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공정위, 뉴스타파 '애보트 보도' 관련 고강도 조사 착수

2019년 01월 24일 14시 04분

뉴스타파-ICIJ 공동기획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 업체와 의사의 '검은 공생법'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 주관으로 36개국, 59개 언론기관과 함께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문제점을 공동취재하면서 의료기기 업체와 의료인들이 불법적인 유착 관계를 맺어 온 실태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후속 취재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한 의료기기 업체의 비리 관련 공익신고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그 업체는 바로 지난 보도에서도 등장한 국내 심혈관 스텐트 시장 점유율 1위 한국애보트였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22~23일 연속 보도를 통해 애보트가 수년 간 의사들에게 불법 로비를 벌여 온 내막을 공개했습니다.

1월 22일
(1) 의료기기업체-의사 부당거래...애보트 내부자료 무더기 입수
(2) 애보트의 해외학회 '의사 모시기'...세션조율부터 비자발급까지

1월 23일
(3) 애보트, 해외 학회·교육훈련 빙자해 불법 관광접대
(4) 부당거래 이득은 업체와 의사에...부담은 국민 몫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업 대상인 심혈관 전문의 일부에게 수 년 간 불법 로비를 벌여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글로벌 의료기기업체인 한국애보트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애보트와 의사들의 부당거래 실태를 보도함과 동시에 이뤄진 조치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서울 대치동 한국애보트 사옥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시작된 조사는 적어도 25일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애보트 비위 관련 공익신고 자료를 이첩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 ‘뉴스타파 보도’ 동시에 현장조사…임직원 진술 확보 주력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측은 애보트 사무실에서 임직원들을 상대로 대면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직 임원을 맡았던 한 의료기기업체 현직 임원 A씨는 “조사관들이 이번 조사에서는 자료 확인보다 직원들부터 계속 불러 사실 관계를 물어 보고 있다고 들었다”며 “권익위 공익신고 자료를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애보트 조사 상황을 전했다.

애보트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에도 애보트가 경쟁사인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와 함께 부당 영업 행위를 벌인 사실을 적발해 이듬해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업계 공정경쟁규약을 어기고, 영업에 이익이 될 특정 의료인들에게 학술대회 참가 비용을 지원해주기 위해 의사들을 미리 접촉해 학술대회 참가자를 선별해 온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이번에 입수한 한국애보트 내부 자료를 보면 이 업체는 공정위 시정 명령을 받은 2014년 3월 이후에도 불법적으로 의사들과 사전 접촉해 같은 방식의 부당 로비 행위를 계속해온 사실이 드러난다. 시정 명령을 받은 지 불과 4개월 뒤인 2014년 7월에는 내부 회의에서 박동택 심혈관사업부 사장이 직접 ‘공정위에 적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이메일 기록도 남기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음성 녹취도 뉴스타파가 확보한 자료에 들어있다. 해외 학술대회와 교육훈련 현장에서 의사들에게 골프, 관광 등의 접대·향응을 베푼 기록도 확인됐다.

‘시정명령 불이행’ 고강도 조사 자초…전 직원 “회사 이메일 매달 초기화”

시정 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공정위 조사는 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정위의 시정조치 등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수현 공정위 대변인은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 절차에 대해 “사건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짧은 경우에도 6개월가량 조사를 한다”며 “업체 관계자들을 공정위에 출석시켜 진술을 확보하고, 자료를 제출 받는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최근 수 년 간 애보트의 마케팅·영업 자료를 확보해 분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는 2013~2014년 조사 당시에도 2008~2013년에 걸친 ▲임직원 이메일 기록 ▲해외학술대회 지원 현황 ▲강연·자문료 내역 ▲직원 해외 출장 내역 등을 애보트에서 받아 조사했다.

그러나 불법 로비 실태를 입증할 내부 업무 기록, 거래 자료 상당수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련자 증언도 나온다. 한 애보트 전직 직원은 “2013년 공정위 조사 이후에는 사내 이메일 계정과 수·발신 기록을 한 달마다 초기화했다”며 “임직원들이 학술대회 지원, 의사 접촉 등을 논의할 때에도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정위 외에 권익위 공익신고 자료를 넘겨 받은 경찰청·식약처·보건복지부 등 수사 권한을 가진 기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뉴스타파는 한국애보트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도할 계획이다.

취재 : 홍우람, 김성수, 김지윤, 연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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