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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검찰, 'HDC신라면세점 밀수 사건' 기소...뉴스타파 보도 1년만

2020년 07월 20일 14시 19분

지난해 6월 뉴스타파 보도(관세청, '명품 밀수 혐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대표 수사)로 처음 알려진 ‘HDC신라면세점 명품시계 밀수 사건’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지난달 25일, 이길한(1962년생)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 등 전현직 직원 7명과 HDC신라면세점 법인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면세점 대표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우리나라에 면세점이 들어선 1979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면세점 법인이 기소된 것은 관세법 제279조 양벌규정에 따른 것으로,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HDC신라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2016년 3월부터 10월까지 총 4번에 걸쳐 피아제, 까르띠에 등 최고급 명품시계 4점(시가 1억 7천만 원 상당)을 홍콩을 통해 밀수했다. 중국인 브로커를 동원해 HDC신라면세점 등 국내 시내 면세점에서 명품시계를 사들인 뒤, 부하직원을 홍콩으로 보내 되가져오게 하는 수법이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6월,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중국인 브로커를 동원해 최고급 명품시계를 밀수, 국내로 반입했다는 의혹을 연속보도한 바 있다.(신라면세점 녹취파일1 “피아제 시계는 빼자, 안 그러면 큰일 나”) 지난해 10월 김영문 관세청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확정된 사실 관계를 가지고 면세점 특허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세청장, 뉴스타파 보도 관련 "HDC신라면세점 특허 취소 검토")


검찰, “HDC신라 대표, 1억 7000여만 원 상당 명품시계 4점 밀수”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HDC신라면세점 시계 밀수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6년 3월 이길한 당시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자신의 부하 직원인 강 모 씨를 시켜 보따리상을 동원해 서울 용산구 HDC신라면세점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에서 피아제 시계(8480만 원), 까르띠에 시계(5103만 원), 로렉스 시계 2개 등 총 4건, 시가 1억7천여만 원 상당의 시계를 구매하게 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또 다른 직원을 홍콩으로 보내 보따리상에게서 명품시계를 돌려받게 했고, 이 시계들을 국내에서 전달받았다. 외국인들이 시내 면세점에서 무제한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서울 용산역사 내에 위치한 HDC신라면세점은 범 삼성가인 호텔신라가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범 현대가인 HDC와 손잡고 만든 회사다. 합작 비율은 50대 50. 지난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뒤 개장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7694억 원의 매출을 올릴만큼 급성장했다.

이길한 전 대표는 호텔신라 면세점 부분의 임원 출신으로 지난 2015년 12월 HDC신라면세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5월 갑작스럽게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는 지난해 10월, 호텔신라 측이 이 전 대표의 밀수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관세법 위반에 따른 벌칙을 피하기 위해 이 전 대표를 사임시키는 식으로 밀수 사실을 덮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알고도 덮었나?...HDC신라면세점 밀수 은폐 의혹)

HDC신라면세점을 떠난 직후 신세계 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이 전 대표는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널 코스메틱 부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길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 선임...면세점은 전직 법무장관이 변호

이길한 전 대표는 대검 반부패부장과 수원지검장 등을 지낸 강찬우(연수원 18기)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표의 진주고 동문으로, 현재 이 전 대표가 몸담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신세계푸드의 사외이사 겸 감사를 맡고 있다.

강찬우 변호사는 이길한 전 대표의 밀수 사건에 초기부터 관여해 왔다. 밀수에 동원된 HDC신라면세점 직원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6월, 강 변호사가 이길한 전 대표의 지시를 받고 고가의 시계를 국내로 몰래 반입하는데 동원됐던 HDC신라면세점 직원을 회유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가 당시 입수, 공개했던 강 변호사와 면세점 직원간의 전화통화 음성파일에는 “현장에서 적발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세관에서 물증을 잡기가 어렵다, 제보자나 관련자들의 진술 밖에 없다”며 사건 무마를 시도한 강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어 있었다. (관련기사: 신라면세점 녹취파일2 “쌩까라, 우린 운명공동체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현웅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연수원 16기)를 변호인으로 내세웠다.

HDC신라면세점은 올 하반기 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 수사로 확인된 이길한 전 대표의 밀수 사실은 향후 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공시한 ‘보세판매장 특허갱신 평가기준’에 따르면, 평가항목 중 ‘임직원의 부정 비리 여부’가 전체 평가의 10%(1000점 중 100점)을 차지한다. 또 관세법 제 279조 양벌규정에는 면세점 대표자가 관세법에 따라 벌칙을 받게 되면 면세점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게 돼 있다.

● 제279조(양벌 규정) ①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1장에서 규정한 벌칙(제277조의 과태료는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관세법

HDC신라면세점 시계 밀수 사건의 첫 재판은 다음달 20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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