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장 급파 총동원령에도 1개 기동대는 끝까지 ‘아크로비스타’ 지켰다

2022년 12월 12일 10시 00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집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변에 ‘사저 경비’를 목적으로 경찰 기동대 2개 부대, 130여 명이 온종일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참사 발생 이후 가용할 수 있는 경찰 기동대의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황에도 1개 기동대는 서초동에 있었으며, 대통령이 긴급회의 주재를 위해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했던 30일 새벽 1시 이후에도 ‘대통령 없는 아크로비스타’를 계속 경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사저 경비’ 위해 아크로비스타에 2개 기동대 종일 배치

이 같은 사실은 뉴스타파가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소속 기동대의 근무일지 전체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다.
참사 초기, 현장 질서 확보를 위해 이태원에 즉각 투입할 수 있었던 기동대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사저 경비’로 인해 줄어들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드러난 것이다.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지하철 이태원역 이용객 수를 기준으로 하루 1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틀 전인 10월 27일, 용산경찰서도 핼러윈 주말 동안 이태원에 1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기동대를 사전 배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날, 경찰 기동대는 어디에 있었을까.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과 협업해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소속 기동대의 근무일지 전체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모두 67개 기동대가 서울 도심의 주요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투입됐다. 

10월 29일 참사 당일 밤, 서초동 포함 8개 기동대 철야 근무 중

참사 발생 약 1시간 45분 전인 밤 8시 반쯤, 집회 대비에 나섰던 기동대 67개 부대 중 59개 부대는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상태였다. 이후 나머지 8개 부대가 서울 도심 곳곳에 배치돼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철야(밤샘) 근무에 들어갔다.
당시 경찰이 작성한 부대 배치표를 보면,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을 포함해 국회가 있는 여의도, 집회가 자주 열리는 광화문, 그리고 미국, 중국, 일본 대사관 주변에 각각 기동대 1개 부대씩, 대략 6 ~70명이 경찰이 배치됐다.
▲ 10월 29일 참사 당일 밤, 경찰 기동대 8개 부대는 서울 도심 곳곳에 배치돼 철야 근무에 들어갔다.
그런데 유독 서울 서초동에만 기동대 2개 부대, 132명이 투입됐다. 서초동에 배치된 부대는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소속 3기동단 32기동대와 8기동단 83기동대였다. 
서초동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집이 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이후부터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11월 7일까지 서초동 집에서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참사 발생 직전,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가장 많은 기동대 배치

지난 11월 8일,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참사 당일 서초동에 기동대 2개 부대를 배치한 이유가 대통령 사저 경호 때문이었는지 물었다. 하지만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사저 경비’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 이수진 의원 :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서초 사저 관련 경찰 인력 주·야간 각 2개 기동대가 배치됐습니다. 맞습니까?
■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 : 제가 확인한 바로는 (사저) 경비가 아니고 집회·시위와 거점 근무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2022. 11. 8.)
이 의원이 다시 묻지만, 김 차장은 계속 부인했다.
□ 이수진 의원 : 지금 위증하시는 겁니까? 제가 경찰청에 확인한 겁니다, 이거는.
■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 집회·시위에 (기동대가) 배치돼 있다고 말씀드렸고, 집회·시위에 대비해서 배치돼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2022. 11. 8.)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과 함께 서초동에 배치된 기동대 2개 부대의 근무일지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날 국감에서 김종철 차장이 한 말은 위증으로 드러났다.
서초동에 배치된 32기동대와 83기동대의 근무일지를 보면, 부여받은 임무는 ‘서초 당직 근무’, 근무 내용은 ‘사저 경비’, 근무 장소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라고 적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을 경비한 것이다.
▲ 10월 29일 참사 당일, 서초동에 배치돼 있었던 기동대의 근무일지. 근무 내용으로 ‘사저 경비’가 적시되어 있다.

경찰 총동원령 지시 이후 서초동 포함 8개 기동대 이동경로 확인

참사 당일 밤 이태원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무렵, 윤 대통령의 집을 지키던 2개 부대를 포함해 서울 도심 곳곳에서 철야 근무 중이었던 8개 기동대는 참사 현장에 즉각 투입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10월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8개 기동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밤 10시 15분, 압사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소방은 다급하게 경찰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즉각 기동대 투입이 이뤄져야 했지만, 8개 기동대는 요지부동이었다.
▲ 10월 29일 밤, 이태원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하자 소방은 무전을 통해 경찰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경찰 지휘부는 밤 11시 17분이 돼서야 이태원에 가장 가까이 있던 용산 대통령실 주변의 11기동대에 현장 투입 지시를 내렸다. 11기동대는 이태원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난 밤 11시 4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11기동대의 근무일지를 보면, 밤 11시 40분 이태원 현장은 기동대 1개 부대 투입만으로는 수습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
▲ 참사 당일, 경찰 11기동대의 근무일지

가용 경력 총동원령에도 3개 기동대는 움직이지 않아 

현장 질서 확보와 인명 구조를 위해서는 이태원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기동대 투입이 시급했던 상황. 10월 29일 밤 11시 44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가용 부대 급파”를 지시했고, 30일 새벽 0시 19분에는 “기동대 등 가용 경력을 최대 동원하라”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명령이 나왔다. 또 0시 35분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나서 “경찰 가용경력을 전부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 주변을 경비하던 11기동대를 시작으로 여의도 국회 주변의 67기동대, 광화문에 있던 77기동대, 주한 일본대사관을 경비 중인 51기동대 등 이날 철야 근무 중인 8개 부대 중 5개 부대, 약 300명이 차례대로 이태원 현장에 배치됐다. 그러나 3개 기동대는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 참사 당일, 경찰 지휘부의 총동원령에 따라 이태원 현장에 간 경찰 기동대 현황. 8개 부대 중 5게 부대가 투입됐다. 

10월 30일 새벽, 윤 대통령 용산 대통령실 간 이후에도 1개 기동대는 계속 아크로비스타 지켜

이날 철야 근무 중이던 8개 기동대 가운데 이태원 참사 현장에 가지 않은 3개 부대미국과 중국 대사관에 배치된 46기동대와 32중대, 그리고 서초동 대통령 집을 지키던 2개 부대 중 하나인 83기동대로 확인됐다.
더구나 83기동대는 10월 30일 새벽 1시, 윤 대통령이 긴급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서초동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한 이후에도 계속 서초동에 남아 아크로비스타를 지켰다.
결국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청와대 집무 시절보다 더 많은 기동대 인력이 대통령 경호에 투입되면서,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에 기동대를 배치할 여력이 줄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참사 이후 지금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 집회에 대비하느라 이태원에 투입할 기동대가 부족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어제(10월 29일)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들이 좀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태원 참사 정부 공식 브리핑, 2022. 10. 30.)
더구나 대통령경호처 간부는 국정감사장에서 위증하면서까지 ‘사저 경비’를 목적으로 기동대가 아크로비스타에 배치돼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했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 대통령 경호에 투입되는 경찰 인력 규모에 대한 언론과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 그리고 국정조사를 위한 국회의 잇따른 자료 요구에도 정부는 ‘국가 안보’를 내세우며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작진
영상취재신영철, 오준식, 이상찬
CG정동우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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