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 75번은 조우형 회사였다

2023년 10월 06일 16시 34분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이 운영한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회사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는 대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검찰 주장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은 "조우형을 처벌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도 폈지만, 역시 부족한 해명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 자료 75번은 '조우형 회사'

2011년 3월 15일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한 대검 중수부는 같은 해 5월 1일 관련자들을 기소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2일 자료 하나를 배포한다. 제목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 기소 관련 설명자료.' 총 20쪽인 이 자료에는 부산저축은행 임원진의 범죄 행태가 상세히 기술돼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그룹 차원에서 120개에 달하는 차명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들어 각종 사업을 직접 운영했고, 여기에 4조 5000억 원이 넘는 고객 예금까지 대출해줬다는 내용이었다. 저축은행법상 모두 법 위반에 해당했다. 
2011년 5월 2일 대검찰충 중앙수사부가 발표한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 기소 관련 설명자료.' 부산저축은행이 120개 차명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불법 영업을 해왔다고 적시됐다.  
대검은 이 설명자료에 검찰이 특정한 부산저축은행의 120개 차명 SPC 명단도 첨부했다. 첨부 자료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세운 차명 회사들의 설립연도와 법인명, 사업 목적, 자본금, 대출금 등이 나와 있다.
뉴스타파는 여기서 조우형이 운영했던 차명 회사를 발견했다. 명단 75번에 '더뮤지엄○○'이라고 나와 있는 회사다. 설립연도는 2004년 9월이고, 경기도 용인에서 전원 주택 개발 사업을 했다. 확인 결과, 이 회사는 조우형이 대표로 있던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회사 '더뮤지엄양지'였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더뮤지엄양지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인 조우형을 내세워 더뮤지엄양지를 세운 뒤 경기도 용인의 고급 주택단지인 '발트하우스'를 만들었고, 이후에는 경기도 양평에 리조트 단지도 개발하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이 더뮤지엄양지에 수백억 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해줬다고도 보도했다. 
2011년 대검이 만든 자료에는 더뮤지엄양지의 대출금이 2010년 12월 기준 약 552억 원이라고 적혀있다. 뉴스타파 보도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더 나아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당시 이미 조 씨의 차명 회사에 대해 인지했을 뿐 아니라, 이 회사로 나간 불법 대출금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은 '조우형의 회사가 대검이 직접 작성한 리스트에 있었다'는 사실을 숨겼고, '조우형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2011년 5월 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발표한 수사 설명자료 중 일부. 당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특수목적법인 120개를 특정해 발표했는데, 이중 75번이 바로 조우형이 대표로 있던 '더뮤지엄양지'였다. 검찰은 더뮤지엄양지에 대한 대출 금액이 약 552억 원이라고도 특정한 상태였다. 

"조우형 처벌할 필요 없었다"는 검찰... 다른 차명회사는 '강제 수사' 

검찰은 더뮤지엄양지의 존재가 드러나자 '새로운 논리'를 들고나왔다. 지난 9월 17일 연합뉴스 보도에서 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이 차명 SPC라는 사실을 인정해 처벌받은 것으로, (명의자인) 조 씨를 처벌할 필요는 없었다. 수사무마 의혹과 전혀 다른 얘기"라고 주장했다. 차명 SPC를 만드는 데 개입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만 처벌 대상이었고, 차명 SPC의 '바지사장'까지 처벌할 필요는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우형과 달리 검찰 수사를 받은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의 '바지사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명 회사 중 하나인 '낙원주택건설'의 대표 임 모 씨다.
부산저축은행은 2003년경부터 낙원주택건설 등 3개 차명 회사를 동원해 전라남도 순천시 왕지동에서 아파트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낙원주택건설의 감사는 부산저축은행 성 모 이사의 동생이었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낙원주택건설 대표 임 모 씨를 피의자로 입건했고,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그 결과 임 씨는 부산저축은행에서 청탁용 자금 3억 원을 타낸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약식 기소됐다.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의 대표가 검찰 수사 끝에 덜미가 잡혀 재판에까지 넘겨진 것이다. 
반면 조우형은 피의자로 입건도 되지 않았고,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자금을 전달한 일로만 두세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부산저축은행 이사의 동생이 감사였던 차명 회사를 상대로는 강제 수사를 벌였으면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이 대표인 차명 회사 더뮤지엄양지는 손도 대지 않은 것이다. 낙원주택건설과 더뮤지엄양지는 불법 대출금 규모도 비슷했다. 2011년 대검 수사 설명자료에 따르면, 낙원주택건설 등 3개 차명 회사가 받은 대출금은 약 552억 5000만 원, 더뮤지엄양지의 대출금은 약 552억 4900만 원이었다. 

검찰, 왜 '더뮤지엄양지' 강제 수사 안 했나

그동안 뉴스타파는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의 실체에 대해 연속 보도했다. 조 씨가 더뮤지엄양지를 포함해 4개의 부산저축은행 차명 사업장을 운영한 정황이 있고,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용 자금 일부를 대기도 했으며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과도 관련된 인물이라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더뮤지엄양지는 대장동 일당과도 연관된 회사였다. 조우형은 2009년 대장동 일당에게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1155억 원을 일으켜 준 대가로 '알선 수수료 10억여 원'을 받는다. 이중 일부는 조우형이 운영했고, 부산저축은행의 또다른 차명 회사로도 의심되는 '뮤지엄'으로 전달됐다. 그런데 뮤지엄은 더뮤지엄양지가 시행한 주택 단지 '발트하우스'의 분양 사업권을 갖고 있었다. 뮤지엄을 연결다리로 더뮤지엄양지와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불법 대출'이 연결되는 것이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더뮤지엄양지에 대한 강제 수사를 벌였다면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된 조우형의 범죄 혐의, 나아가 대장동 범죄까지도 인지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의혹은 검찰이 더뮤지엄양지와 조우형을 수사하지 않은 탓에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변지민 홍주환
촬영이상찬
편집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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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