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지식 : 그 정도 쯤이야
2013년 03월 05일 19시 28분
최근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거나 전월세 부담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금리를 낮게 유지하며 대출을 통해 주거를 해결하게 함으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으니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 실감이 됩니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의 의미는 특별합니다. 한국사회가 고도의 압축 성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서울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자는 자산증식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26일에는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여러 언론들이 최악의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비판 기사를 내놨습니다.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국회의원들의 재산공개를 보며 흥미로운 의문이 들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서울 소재 부동산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지난 3월 26일 공개된 19대 국회의원의 재산공개 내역을 바탕으로 국회의원들이 서울에 부동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 봤습니다.(임대중인 부동산은 제외)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역 19대 국회의원 292명 중 서울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193명, 전체의 66%나 됐습니다. 정당 별로 보니 새누리당 108명, 새정치민주연합 83명, 정의당과 무소속 각각 1명씩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번에 재산을 공개한 19대 국회의원 292명 가운데, 지역구가 서울이 아닌 국회의원은 193명인데, 이들 중 무려 61%인 118명이 서울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회의원 193명의 서울 소재 부동산 총액은 2311억 3010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인 당 평균 11억 9756만 원입니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총 1643억 2298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5억 215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총 652억 7812만원으로 1인당 평균 7억 8648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부동산 소유 의원 수를 비교해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비율이 56% 대 43%로 엇비슷해 보이지만, 부동산 가치로 비교해보면 71% 대 28%로 큰 차이가 났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서울에 부동산이 있는 국회의원 193명 중 서울 부동산 부자 ‘TOP 10’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입니다.
193명의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서울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은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군)이었습니다. 서울이 지역구도 아닌 박덕흠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송파구 잠실동 대지와 아파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웨스트윙 등 총 234억 3238만 원에 이르는 서울 소재 부동산을 소유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는 선거 당시 회계책임자의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 3월 12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안덕수 전 의원이 차지했습니다. 인천강화을을 지역구로 두었던 안덕수 전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강남구 논현동 대지와 도곡동 로덴하우스웨스트빌리지 등 총 72억 8988만 원에 이르는 서울 소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3위는 심재철 의원입니다. 서울 중구 수표동에 있는 심 의원 명의의 대지와 건물 가격이 72억 1769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4위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대지와 빌딩,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신사동 카로시티2에 상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장윤석 의원입니다. 장윤석 의원 본인과 배우자가 소유한 서울 부동산의 총액은 61억 6068만 원인데, 경북 영주시가 지역구인 장윤석 의원이 소유한 부동산의 98%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도 특이점입니다.
5, 6, 7위는 신의진, 문정림, 류지영 의원으로 모두 비례대표 의원입니다. 신의진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마포구 동교동 대지,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두 채 등 총 48억 7332만 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문정림 의원은 여의도 롯데캐슬아이비, 하왕십리 오피스텔, 아현동 상가, 은평구 응암동 대지와 빌딩 등 총 48억 6300만 원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류지영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와 신당동 빌딩 등 45억 5068만 원의 서울 소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부산 금정구가 지역구인 김세연 의원이 여덟 번째 서울 소재 부동산 부자로 나타났는데요, 김세연 의원은 호화 고급빌라로 유명한 서초동 트라움하우스3차 아파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가 김세연 의원이 소유한 유일한 서울 소재 부동산이지만 공시가액만 무려 42억 8000만 원입니다.
9위는 박근혜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진영 의원이 차지했습니다. 진영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용산구 한강로 3가의 대지와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불광동 상가를 가지고 있었고 본인 명의의 오피스텔과 모친 명의의 불광동 미성아파트를 재산으로 신고해 총 42억 4743만 원 상당의 서울 소재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용산구가 지역구인 진영 의원은 서울 소재 부동산 부자 10위 안에 들어간 유일한 서울 지역구 의원입니다.
마지막으로 10위는 경북 고령.성주.칠곡군이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입니다. 이완영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용답동, 하계동, 창신동의 대지 및 임야, 배우자 명의의 청담동 삼익아파트, 신사동과 창신동 상가,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의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Ⅱ 아파트 등 총 41억 4945만의 서울 부동산 재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서울지역 부동산 목록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한국 사회의 부동산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월세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서민들,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이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보일까요. 우리는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의 부동산 병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까요. 어쨌든 국회의원들이 그 변화의 주역이 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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