁신이 있느냐고.

3년 차 윤석열 정부에 공정과 혁신의 길을 묻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공정-혁신 경제'를 주창하며 출발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Y 노믹스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자영업자 보호는 Y 노믹스의 1호 국정과제다. 이전 문재인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을 비판하며 '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도약'을 약속했다. 자영업자 대책은 스스로 내세운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다르게 지워진 코로나19 사태의 짐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혁신 정책도 Y 노믹스의 핵심이다. 혁신을 이끄는 중소·벤처 기업 중심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정책 목표다. 저성장과 인구감소라는 위기에 빠진 미래세대를 구하기 위해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구조 개혁에도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경제는 기득권을 견제하고 새로운 도전을 독려하는 혁신형 경제로 넘어갈 수 있을지 기로에 서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Y 노믹스는 '공정'과 '혁신'을 주요 가치로 내세우며 출발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Y 노믹스는 공정과 혁신의 길을 묻는 국민들의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고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공정은 이념에 가까운 감세 정책, 전례없는 재정 적자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혁신을 말하지만 정책의 실상은 과거의 관행으로 후퇴하는 '기득권의 화장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타파가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Y 노믹스의 지난 행보를 분석했다.
By
촬영김기철, 이상찬, 오준식
편집정애주, 장주영, 윤석민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 윤지혜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